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통상 3가지로 나뉩니다. 그 첫번째는 암호화폐를 현대판 골드러쉬로 인식하고 열광하는 부류입니다. 두번째는 현대판 튤립투기로 생각하고 배척하는 부류입니다. 세번째는 이러거나 저러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죠.
이러한 3가지 시각은 암호화폐를 투자 혹은 투기의 수단으로만 바라본 편협한 관점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편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대화는 대락 다음의 수준을 넘지못합니다. "암호화폐가 일주일만에 반토막났네. 역시 투기의 마지막은 이렇다니까!", "그래도 지난해에 비하면 10배가 오른 상태인데, 이런 대박 투자가 어디있어?".
이러한 논조라면 결국 뭐든 오르면 투자요, 내리면 투기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여기서 더 나가 완전히 아전인수격 주장을 펼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내가 샀으면 투자요, 안 샀으면 혹은 팔았으면 투기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 암호화폐의 폭발적 성장에는 단순한 투자나 투기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 의미는 뭐낙 미묘한데다가 스케일 또한 매우 커서 알아차리기가 힘든데요, 바로 글로벌 유동성을 흡수하는 블랙홀 같은 존재라는 점입니다.
현재 우리 인류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생존하고 있습니다. 비록 종교, 인종, 언어, 이념은 다를지라도 경제시스템은 똑같이 자본주의라는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죠. 자본주의와 경쟁 관계에 있던 경제시스템은 모두 패망하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그리하여, 자본주의의 대척점임을 표방하는 (세상 몇 남지 않은) 공산독재 국가도, 미국을 악마의 화신쯤으로 여기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도, 각종 거래는 달러로 결제하고 달러에 목말라합니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키워드를 하나 꼽으라면 역시 '성장'일 것입니다. 자본주의는 생존을 위해서 끊임없는 성장을 요구합니다. 성장이 멈추는 순간 자본주의란 수레바퀴도 멈추고, 그렇게되면 자본주의 이외의 성공적 경제시스템을 만들지 못한 인류도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금융위기나 경제공황이 그토록 두려운 이유는 그때문이겠지요.
그렇다면 생각해봅시다. 지난 2007년경 미국의 부동산 버블에서 촉발된 자본주의 위기인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를 우리 인류가 어떻게 극복했는지요.
헌데 과연, 우리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극복했던가요? 뭐, 자본주의가 아직도 굴러가고 있으니, 기억은 잘 나지않지만 어떻게든 극복했겠지?...가 아닙니다.
당시부터 지금까지 미연방준비은행, ECB, 일본은행 등이 총동원되어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해 자본주의의 붕괴를 막은 것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 미봉책으로 연명한 것이죠.
비유를 하자면, 쓰나미가 몰려와 둑이 터졌는데, 모래주머니를 임시로 쌓아 터진 곳을 막아놓은 것과 같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래주머니 수량은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을지라도 발권력에는 한계가 없어 유동성 공급이라는 임시처방이 먹힌겁니다. 예전에는 달러를 찍는 종이와 잉크라도 필요했겠지만, 지금은 전산만 조작하면 됩니다.
하여, 이러한 임시처방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차라리 유동성의 버블을 걷어내어 (설사 자본주의 시스템에 충격이 있더라도) 상황을 직시하는 편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쓰나미가 밀려들어오면 시장원리에 의해 자본주의 시스템의 오류가 씻겨나갈 것이며,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론 좋다는 주장이죠.
어찌보면 그럴 듯한 주장이며, 특히 우리 한국인을 납득시키기에 딱 좋은 논리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항상 어려움을 온몸으로 부딪쳐 극복해왔고, 또 그렇게 하는 방법 이외의 다른 옵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악물고 맨 이마로 콘크리트를 쳐서 부셔버리는 각오로 세상에 임하는게 코리안 스타일입니다.
그러면, 아메리칸 스타일은 어떨까요?
일단 미국은 자신의 발권력을 동원해서 자본주의 붕괴를 막습니다. 그런데, 미국만 그렇게 하면 공급이 느는 셈이라 달러가치가 하락합니다. 미국이 제조업을 안하는 이유는 못해서가 아니라 할 필요가 없어서 입니다. 종이돈을 찍어서 남들이 피땀 흘려 생산한 각종 원자재와 물품과 바꾸면 간단한데 왜 힘들게 제조업을 합니까? (이래서...제조업을 강조하는 트럼프는 미국의 주류가 아닙니다.)
아무튼 달러가치만 하락하면 안되니, 유럽과 일본의 옆구리를 찔러서 유로 및 엔으로 표기된 유동성도 같이 공급합니다. 어차피 중국의 위안화는 달러에 연동되므로 그건 신경 안써도 되었죠.
여기까지는 다 아는 사실이죠. 자, 이제부터가 하이라이트인데요. 그럼 이 증가한 유동성의 버블은 어찌할꺼냐?...바로, 이제부터 새로운 기술혁신, 혹은 가치를 만들어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웁니다.
이게 세상을 주도하는 미국의 자신감입니다. 곧, Frontier spirit! 미국의 정신, 개척자 정신입니다.
이러한 발상은 항상 남이 만들어준 규칙내에서 1등을 추구하는 한국인이 이해하기...아니 상상조차 어려운 발상입니다.
실제로, 발권력에 근간한 유동성 버블이 금융위기라는 쓰나미를 막아내는 동안,
- 셰일가스
- 인공지능
- 사물인터넷
- 3D 프린팅
- 자율주행자동차
- 4차 산업혁명
등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주류 산업이 되기에는 뭔가 한계가 있거나, 시기가 너무 일러 큰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될 때까지 계속 시도하면 되니까요. 이게 아메리칸 스타일입니다. 현재로서는 중국도, 유럽도, 러시아도 이 스타일은 흉내낼 수 없고, 오직 미국만 가능합니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세상이 급속도로 바뀌지 않았나요?
물론 아이디어 자체는 미국에서 안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미국은 좋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데도 아주 유연합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에서 태생된 아이디어도 국내에서는 완전히 매장되었지만, 미국에 가서 꽃피운 것도 많습니다.
암호화폐는 어쨌거나 '화폐'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금융의 버블을, 유동성의 버블을 흡수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물론 기존의 자본시장도 있습니다. 주식, 채권, 파생, 보험, 외환, 연금 등등이요. 이러한 기존의 자본시장이 2007년 이래 공급된 유동성 버블을 흡수하려면 얼마나 무리가 따를까요? 모르겠습니다. 아마 지구상 그 누구도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을겁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서 유동성 버블을 흡수하는 편이 쉽지
않을까요?
이게 바람직하냐 아니냐는 차치하고라도, 우리 세상을 지탱하는 자본주의를 유지하려면 유동성 버블은 어디선가는 흡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암호화폐는 금융의 유동성 버블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주변에 암호화폐에 대해 왈가왈부하시는 분이 있다면 위의 내용을 설명하고 한번 물어보시죠.
과연 2007년이후 지금까지 풀린 금융 버블을 해결할 다른 방안이 있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