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생활을 오래하다보니, 대학원생들이 겪는 여러 불합리함(?) 을 인지하게 되고 가끔 언론에 노출되는 부정적 면모들이 어느새 나의 삶, 내 친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는구나 란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최근 들어와서 이런 생각을 더 자주 하게 되었는데, 이번주에 있었던 연세대학교의 폭탄 테러 사건 이후로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근본적으로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 까 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학부생 때에도 그랬지만, 공대 대학원생 때에도 공부, 연구와 조교 업무, 또는 가끔 지나친 행정업무, 등의 일들로 스트레스가 극에 다다랐을 때 친구들 사이에서 농담삼아 공학3관을 폭파하면 내일 수업 없겠지? 내일 출근 안해도 되겠지?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좀 더 심한 경우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짜면서, 공학 2관에는 배터리와 화학 약품이 많으니까 몇층 어디에 약품을 두면 자연 발화로 인해 화재를 발생할 수 있을 것이고, 근처에 실험실에는 어떤 어떤 약품, 물건들이 있으니까 산화제 기폭제로써 화제가 더 커질것다. 근데 학교가 폭파된다고 해서 우리 삶이 더 나이지긴 할까 등의 농담반 진담반 섞인 이야기(?), 테러 모의(?) 를 하면서 서로의 삶을 하소연하고 그래도 함께 견디자 하며 서로를 응원하며 버텨나갔다.
내 생각엔 이번 연세대 테러 피의자의 경우 자신의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터놓은 친구가 있었다면 아니 하다못해 가족들에게 이런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면 이번 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이번 연세대 테러 피의자의 경우, 잦은 행정과 연구 지도 문제, 전문연구요원 관련 문제 등 여러 문제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추측 되고 있고 어느정도 상황적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극단적 선택은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지나치게 순간적이고 감성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완전 범죄를 꾸몄다 라는 이야기도 기사에 나오긴 하는데 요즘 세상에 완전범죄를 하려면 cctv 정도는 파악하고 교수님 동선 및 청소부 아주머니들 동선, 그 시간 때의 학생들 동선 이런것들을 다 파악하고 기타 변수들 모두를 파악해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너무나 극심하게 과열된 수도권 전문연 경쟁과 교수님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 동료 연구원들은 연구가 잘 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연구가 하나도 안 되고 있는 것 같고, 취업한 친구들은 연봉 얼마 받으며 잘 살고 있는데 나는 머하고 있는가 등, 비교로 인한 열등감 문제, 등록금은 치솟고 생활비는 부족하고 월세도 오르고 등 금전 문제, 등등등, 수도권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흔하게 비슷한 문제들을 품고 있고 어떻게 보면 이들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들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모두 그 학생과 같이 테러와 같은 극단적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되겠는가. 하지만 또 이 같은 행위를 개인적 일탈로 인해 발생했다고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방법으로써, 자기의 마음을 터놓을 상대가 있다면 이 같은 문제를 어느정도 예방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급속한 자본주의 성장을 이뤄낸 우리 사회 속에서 친구, 인성보다는 개인의 영달, 도덕 보다는 돈 등 만을 추구하게 된 사회속에서, 주변 사람 모두가 경쟁자가 되어버린 상황이 되어버린 사회속에서, 우리세대에는 자기 속마음을 털어놀 친구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졌다. 심지어 가족조차 믿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 버리지 않았는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쉬운 대안으로, 대학별로 있는 학생상담센터의 역할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이런 센터들은 학부생들을 위주로 진행하는데 개인적으로 학부생들 보다는 대학원생들에게 이런 센터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대학원생은 기본적으로 교수와 학부생 사이의 존재로써, 연구원이자 학생, 근로소득자 이자 백수, 등 이런 저런 정해진 상태가 아니라 일종의 meta-stable 한 상태(? 이걸 개그라고 한건가... -.-) 라고 본다. 어떤 면에서 학부생들보다 미래가 더 불투명하다고 본다. 학부생들이야 전공에 맞지 않는 기업이나 공무원, 아니면 다른 분야의 도전, 창업 등을 생각 해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의 경우 학위를 마칠 때 쯤은 나이를 상당히 먹고 가정을 꾸린 경우가 대부분이라 선택의 폭이 상당히 좁다. 또한 전공이 다른 분야의 경우 기업 혹은 연구소에서 해당 학생들을 꺼리기도 하여 전공에 따라 취업도 쉽지가 않다. 옛날 같으면 박사학위가 있으면 대기업 취업도 잘되고 교수든 된다고 하지만 요즘은 학위가 모든 것을 해결주는 시대가 아니다. 예전에 비해 박사 학위가 넘치고 학위 가지고는 자기 전문성을 살리지 못한다.
또한 대학원생들에게 적어도 1년에 적어도 한번씩 의무적으로 대학원생 인권교육과 심리 관련 수업이나 심리 상담 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구실 안전 교육 조차 매학기 듣고 있고, 성폭력 예방 교육 역시 매학기 듣고 있는데 대학원생들에 대한 인권, 심리 문제들은 소수 몇명만 관심을 가지고 있고 정규적인 인권교육 심리 교육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점차 이들이 사회에 나가 교수, 연구자, 기업 연구원, 기업인 등이 된다고 했을 때, 정상적인 이런 교육 없이 이들의 지금 상황이 지속, 유전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소름끼친다.
지금은 딱히 다른 방안들이 생각나지 않지만, 여러가지 행정적 법적 절차를 통한 어떠한 제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사건으로 이런 문제들이 공론화 되면서 토론 토의를 거쳐 법 또는 행정, 제도적 절차가 있기를 바란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이여,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