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아침, 믿고 싶지 않은 소식을 들었다.
‘국민 배우’ 안성기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뉴스였다.
오전 9시쯤, 서울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74세의 나이로 마지막 숨을 쉬셨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고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아오던 지 6일 만이었다.
2019년부터 혈액암과 싸워오셨고, 한 차례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다시 재발 소식을 전하며 조용히 투병을 이어오셨다는 사실이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새 영화로 돌아오겠다”던 인터뷰가 떠올랐다.
2023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서
박중훈, 최민식 배우와 함께 무대에 오르던 모습에
관객들이 보냈던 긴 박수도 잊히지 않는다.
안성기라는 이름은
그저 배우가 아니라, 한국 영화 그 자체였다.
1957년 아역으로 스크린에 등장한 뒤
69년 동안 170편이 넘는 작품을 통해
성실함과 품격이 무엇인지 보여준 사람이었다.
‘바람불어 좋은 날’, ‘만다라’, ‘고래사냥’, ‘칠수와 만수’,
‘하얀전쟁’, ‘투캅스’, ‘태백산맥’, ‘실미도’, ‘라디오스타’,
그리고 마지막 작품 ‘노량: 죽음의 바다’까지.
시대마다 그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화려함보다는 묵묵함으로,
주인공이든 조연이든 주어진 역할을 끝까지 책임지던 배우.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국민 배우”라 불렀던 것 같다.
연기만큼이나 삶도 반듯했다.
영화계 권익을 위해 앞장섰고,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문화예술인으로 사회를 품었다.
38년 동안 같은 커피 광고 모델로 사랑받았던 것도
그의 신뢰와 인간미를 말해준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고
영화인장으로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고 한다.
발인은 1월 9일 새벽,
장지는 양평의 별그리다.
오늘 하루 종일 마음이 무겁다.
한 시대가 조용히 막을 내린 느낌이다.
부디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이제는 편안하게 웃으시길.
고맙습니다, 안성기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