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흥미로운 책을 봤다.
샘 해리스가 지은 자유 의지는 없다 (원제 : Free will)이다.
인간은 자기 스스로의 욕구와 이상에 따라 제각기 행동하고 살아간다.
이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명확한 증거이다.
원치 않는 것을 시키면 싫어하고 원하는 것을 추구하려고 노력하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니 이 무슨 소리인가?
나도 물론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 역시도 나 스스로를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하고 선택하는 자유의지의 현신이라 여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샘 해리스는 이와 같은 고정관념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한다.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나는 인간은 없다.
즉 인간은 본인의 탄생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난다. 그리고 태어난 국적도 부모도 가정환경도 형제들도 모두 선택할 수 없다. 이 모든 것은 부모들이 처한 환경에 달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난 인간은 부모가 준 유전자 코드를 가지고 태어나며 이 기질적 성향은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자유의지라기보다는 일종의 제품코드처럼 부모의 유전자가 각인시켜준 것이다.
이렇게 태어난 인간은 본인의 성장환경에서 여러가지 산발적이고 동시다발적인 사건을 겪으며 이를 경험으로 머릿속에 각인해두고 타고난 유전자코드와 이 경험으로 인한 반사작용을 적절히 조합해 남은 인생을 살아간다.
자유의지론은 이러한 경험이나 유전자에서부터 오는 인과성의 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활동한다는 이론이다.
과연 우리의 행동이나 사고, 가치관이 주변의 모든 영향에서부터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유의지라는 것이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같은 존재가 아닐까?
그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을 자유의지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어찌보면 이는 황당무계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껏 자유의지로 행했다고 믿었던 것들을 되짚어보면 어떤 타고난 유전적 기질과 나의 경험치를 뇌에 저장해놓고 그때 그때 산출한 일련의 프로세스이기도 하다.
이쯤되면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그리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해서 가볍게 보던 주제가 실로 무시무시한 반전을 물고 오는 듯한 오싹함도 느낀다.
이제껏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자유의지의 실체가 모호해지는 순간이다.
인간에게 자유의지란 있을까?
-by Tizi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