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아직 정리할 것도 남아있고, 비자 신청도 해야 해서 출국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처음 일본에 와서 언어 때문에 많이 힘들고 외로워서, 한국에 가고 싶다고 항상 생각했고
한국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어요.
아무래도 남편 직장 때문에 제가 한국에서 하던 일도 다 접고 갑자기 오게 돼서
일본에 머문 기간은 짧은 편이지만 우울증도 약간 겪었네요.
오늘은 아침부터 가족들 선물 사고, 남편이 혼자 있게 되니 집안일도 미리 해두고 주섬주섬 짐을 쌌어요.
드디어 기다렸던 한국행이지만, 짧은 기간에 정이 들었는지, 뭔가 아쉬운 것인지...
갑자기 별로 가고 싶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남편 때문에 일본에 왔다고 하지만, 제가 시간을 헛되이 보내서 이런 마음이 들지 않나 싶네요.
주변에 제 지인들에게 일본행 소식을 알렸을 때 대부분 부러워했었고,
저도 일본에 가면 여행하듯 지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기본적으로 공공기관에서 볼일이 가장 많은데 언어가 되질 않아서 몇 번 애를 먹으니
오히려 더 겁이 나서 밖에 잘 못 다녔었거든요.
그래서 많은 시간이 그냥저냥 흘러가 버렸던 것 같아요.
오늘은 남편이랑 저녁식사 후 바람이 시원해서 동네 한 바퀴 돌았어요.
남편이랑 자주 하는 얘기지만, '후회 없이 살자, 하고 싶은 것 하며 행복하게 살자.' 이런 주제로 대화를 했네요.
이런 얘기를 하다 보면 아직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왠지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져요.
내일 한국에 가게 되면 먼지 쌓인 타블렛을 꺼내서 경건한 마음으로 다시 만화를 그려 보려고 해요.
예전에 한동안 꾸준히 만화를 그려봤지만, 직장생활 하면서 하는 것이 힘들어서
나중에는 흐지부지되어버렸거든요.
이것저것 손볼 게 많기는 하겠지만 다시 차근차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산책하며 집 앞 도서관을 지나가는데 불이 훤히 켜져 있어요.
시원한 바람에 불 켜진 도서관을 바라봅니다. 기분이 좋아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