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겨울 즈음 발리로 떠났습니다. 서른 초반에 시작했던 사업은 뜻대로 되지 않았고 0원 하나 남지 않은 통장을 보며 하염없이 울기만 했던 제 자신이 이러다 죽음으로 끝나겠구나 싶어 사촌 언니가 사는 발리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제 얘기를 그저 듣기만 했던 언니는 본인의 여행업 일을 도와주며 같이 살아가자 했고 전 미련 없이 한국을 떠났습니다.
그림 그리려고, 혹은 배우려고 발리에 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언니가 하고자 했던 여행업은 시작하지 못했고 먹고살아야 할 것을 찾아야 했던 저는 발리 사누르 심플리부르 라는 카페에 벽화를 그렸습니다. 몇 푼이라도 벌어야 했던 간절한 마음으로 일거리를 찾았고 중국계 친구 덕에 벽화를 그리게 된 것이죠.
그렇게 벽화를 그리며 발리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1주일 정도 그림그리는 동안 작업하는 뒷 모습을 바라보던 이들이 많았고 궁금해 하기도 했습니다. 어디에서 온 사람이야? 발리니스가 아니야? 한국인이라고? 그림 그리는 한국인이야? 발리 사람들은 저를 궁금해 했습니다. 웨스턴 조차 한국인이 벽화를 그리고 있으니 신기해 했죠. 발리는 여행지로 유명한 나라다 보니 여행을 목적으로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근데 발리에 살며, 디자인이 업이고 그림을 그리는 한국사람이 발리 사누르에 있으니 신기해 하는 듯 했습니다. 저한테 자주 말을 걸고 질문 하던 한 아저씨가 있었는데, 이 벽화 작업이 끝나면 자기 집으로 오라는 제안을 받고 또 한번 발리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림만 그리며 살수 있게 해주겠다 말하며 자기 집으로 초대한 사람은 바로 발리에서 유명 kopi 코피 발리 회장님이었습니다.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많을 텐데 왜 저한테 그러시냐고 물었고 혹시 장기가 필요하느냐 묻기도 했었지요.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신 회장님은 그저 기회를 주고 싶다 하셨습니다. 코피 발리 회장님은 전시관보다 큰 사무실 1층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작업 공간을 마련해주셨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2미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숲이 있고 투명한 바다가 환상적인 렘봉안 섬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던 새들을 보며 살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혼자 앉아 있던 새 옆으로 다른 새가 오더니 함께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 순간 부스럭거리며 또 다른 새가 날아왔습니다. 그리고 또 함께 떠나고를 반복하는 것을 보며 공존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이 자연 안에 나 말고 그리고 내가 본 새 말고 많은 생명체가 있겠구나... 그리고 그들은 배신 없이 본능에 충실하며 열심히 살아가겠지. 정말 진정한 공존을 하겠지... 깊은 생각에 빠졌던 나를 기억하며, 그리고 그 순간의 감정과 상상을 떠올리며 그렸습니다.
작업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동물과 자연은 아름답습니다.
바라만 봐도 즐겁고 신기하고 묘한 무한의 감정을 가져옵니다.
1개월 2개월... 3개월... 90일 정도 걸려 마무리 한 공존은 자연을 담았습니다.
작업이 끝나고 5개월 만인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연락을 끊고 지내고자 했던 부모님과 다시 연락했습니다.
"엄마 나 처음으로 2미터 그림 그렸고
이젠 그림 그리며 먹고 살아가고 있어요."
한참이 지나 짧은 메시지가 왔습니다."대견하다. 보고 싶구나"
아빠와는 오랜 시간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연락하고 싶어도 못하지만요... 그땐 몰랐습니다.
아빠가 이렇게 빨리 세상을 떠나게 될 줄은...
coexistence 공 존
acrylic size 2mx2m
Painting by ellyjinkim in bali 2016
2018년이 되어 2016의 그림을 보며 나의 든든한 가족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지 못했던 내가 자연의 공존을 그렸구나...를 생각합니다. 가장 소중한 것은 가까이에 있다는 말 한 번쯤 들어봤을 것 같네요. 가까이에 있는 사람, 가족, 사랑하는 사람과 잘 공존하고 살아가고 있나요? 후회는 타인이 아니 나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 잘 공존하며 살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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