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는 종이책의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을 알아봤다. 장점이 더 많긴 하지만, 종이책의 단점을 조금이라도 더 보완할 수 있다면 좀 더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은 그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전자책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나도 처음엔 전자책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전자책이라니? 책은 당연히 종이책이지! 손에 들고, 어? 이렇게 침 묻혀서 책장 넘기고, 어? 읽다 보면 자연스레 책장도 접히고, 손때도 묻고 그런 맛이 있는 거지!
그런데 어느 날 전자책을 읽게 됐다.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이 대출되어서 없었는데, 마침 전자도서로는 빌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못마땅한 표정으로, 억지 춘향 심정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웬걸, 읽다 보니 전자책도 좋은 점이 너무나 많았다.
이번 글에서는 전자책의 장단점에 대해서 파헤쳐보자!
잠깐 드리는 말씀!!)
나는 한국에서는 전자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미국에 온 이후 ‘킨들(Kindle)’을 이용해서 원서들을 전자책으로 보고 있는데, 그나마 킨들 기기를 산 게 아니고 Kindle App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서 핸드폰으로 읽고 있다. 아래 내가 기술한 전자책의 장단점은 킨들을 이용하며 느낀 점을 적은 것이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전자책 단말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전자책이 좋은 점
1. 언제 어디서든 열리는 나만의 서재
전자책 단말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나만의 서재를 열어볼 수 있다. 종이책과 비교해보면 전자책 단말기가 더 가볍고 들고 다니기 쉽다. 더군다나 한두 권이 아니라 수십, 수백 권을 들고 다닐 수도 있다. 단칸방에 사는 사람도, 집에 뭘 쌓아 두는 걸 싫어하는 사람도 수천 권의 책을 소장할 수 있다.
2. 어디까지 읽었더라,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
전자책을 열면 자신이 그 전에 마지막으로 읽었던 곳을 자동으로 펼쳐준다. 꽂아놓은 책갈피가 빠져서, 어디까지 읽었더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 책갈피가 없다고 애꿎은 책장 모서리를 접어서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3. 밑줄 긋기와 메모하기가 쉽다
필기구가 없어도 책에 밑줄을 긋거나, 내 생각을 메모로 적을 수 있다. 밑줄 색깔도 노랑, 파랑, 분홍, 주황 중에서 고를 수 있고, 메모도 몇 번이고 바꿔 쓰거나 지울 수 있다. 또한 책갈피 기능이 있어서 원하는 페이지를 표시해놨다가 바로 갈 수 있다.
밑줄 긋는 색이 여러 가지인 것은 원서로 읽고 있는 내게 아주 유용한 기능이다. 모르는 단어는 노란색, 회화나 독해에서 유용한 표현은 분홍색, "오늘의 English 단어"에서 설명해주고 싶은 좋은 단어는 파란색, 기억하고 싶은 좋은 구절은 주황색 등으로 구분해서 표시해놓는다. 나중에 밑줄 그은 구절들을 죽 훑어볼 때 색으로 구분해서 찾기가 편하다.
4. 공유하기가 쉽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은 읽는 도중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바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으로 공유할 수 있다.
5. 그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종이책을 읽어야만 그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킨들은 그 책을 읽은 다른 많은 사람들이 주로 어느 부분에 밑줄을 쳤는지 알려준다. 마치 중고서적에서 다른 이의 흔적을 느끼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어느 부분에 공감을 했는지 알 수 있어서 좋다.
6. 도서 구입과 도서 대출이 편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상관없다. 머리를 사흘 안 감았어도 괜찮다. 이불 밖에 안 나가고 책을 바로 살 수 있다.
도서관에서 빌릴 때도 마찬가지다. 굳이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도서관에서 집까지 오갈 필요가 없다. 전자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집에서도 인터넷으로 (심지어 휴일이나 밤에도) 쉽게 빌리고 반납할 수 있다. 대여기간이 다 됐을 때 다음 대기자가 없으면 역시 인터넷으로 대출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7. 구입한 순간, 대출받는 순간 바로 읽을 수 있다
가끔은 한 밤중에, 느닷없이, 어떤 책이 읽고 싶어서 견딜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서점이나 도서관이 문 열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서점에서 택배가 도착하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터치 한 번이면 구입한 순간 바로 읽을 수 있다. 오, 예~!!

8. 더 이상 도서관에 돈을 갖다 바치지 않아도 된다
도서관에서 책을 자주 빌려 읽는 사람이라면 연체료로 도서관에 꽤 많은 돈을 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도서관에서 빌린 전자책은 대출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책이 반납된다. 그러니 연체료 같은 게 붙을 일이 없다. 빌린 도서를 잃어버려서 도서관에 책값을 물어줄 일도 없다.
9. 원서를 읽을 때 유용하다
모르는 단어를 바로 찾아볼 수 있는 사전 기능이 있다.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 단어를 꾹 눌러주기만 하면 사전이 떠서 알려준다. 무료 영어사전을 다운로드해서 볼 수도 있고, 킨들에 내장되어 있는 Word Wise라는 기능을 이용할 수도 있다. Word Wise는 마치 한국에서 읽었던 영한 대역본처럼 본문의 단어 위에 짤막한 단어의 뜻과 힌트를 보여주는 건데, 이 기능을 사용할지 안 할지, 힌트를 조금만 보여줄지 많이 보여줄지 등을 내가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다.
이 기능에 익숙해지면 나중엔 종이책을 보다가도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종이 위로 그 단어를 누르고 싶어진다.
10. 책이 없어도, 전자책 단말기가 없어도 책을 읽을 수 있다
혹여 책을 안 들고 나갔어도, 전자책 단말기가 없어도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책을 읽을 수 있다. 킨들이 없어도 핸드폰에서 킨들 무료 앱을 이용하면 된다. 정신은 놓고 다녀도 핸드폰은 항상 챙기니까 (-_-;;) 핸드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다.
킨들 앱을 켜면 핸드폰에서도 자신의 킨들 서재를 다 볼 수 있고, 책을 읽을 수 있다.
11. ‘호환 마마’는 무섭지만 ‘상호호환’은 좋다
전자책 한 권을 핸드폰으로 보다가, 전자책 단말기에서 보다가, 컴퓨터에서 보다가 할 수 있다. 서로 호환이 된다.
단, 킨들에서는 epub 형식의 전자책을 읽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epub 형식의 전자책은 Cloud Library나 Overdrive라는 무료 앱을 다운받아서 볼 수 있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다.
또한 기기를 바꾸더라도 자신의 킨들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항상 거기에 있는 자신의 책을 다운받아서 볼 수 있다.
12. 화면을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글자 크기, 글꼴 모양, 여백, 화면 색깔, 화면 밝기 등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기능 중 하나다. 나도 이제 노안이 올 나이다. (흑흑) 글자가 잘 안 보일 때는 크기를 더 키워서 본다.
개인적으로 글꼴은 Bookerly를 좋아한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봤는데, 가장 가독성이 좋은 것 같다. 화면 색깔은 Sepia로, 여백은 좁게, 줄 간격은 보통으로 놓고 읽고 있다.
내 경우엔 책 배경을 흰색이 아닌 sepia로 하면 눈이 안 아프게 오랜 시간 읽을 수 있다. 또한 화면의 밝기도 주변 밝기에 따라서 자동조절이 되도록 해놓으면 눈이 부시지 않는다.
13. 내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주변 사람들이 알 수가 없다
종이책을 들고 있으면 맞은 편에 있는 사람들은 겉표지를 보고 그 사람이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다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전자책은 그걸 철저히 숨길 수 있다. 주변인들의 눈에는 그저 전자책 단말기의 뒷면만 보일 테니 말이다.
전철이나 버스, 카페 같은 공공장소에서 책을 읽을 경우 가끔은 자기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들키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뜨겁게 불타오르던 그 밤>이라는 무더운 열대야에 대한 책이라던가, <조카 십팔 색 크레파스> 같은 미술책을 볼 경우처럼 말이다. 회사 상사 앞에서도 태연히 <멍멍 또라이 상사에게 대처하는 법> 같은 책을 읽을 수 있다.
(여기 예시한 제목은 지어낸 거다. 혹시라도 같은 제목의 책이 있다면 순전히 우연의 일치이다.)
14. 내 두 손에 자유를!
책은 바닥에 놓고 보면 책장이 스르르 넘어가니까 꼭 고정을 시켜야 한다. 하지만 전자책 단말기는 그냥 바닥에 놓고 볼 수 있다. 책장을 넘길 때는 손가락 하나로만 터치하면 된다. 또한 책장이 넘어가는 모습도 자신이 원하는 그래픽을 정할 수 있다. 문서 넘어가듯 넘길지, 책장 넘어가듯 넘길지.
굳이 찾아보는 전자책의 안 좋은 점
1. 손 맛이 안 느껴진다
아무리 컴퓨터 ‘맞고’를 재미있게 친다고 해도, 담요 위에 화투패를 착! 내리치는 기분이 그리울 때가 있는 것처럼. 책장을 넘기는 그 맛은 도저히 전자책이 따라올 수 없다.
2. 책장에 가득히 꽂힌 책을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맛이 없다
책을 둘러보며 이건 거기에서 샀었지, 이건 그때 읽었었지 하며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어느 책을 윗칸에 꽂고 어느 책을 아래칸에 꽂을지 책 배치하는 것도 재미 중 하나인데, 전자책은 그걸 할 수 없다.
3. 나 밖에 못 본다
누구에게 물려줄 수도, 빌려줄 수도, 팔 수도 없다.
4. 책을 읽으려다가 딴짓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기능이 없는 전자책 단말기로 볼 때는 그런 일이 없겠지만, 핸드폰 킨들 앱으로 책을 읽거나 컴퓨터로 책을 읽을 경우 옆길로 새는 일이 잦다. 책 보려고 핸드폰 열었다가 인터넷도 하고, 스티밋에 댓글도 달고, 오늘 뭘 해야 하나, 일정도 확인하고. 요새 내 책 읽는 진도가 느린 것도 상당 부분 이런 이유다. 핸드폰 켜고 스티밋으로 바로 직행... -_-;;
5. 나 책 읽는 여자야, 과시할 수가 없다(그렇다. 난 속물이다. -_-;;)
인터넷하고 싶은 충동을 겨우 억누르고 킨들 앱으로 전자책을 읽고 있더라도, 주변 사람들은 내가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줄 알 거다. 사실은 내가 우아하게 책을 읽고 있는 중이라는 걸 남들에게 자랑할 수가 없다.
전자책을 보는 걸까, 게임을 하는 걸까. 독서중이라면 그는 과연 어떤 책을 읽는 걸까?
나는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요즘엔 전자책도 꽤 좋아졌다. 희한하게도 몰입해서 책을 읽을 때는 전자책을 읽을 때도 마치 종이책을 읽을 때처럼 책장을 넘기는 손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눈이 아파서 전자책을 기피하신다는 분들도 계신데, 내 경우엔 위에서 언급했듯이 배경을 sepia로 놓고 보니 눈이 아프지 않았다. 더군다나 글자 크기를 내 마음대로 크게 키워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엔 전자책으로 보는 게 눈이 더 편할 때도 있다. (어쩌면 한번에 몇 시간씩 길게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서, 틈틈이 시간을 쪼개 읽기 때문에 눈이 불편한 줄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는 간혹 종이책과 전자책을 둘 다 빌려서, 밖에서는 휴대가 간편한 전자책으로 읽고 집에서는 종이책으로 읽기도 한다. 사실 종이책이냐, 전자책이냐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재미있는 책을 읽을 수 있고, 그 책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고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면 ‘매체’가 무엇인지는 큰 상관이 없지 않을까. 지난 달에는 책을 많이 못 읽었는데, 이제 다시 책을 좀 읽어야겠다.
브리가 생각하는 종이책의 장단점에 대해서 알고 싶으시다면, 아래 글을 클릭해주세요. ^^
[책 수다] #9. 종이책이 좋은 점, 그리고 굳이 찾아보는 종이책의 안 좋은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