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영화의 원작이 된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소설이 영화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언제 한번 거기에 대한 얘기도 해야겠다 싶었는데, 마침 zeroseok님께서 거기에 불을 당겨 주셨네요. 고맙습니다. ^^
인기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경우 소설의 인기가 흥행에 독이 되기도, 득이 되기도 하지요. 여러분은 영화를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원작 소설까지 읽어보신 적이 있나요? 아니면 반대로 소설을 읽고 감명받아서 영화까지 찾아보신 적이 있나요? 오늘의 소소한 별난 책 리스트는 영화로 만들어진 소설입니다.
1)) 영화보다 소설이 훨씬 재미있었던 책
영국으로 여행을 다녀왔던 친구가 그곳 서점에서 샀다며 "About a Boy"라는 책을 읽어보라고 빌려줬습니다. 무척 재미있다면서요. 알고 보니 휴 그랜트가 주연을 맡았던 <어바웃 어 보이>라는 영화의 원작 소설이더군요. 하지만 그다지 흥미가 당기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영화가 아주 재미있진 않았거든요. 휴 그랜트가 돈 많고 철없는 한량으로 나오고, 그가 우연히 한 미혼모의 어린 아들과 얽히면서 소동이 벌어지는 그런 영화였죠.
친구의 강요 반 설득 반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책이 너무너무 재미있는 겁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영화로 저렇게밖에 못 만드나, 싶다가도 하긴, 이런 유머는 영화로 만들기 어렵겠다 싶기도 했고요. 제가 저자인 Nick Hornby에게 반하게 된 책입니다. 저도 나중에 영어 소설을 쓰게 되면 이렇게 유머가 잔잔히 넘치는 책을 쓰고 싶어요. :)
또 다른 하나를 꼽자면 C. S. Lewis의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입니다. 원작 소설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극장에서 영화를 봤는데요. 신기한 화면 때문에 지루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굉장히 재미있게 본 영화도 아니었죠. 그래서 원작 소설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도 별로 읽고 싶은 마음은 없었답니다. 그러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려고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읽어주면서 제가 더 반했어요. 영화보다 훨씬 더 재미있더군요. 역시 소설로 보는 게 영화보다 더 나을까요? 하지만 다음 리스트를 보시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아시게 될 거예요.
2)) 소설보다 영화가 더 재미있었던 책
사실 소설보다 영화가 재미있었다기보다는, 영화보다 소설이 더 기대 이하였다고 하는 게 맞겠네요. 바로 Stephenie Meyer의 "Twilight (트와일라잇)"입니다. 영화는 그럭저럭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 보는 맛에 봤습니다.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시간 보내기엔 괜찮았고요.
영화의 원작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바로 도서관에서 빌려봤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었습니다. 저는 로맨스 소설은 잘 못 읽습니다. (왜죠? 왤까요? -_-) 제가 책에서 뭘 기대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십 대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읽고 싶진 않았거든요. 게다가 늘 나오는 지루한 설정.
여자는 예쁜 줄 모르고 있지만 사실 예쁘고, 남자는 돈 많고 잘생겼는데 오로지 그녀만 사랑하고, 심지어 뱀파이어라서 온갖 출중한 능력이 있고, 위기에 빠진 그녀를 구해주고.
책장을 겨우겨우 넘겨서 한 권을 마무리하고, 재빨리 도서관에 반납했습니다. 시리즈 물이라서 다 읽으려고 줄줄이 빌려왔었는데, 1권만 해치우고는 고스란히 반납했죠. 사실 저런 내용의 드라마는 잘 봅니다.[오늘의 English 단어] #19. 은밀한 즐거움 - Guilty Pleasure를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길티 플레져가 드라마거든요. 그러고 보니 위에 지루한 설정이라고 써 놓은 것도 전에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도깨비"와 비슷하네요. 드라마는 정말 재미있게 보는데, 왜 책으로는 읽기 힘든 걸까요.
3)) 책을 보고 영화를 봤는데 둘 다 좋았던 경우
책과 영화가 모두 다 좋았던 건 제가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 물 중 하나인 J. K. Rowling의 "Harry Potter series (해리 포터 시리즈)"입니다. 책을 먼저 읽고 완전히 해리 포터에 푹 빠지게 됐는데요, 나중에 본 영화도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6, 7편으로 갈수록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도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해리 포터에 대한 애정으로 모두 극복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전 책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7권 모두 영어 원서로 3번씩은 읽었답니다. 거기에 오디오북으로 한 번씩 더 들었고요. 하지만 나중에 시간 여유가 생기면 1권부터 다시 연달아 읽어보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아, 생각만 해도 즐겁네요. ^^ 해리포터 시리즈는 독후감을 안 쓰고 아끼고 있는데요. 나중에 7권 연달아 읽은 다음에 독후감도 써보고 싶어요.
4))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봤는데 둘 다 좋았던 경우
어느 날 영화가 보고 싶어서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극장에 가서 혼자 영화를 봤습니다. 그게 바로 "반지의 제왕 1편"이었지요. 당연히 그게 시리즈물의 1편이라는 것도, 원작 소설이 있다는 것도 모른채 영화를 봤습니다. 그런데 너무 재미있는 겁니다!!
영화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웅성웅성 이게 뭐냐고 짜증내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1편의 내용이 마무리되지 않고 끝나거든요. 아마 그 사람도 저처럼 이 영화의 후속 편이 또 있다는 걸 몰랐나 봅니다. 그런데 저는 내용이 결말 없이 마무리돼서 짜증 나는 게 아니라, 2편을 어서 보고 싶을 정도로 완전히 반해버렸답니다.
그 길로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을 사서 읽어버렸죠. 책도 영화만큼이나 아니, 더 재미있더군요. 사실 반지의 제왕은 영화와 책 중 어느 것이 더 재미있는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어요. (해리 포터는 책이 조금 더 좋거든요. ^^) 영화를 본 후 책을 봤을 때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외였습니다. 반지의 제왕이 재미있어서 그 전작인 "호빗"까지 구해서 읽었지요.
사실 이것보다 더 많은 책들이 있을 것 같은데 당장 떠오르는 게 없네요. 최근에는 영화를 많이 못 봐서 최근 소설을 못 다룬 게 아쉽고요. 다음 편에서는 대부분의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 인기 대중작가 3명의 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존 그리샴, 댄 브라운, 마이클 크라이튼입니다. ^^
덧글) 본문 중에 책 제목이 한글로 썼다, 영어로 썼다 왔다 갔다 했는데요. 영어 원서로 읽은 책은 영어로 제목을 먼저 썼고, 우리말로 읽은 책은 한글로 제목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