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할 것이 하나 있다. 스티밋 소개글에서도 “책과 영어와 글쓰기를 사랑하는 Bree입니다”라거나, "book lover"라고 써놨고, 일주일에 한 편씩 책 독후감도 올리고는 있지만, 나는 명함을 내밀 만한 쟁쟁한 독서가는 아니다. 남들은 다 읽은 베스트셀러도 안 읽은 책이 허다하고, 고전이나 명작도 별로 읽은 게 없다. 어려운 걸 싫어하고, 나와 좀 맞지 않는다 싶으면 읽다 말고 덮어버리는 성격 때문이다. 어떤 책은 너무 어려워서 안 읽고, 어떤 책은 번역투 문장이 눈에 거슬려 안 읽고, 어떤 책은 지루해서 안 읽고.. 한 마디로 책 편식이 좀 있는 편이다.
그나마 읽는 책도 거의 소설뿐이다. 그러니 방대한 양의 책을 읽는 사람이나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는 사람을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정말 존경스럽다. 하지만 내 책 읽는 스타일을 바꾸고 싶진 않다. 어차피 자기계발을 위해 읽는 것도 아니고, 숙제 검사받으려고 읽는 것도 아니고, 나 즐겁고 행복하자고 읽는 거니까. 난 그저 내가 그때그때 구미가 당기는 책만, 소수 정예로 읽을 예정이다. 그리고 그렇게 읽은 책들 중 좋다고 추천할만한 책은 앞으로도 계속 독후감을 올릴 예정이다.
엄청난 독서량 같은 거 없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독서도 아니다.
난 그저 행복하려고 읽고 있는, 편식쟁이 독서가다.
그럼 다시 이 글의 주제인 ‘별난 책 리스트’로 돌아와 보자. 책과 관련된 가장 흔한 질문은 아마도 “가장 좋았던/추천하고 싶은/감명받은 책은 무엇인가”라는 말일 것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적고자 내가 지금껏 읽은 책들을 돌아보니, 많은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서 ‘추천리스트 100’ 같은 것은 뽑을 수가 없었다. 또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앞으로 내가 읽게 될 책일 것 같았다. (지금껏 읽었던 책들 중 좋았던 책이 없었다는 뜻이 아니다. 앞으로 읽을 책이 워낙 많으니 그중에 더 좋은 책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별난 책 리스트’를 뽑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리스트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어~이가 없네~.” 싶으신 분들은 자신만의 ‘별난 책 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자, 그럼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지만, 나 혼자 재미로 작성해보는 별난 책 리스트 1편 - 지금부터 시작한다.
1. 내가 처음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읽었던 책
<닐스의 이상한 모험>
초등학교 6학년 때였던 거 같다. 그 당시 내가 즐겨 읽던 다른 책들보다 약간 더 두툼한 책이었는데, 어찌나 재미있던지 밤 12시가 됐는데도 책을 덮을 수 없었다. 기어코 책을 다 읽고 새벽에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학교에서 졸음과 싸우느라 무척 고생했었다.
출처: 교보문고
2. 결말 부분이 마음에 안 들었던 최초의 책
<빨간 머리 앤>
결말이 마음에 안 드는 책들이 종종 있다. 그중 내가 결말에 불만을 가졌던 최초의 책은 바로 <빨간 머리 앤>이다. 앤과 길버트가 사귀길 바랬는데, 책의 결말에서는 그걸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 후속작이 있으며, 후속작에서는 결국 둘이 사귀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는 걸 몰랐던 나는 왜 이대로 작품을 끝냈냐며 작가를 야속하게 생각했었다. 아마 초등학교 3, 4학년쯤 읽었던 거 같다.
출처: 교보문고
3. 권수가 가장 많은 책
<태백산맥>, <아리랑>
둘 다 대학시절 읽었다. <태백산맥>은 10권, <아리랑>은 12권. 권수는 길었지만 지루하지 않고 정말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다. 그때 내가 읽은 책들은 거의 대부분 대학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거였는데, <태백산맥>과 <아리랑>은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빌려 읽는 게 쉽지 않았다. 운이 좋아서 1권을 빌려 읽었다 해도, 2권을 다 읽은 사람이 반납하지 않거나 반납하자마자 다른 사람이 잽싸게 빌려가면 바로 뒤이어 읽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히 모든 책을 다 빌려 읽을 수 있었다. 정말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아직 안 읽으신 분이 있다면 추천드리고 싶다.
출처: 교보문고
출처: 교보문고
4. 제일 재미있게 읽은 무협소설
영웅문 시리즈 -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오빠들의 영향으로 중학교 때 무협소설을 열심히 읽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건 바로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였다. 1부인 <사조영웅전>, 2부인 <신조협려>, 3부인 <의천도룡기>. 모두 각각 8권씩이다. (내가 읽었을 당시에는 그 책이 정식으로 판권을 구입한 게 아닌 해적판이었을 거다. 제목도, 권수도 지금과는 달랐다) 이 <영웅문 시리즈>는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이걸 읽고 난 후에는 다른 무협소설을 읽을 수가 없었다. 다른 무협소설들이 하나도 재미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1, 2, 3부를 모두 좋아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3부인 <의천도룡기>를 제일 좋아했다. 1, 2, 3부 모두 두세 번씩은 읽었는데, 3부 <의천도룡기>에서 장무기가 ‘증송아지’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숨긴 채 육대 문파로부터 명교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부분은 아마 열 번도 더 읽은 것 같다. 내용을 안 잊어버리려고 각 등장인물과 이야기 줄거리를 공책에 옮겨서 정리하기도 했다. (그 정성으로 공부를 했어야 하는데.)
중학교 때 <손자병법>도 읽었는데, 나의 고사성어와 사자성어 실력은 이 <영웅문 시리즈>와 <손자병법>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처: 교보문고
주로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작성한 별난 책 리스트 1편이 끝났다. 앞으로 생각날 때마다 별난 책 리스트를 종종 올릴까 한다. 물론 1회로 끝날 수도 있다. 책 읽는 것도 내 마음인데, 리스트 뽑는 것도 내 마음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