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본문이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들이 또 있다. 바로 책 제목과 작가의 말(혹은 머리말)이다. 책의 기획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비문학 (교양서) 책 고르는 방법
사람들이 어떻게 책을 고르는지 생각해보면 내가 쓸 책도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할지 감이 온다. 당신은 책을 어떻게 고르는가? 유명 작가의 책이라거나 텔레비전에서 인용된 책들은 어느 정도 믿을 만하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고를 수 있다. 그런데 정보가 하나도 없는 분야의 책을 고를 때는 어떻게 할까?
어떤 사람들은 유명인의 추천사가 있는 책을 고른다.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책과 저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혹은 출판사를 신뢰해서 모르는 저자의 책이더라도 출판사만 믿고 책을 구매하기도 한다. 모두 괜찮은 방법이다.
나는 책을 고를 때 우선 제목을 보고, 그 다음에는 머리말 혹은 작가의 말을 읽는다. 거기에는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 책을 만들었으며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 적혀 있다. 두 세 페이지 되는 작가의 말만 읽어봐도 책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고, 작가의 필력도 가늠해볼 수 있다. 그 후에는 책의 목차를 살펴본다. 정말 머리말 혹은 작가의 말에서 얘기한 것처럼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중간에 흥미있을 만한 페이지를 한 두 페이지 읽어보기도 한다.
실제로 책을 다 읽어 보면 실망을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방법이 내게는 꽤 잘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역으로, 내가 책을 만들 때도 제목, 작가의 말(머리말), 목차에 대해서 신경을 쓰게 됐다. 듣보잡인 내가 독자들에게 어필을 하고 내 책을 구매하게 하려면 일단 제목과 작가의 말(머리말)로 시선을 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목은 어떻게 지을까?
제목을 짓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책의 내용을 잘 알려주면서도 허풍을 떨어서는 안 되고,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게 사람들의 입에 착착 감기는 말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걸 다 담으려고 애쓰다간 오히려 이상한 제목이 나오기도 한다. 제목을 지을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자.
1. 책의 내용이나 기획 의도를 알려준다.
제목만 읽고도 책의 내용이나 기획 의도를 알려주는 책이라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글 잘 쓰는 법"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고 치자. 책의 내용에 충실한 제목인 것 같지만 조금 미흡하다. 여기에서 말하는 '글'은 무엇인가? 소설을 말하는가, 보고서를 말하는가? 남을 설득하는 글인가, 내 감정을 표현하는 글인가? 소설가가 되고 싶어서 이 책을 집어들었던 독자가 책을 읽어 보니 제안서나 보고서를 잘 쓰는 법을 담은 글이라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좀 밋밋하더라도 "소설 작법", "보고서 작성법"이라는 제목이 책의 내용을 더 명확히 알려준다고 할 수 있다.
2. 독자를 오도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소설 작법"이나 "보고서 작성법"이라는 제목은 너무 흔하고 심심해 보인다. 이런 제목만으로는 독자의 간택을 받기 어려울 것 같다. 통통 튀는 재미있는 제목을 만들어 볼까?
"3개월만에 등단 소설가 되는 법", "1년 안에 부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보고서 작성법" 이런 제목은 어떨까? 아, 귀가 솔깃하긴 하다. 정말 이럴 수만 있다면! 하지만 만약 책 내용이 그 제목이 주는 기대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독자들은 큰 실망을 하게 된다.
제목에는 어느 정도의 과장이 들어가 있을 수 있다. 독자들도 그 정도는 안다. 하지만 지나치게 독자를 오도하는 건 작가의 양심과 직업 윤리의 문제다. 제목을 지을 때는 책의 내용을 크게 과장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물론 독자가 그 제목이 허풍이라는 걸 당연히 알고, 오히려 재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상관없을 수 있다.)
3. 지나치게 길거나 헷갈리는 단어는 피하자.
제목에서 모든 걸 다 알려주려고 하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다. "단시일 안에 등단 소설가가 될 수 있는 확실하고 기가 막힌 방법"이나 "알아두면 쓸모 있는 보고서 작성법"이라는 제목이라면 어떨까? 일단 너무 길다. 제목을 어디선가 보고 서점에 가서 찾으려고 해도 "짧은 기간에 등단 소설가가 되는 기똥찬 방법?" "알아두면 쓸데 있는 보고서 작성법? 알고 보면 쓸데 있는 보고서 작성법?" 이러면서 헷갈릴 수 있다.
4. 유행을 좇을 것인가, 피할 것인가.
그 시기의 유행에 편승해서 제목을 짓기도 한다. "지대넓얕(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나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과 같이 긴 제목을 줄여서 말하는 것이 유행이 되면, 똑같이 그런 것을 따라하기도 한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서점에 가서 잠깐만 둘러 봐도 "~하는 00가지 방법", "왜 지금 xxx인가?", "한 달 안에 끝내는 zz", "20대/30대/40대에 꼭 가봐야 할/읽어야 할/먹어야 할.." 이런 류의 제목들도 많다.
유행이라는 게 다 이유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좇으면 사람들 눈에 더 띌 수는 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원저의 아류작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5. 해당 분야의 다른 책들 제목도 살펴보자.
도저히 어떻게 제목을 지어야 할지 막막하다면 자신이 내려고 하는 해당 분야의 다른 책들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신 트렌드도 알 수 있으니 지나치게 동떨어지거나 뜬금없지도 않고, 또 너무 과하게 따라하지도 않을 제목을 지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많은 고려사항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규칙은 아니다. 가끔은 규칙에 어긋나는 제목이 오히려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하니까. 무엇보다 작가의 마음에 들고, 자신의 책과 가장 잘 맞는 제목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이 글에 적은 제목들은 '알쓸신잡'과 '지대넓얕'을 빼고는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지어낸 것입니다. 혹시라도 같은 제목의 책이 있다면 우연의 일치입니다. 여기에 언급된 책들에 대해 (실제 책이건 우연히 제목이 일치한 책이건 간에) 어떤 선입견도, 비난의 의도도 없었음을 밝힙니다.)
작가의 말
제목 다음으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바로 작가의 말(머리말)이다. 아무래도 제목은 짧은 두세 단어 혹은 문장으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저자의 의도를 모두 알려주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독자들의 눈을 혹하게 만드는 데 더 중점을 두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의 말은 다르다. 이건 어디까지나 작가가 자신의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1인칭 시점으로 직접 건넬 수 있는 말이다.
작가의 말에서는 책의 기획 의도와 내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는 게 좋다.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기대를 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때에 따라 주의할 점이나 경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가장 최신의 과학 이론에 대해서는 이견이 갈리기 때문에 싣지 못했다든지, 외래어 표기를 현지 발음에 맞춰 작성했기 때문에 다른 책들과는 다를 거라든지 등등.)
진심으로 눌러 쓴 작가의 말은 그 어떤 광고나 유명인의 추천사보다 더 효과적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원고 쓰느라 지쳤는데 작가의 말을 또 써야 돼?" 하며 투덜대지 말고, 책을 사이에 두고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생각하고 마음을 표현해 보자.
제가 전자책 낸 것 아시나요?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고심고심해서 지은 제목이 바로 전자책 <영어 잘하고 싶니?>랍니다. 작가의 말도 읽어보시면 제 진심이 듬뿍 묻어날 거예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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