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식 해피엔딩!
지난 몇차례 글들을 통해서 백설공주 원작 이야기와 디즈니의 각색 버전을 함께 살펴봤다. 약간 더 잔인하고 이상하고 기묘한 원작과 달리, 디즈니 버전에서는 모든 걸 아름답게 색칠해놓았다. 현대의 기준으로 보자면 아이들에게 원작을 그대로 들려주기 어려웠으리라.
오늘은 그 마지막 시간. 백설공주의 결말 부분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디즈니의 특징은 무조건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백설공주 이야기에서도 왕자의 뽀뽀 덕분에 백설이가 살아나자 거기에서 이야기를 급 마무리한다. 결혼식도 없고, 이후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지 아무런 언급도 없다. 그저 죽었다 살아난 것에 대해 환호하면서 왕자와 백설이가 궁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보여준다.
백설공주가 살아났다! 만세~! 이걸로 해피엔딩~!!
출처: 디즈니
그런데, 가만. 새왕비는 어떻게 됐냐고?
왕비의 최후, 디즈니 버전: 추락사
새왕비가 백설공주에게 독사과를 먹인 날, 광산으로 일을 하러 가던 난쟁이들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 왠지 육감이 이상했던 것. 그런데다가 갑자기 동물 친구들이 달려와서 그들이 일을 하러 가지 못하게,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돌려세운다. 너무나 디즈니스러운 전개이긴 하지만, 못된 새왕비가 백설이를 해치러 온 걸 알게 된 동물 친구들이 황급히 난쟁이들을 데리러 갔던 것이다.
그래서 난쟁이들은 광산으로 가지 않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때마침, 백설이를 쓰러뜨리고 막 돌아가려던 새왕비와 딱 마주친다.
사슴을 타고 새왕비를 쫓아가는 난쟁이들.
출처: 디즈니
하필 이때 비까지 쏟아지고. 마치 천벌이라도 내리듯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이 새왕비가 서있던 절벽의 바위를 무너뜨린다. 바위와 함께 아래로 떨어져서 죽음을 맞이하는 새왕비.
동물들과 새들의 공격, 그리고 벼락 때문에 추락사하는 새왕비.
출처
왕비의 최후, 원작 버전: 끔찍한 형벌
아무리 못된 왕비라고는 해도 절벽에서 떨어뜨려 죽이다니, 너무한 거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원작에서의 왕비는 그보다 더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다.
일단 원작에서는 왕자와 백설이가 함께 궁으로 돌아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왕자가 한 입으로 두 말하는 타입은 아니었던지, 궁으로 돌아가자마자 둘이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갑작스러운 결혼식이었지만 졸속으로 올리긴 싫었는지, 둘은 수많은 사람들을 결혼식에 다 초대하는데 그 중 백설이를 죽이려고 했던 새왕비도 포함되어 있었다.
평소와 똑같이 거울에게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하고 물었던 왕비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오늘 결혼할 왕자의 신부입니다."라는 대답을 듣고 화가 난다. 그 왕자의 신부가 백설이라는 걸 알 리 없는 왕비는, 기껏 백설이를 해치웠더니 또 누가 예쁘다는 건가 짜증은 내면서 백설이의 결혼식에 도착한다.
예전 독일 동화의 삽화. 백설이의 결혼식에 도착해서 놀라는 새왕비.
왕자의 신부가 다름아닌 백설이라는 걸 안 왕비는 질투와 분노로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서 백설이를 죽이려고 하는데. 자기 나라도 아닌 다른 나라에서, 그것도 왕자의 신부를 결혼식날 죽이려는 시도가 성공할 리 만무하다. 새왕비는 그 자리에서 궁의 병사들에게 붙잡히고 만다.
자신의 신부를 죽이려고 한 새왕비에 격분한 왕자는 즉시 새왕비에게 새빨갛게 달군 쇠구두를 신기는 형벌을 내린다. 뜨거운 신발을 신고 몸부림치던 새왕비는 결국 죽게 된다. (원작에는 그 신발을 신고 춤을 췄다고 나와 있는데, 발이 뜨거우니 몸부림치며 움직이는 걸 '춤을 춘다'고 표현했다)
뜨거운 구두를 신고 혼이 가출한 왕비. ㅠ.ㅠ
작가: Ian Beck 출처
저렇게 새왕비가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 뒤, 태연하게 결혼식을 끝마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다는 백설이도 만만치 않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_-;;
백설공주 원작 이야기와 디즈니 동화의 비교는 여기에서 끝입니다. 다음엔 또 다른 이야기 들고 올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