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은 날씨가 1년에 얼마나 될까요-
서울이 완전 안개 속에 잠겼네요.
하루 종일 흐린 날에 송송 뿌려지는 물기운 미스트 :)
오늘은 기분이 좋아요.
사실 흐린 날을 정말 좋아해요.
겨울을 좋아하지만 눈보다는 비를 좋아하지요.
금방이라도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불안감이
오히려 포근함을 주는 듯 해요.
밖에 있는 촉박한 시간 속 틈을 참지 못하고
핸드폰으로 글을 남겨요.
보라색을 좋아하는 제게
화이트데이 깜짝 선물로 꽃다발을 주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소한 걸
누군가가 기억해준다는 건 굉장히 큰 사랑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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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와서, 우리들 삶 속으로 사랑이 와서, 그리움이 되었다.
사랑이 와서 내 존재의 안쪽을 변화시켰음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사라지고 멀어져버리는데도 사람들은 사랑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사랑이 영원하지 않은 건, 사랑의 잘못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의 위력이다.
시간의 위력앞에 휘둘리면서도 사람들은 끈질기게 우리들의 내부에 사랑이 숨어살고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아이였을 적이나 사춘기였을 때나 장년이었을 때나 존재의 가장 깊숙한 곳을 관통해 지나간 이름은 사랑이었다는 것을.
#신경숙 #아름다운그늘
조금 많이 우려먹은 신경숙의 산문집을 다시 인용하고 싶어져요.
사실 이 구절에 끌려 신경숙의 아름다운 그늘을 샀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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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 밤 롤을 달린 흥분이.
동생 생일 기념 무한리필 소고기를 2시간 달렸음에도
오늘 아침 기분 좋게 화장실을 다녀온 내 장의 낯선 건강함이.
올해 처음으로 스타킹을 벗고 긴 치마 속 맨다리로 집을 나온 해방감이.
집에 갈 때 쓰기 위한 흐린 날씨 속 나를 숨겨줄 야구모자를 챙겨나오면서 눈화장을 하지 않은 자유가.
흐린 날을 만나 더욱 기분좋아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