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늦가을.
한 대학 친구 H의 추천으로 한 게임회사에 들어 갔고,
저는 H 그리고 저보다 먼저 입사한
또 다른 대학 친구 Y와 같은 팀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 회사에서는 3개월의 수습기간이 있었고요.
제가 막 입사했을 당시
친구 Y는 아직 수습 사원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새벽 늦게 퇴근하는 날들이 많았고요.
저도 입사 1주일이 지난 후
거의 매일 야근을 하며 지냈습니다.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했죠.
야근, 특근이 잦아지면서 불거진 가장 큰 문제는
가족들이 버티지 못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마누라는 직장을 다니면서
집안일, 아이 문제로 혼자서 감당해야 했구요.
아이가 아빠를 보지 못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가족에 신경쓰려 하면,
회사 일정을 맞추기 어려웠습니다.
총체적 난국이었죠.
당시 저는 밤 10시가 되면,
무조건 퇴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야 잠시라도 아이의 얼굴을 볼 수 있고,
밀려 있는 집안 일들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매일 새벽 늦게까지 퇴근하던 그 친구는
수습에 통과할 수 있었지만,
저는 다른 회사를 알아봐야 했습니다.
퇴직 직전에는 야근이 줄어들어
다들 일찍 퇴근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더 아쉬울 수 밖에 없었죠.
같이 일했던 친구들의 근황을 알아보니
모두 회사를 떠났더라구요.
H는 아예 다른 데로 떠났고,
Y는 같은 계열의 모회사로 옮겼습니다.
H는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지만,
Y는 더 좋은 대우를 받게 되었죠.
새벽 늦게까지 퇴근하던 Y를 생각해보니
고비를 넘겨야 결실을 맺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잘 버텼더라면 어땠을까?
잘 버티기 위해 가족을 외면하는 게 옳았을까?
그랬더라면 나도 높은 연봉 받으며
괜찮게 살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고생만 계속 하다 포기했을까?
머리 속이 복잡해지더라구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가족을 외면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면에 직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가족을 뒤로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들과 같이 일하며 많은 혼란이 있었습니다.
나의 선택이 옳은 건지...
그들의 선택이 옳은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