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대 중후반에 100 여명의 작은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당시 전산실은 3명이 운영하고 있었고 나와 내동기는 어리버리 상태로 팀장 1, 팀원 2명의 전산부서 내에 배정되었다.
5명의 전산실이라는게 다들 어느정도 짐작하겠지만 별의 별 일을 다 해야한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하루에 세네시간정도의 개발 노동만 꿈 꾼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루는 랜선을 찝고(만들고), 하루는 프린터를 설정해야했으며, 또 어떤날은 서버실에서 하루종일 직원들의 PC포맷만 하기도 했다. 물론 서버 작업으로 혼자 IDC라도 갈때면 소풍이라도 나가는듯 즐겁기도 했다. 서초 IDC 센터 가는길에 벚꽃길은 감정이 메마른 나조차도 감성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했으니까. 그러면서 개발도 했다. 내 생각에 개발이 60%정도 였던 것 같고 나머지 기타 제반 업무가 40%정도 되었던 것 같다. 3년 정도 그렇게 일을 했는데 지나고보니 나에게 참 많은 것을 준 시간같다. 얇고 넓게를 몸소 체득한 시간이었다. (지금은 쪼금 더 큰 회사라 개발만 한다.)
어떤 여 직원들은 나에게 형광등을 갈아달라고 하기도 하고 모니터 전원을 빼놓고 안켜진다며 투덜거리기도 했다. 전파사나 철물점을 생각하기라도 했던걸까? 몇년이 지난 후 돌이켜보니 여직원들이 이성적으로 나에게 관심을 표한게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와이프에게 자랑하기도 한다. 사실 와이프도 그때 그러다가 만났으니 완전히 틀린말은 아닐것이다.
이렇게 잡다한 일을 다하며 신입 시절을 보내던 중 회사 생활 중 가장 큰 사고를 치고 만다. 전산 시스템이라는게 늘 그렇듯 완벽하게 돌아갈 수 없는 노릇이다. 외부요인이든 내부 프로그램 탓이든 말이다.
그날도 늘상 발생하는 건 중의 하나였다. 고객정보 중 일부가 꼬인것이다. 당시 DB는 Mssql로 되어있었고 나는 평상시대로 고객정보를 수정 처리하기위한 쿼리 문을 만들었다.
update 고객정보
set aa=bb
where cc=dd
와 같은 식이었다.
고객정보 수정(쿼리)문을 실행했다. 평소보다 오래 걸렸지만 곧 처리가 될거라 생각했다. 잠시 후 나는 몇십만의 고객 정보 수정 완료 메세지를 보았고 순간 하늘이 노래지는것을 느꼈다.
당시 수정조건(where)을 빼먹고 전체 고객정보를 수정해버린 것이다!
몇번이나 몇십만의 고객정보 갱신 숫자를 다시 쳐다보았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식은 땀이 흐르며 볼과 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몇번이나 속으로 '가서 말해야 해, 말해야 해!!' 되뇌었지만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심호흡을 속으로만 크게 몇번 한 후 팀장에게 갔다.
팀장 앞에 서니 맥박이 더욱 빨라지고 입안이 바싹 말랐다.
팀.. 팀장님.
어 왜?
제가 전산요청 처리하다가 고객정보 업데이트 실수로 고객정보 전체에 쳤습니다...
심장이 터질듯 했다. 팀장이 날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번엔 몸안에 수분도 말라간다. 미이라가 되는 기분이다. 수초가 수년처럼 느껴졌다. 차라리 욕이라도 입을 떼주길 원할 정도였다. 마침내 팀장이 입을 열었다.
으이구 어쩌다 그랬어? 알았어.
어디론가 전화를한다.
신팀장, 난데 지금 업무 좀 중단 시켜줘. 어. 바로. 어. 한 30분이면 돼. 연락할게. 어. 땡큐
팀장은 숙련된 조교처럼 복구를 진행했고 난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니가 드디어 첫사고를 제대로 치는구나. ㅋㅋㅋ
팀장이 웃었다. 난 우물쭈물 아무 대답도 못했다.
실수는 할 수 있어. 담부터 안그러면 돼. ^^ 그리고 너가 바로 와서 이야기를 해서 빠르게 처리한거야. 다음에도 이런일 생기면 바로바로 이야기 해야한다. 난 거짓말하거나 감추는 사람을 가장 싫어하거든. 이것만 명심하렴.
10여년이 지난 지금 기억을 떠올리며 적으니 정확한 대사는 아니지만 내용은 백프로 맞다. 아직도 기억하며 내 회사생활 기준 중 하나가 되었다. (이 말을 듣기전의 성격도 팀장의 이야기대로였긴하다. 그래서 더욱 공감했던 것이겠지만...)
첫번째는 같은 실수를 안하도록 좀 더 노력하게 되었다. 그 기준을 내 자신에게 두번으로 부여하고 타인에게 세번으로 부여한다.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같은 실수를 두번할때는 누군가의 비난, 질타보다 자괴감에 훨씬 더 괴롭다. 나 자신과의 다짐이 깨지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거짓말과 감추질 못한다. 근데 그때 팀장님의 말은 신입사원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었나보다. 연차가 좀 들다 보니 거짓말과 감추는 건 때론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상처입지 않아도 될 타인에게 상처를 줄때도 생기고 내 주변인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하며 나 자신도 타인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뭐 성격이라는게 바뀌는 것도 아니니... 좀 더 유순해지려고 노력중이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신입사원 때의 끔찍했던 실수를 떠올리며 일기처럼 적어본다.
'팀장님 그때 따듯한 말씀 감사합니다! 실수를 먹고 제가 이만큼 컸습니다. ㅎㅎ'
나름 실수의 기준 덕인지 회사에서 안짤리고 생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뻘글의 결론은 제목과 같습니다.^^ 스티밋에는 사회초년생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회에 각자 자리들을 잡으신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신입때 느꼈던 감정을 많은 신입들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신입사원은 실수를 먹고 자랍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