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
8월부터 앞으로 월간 일기(월기?)를 쓰기로 다짐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새로운 달이 돌아왔다.
지난달에는 약속은 많을수록 지키기가 어렵다며 간단하게 세 가지를 다짐했었다: (1) 운동을 6개월간 꾸준히 해보기, (2) 잡지를 꼭 끝까지 읽고 버리기, 그리고 (3) 취미생활을 포기하지 말기.
지난 한 달간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일찍 일어나 출근을 하기 전에 gym에서 헬스를 시작한 것이다. 나는 보통 9시에 9시 반 까지 출근을 하는데 70분 정도 운동을 하려면 아무리 늦어도 6시 반에는 일어나야 했다. 지난 몇 년간 생활패턴이 망가져 일찍 일어나는 것이 쉽지 않았고 또 늦잠을 자다 못 간 날도 있었지만 지난 6주 동안 1주일에 4-5번은 아침에 운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헬스를 제대로 해본지가 오래됐고 또 마른 체형이라 스팀잇에 계신 고수님들과 비교하면 턱도 없지만 그래도 워낙 초보라 그런지 몸이 변화되는 것이 금세 느껴져서 좋았다. 게다가 탄수화물을 줄이며 고단백질 식사를 병행하니 오히려 20대 때보다 체력이 훨씬 좋아졌다. 아무튼 요즘 컨디션 최상이다.
요즘 뉴욕에서 사는 것에 대한 여러 회의감과 좌절감이 드는 와중 헬스를 통해 스트레스를 태워버릴 수 있음에 참 감사하다. 삶의 많은 것들과 달리 운동만큼 노력한 것에 비례해 결과가 정직하게 나오는 것도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중이다. 부디 10월 초에 글을 쓸 때도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적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렇게 6개월을 이어가다 보면 좋은 변화들을 꾸준히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잡지는 이코노미스트와 한국 GQ 두 개를 구독 중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주간지인만큼 정보를 빠르게 전달받기는 어렵지만 세계 여러 이슈들을 큐레이션 해준 뒤 더 상세한 editorial을 제공해 줘서 좋다. 끝까지 다 읽지 못할 때도 많지만 출퇴근 길에 짬을 내 기사를 몇 개씩 읽으려 노력 중이다.
게다가 가장 최신호에는 분기 특집으로 암호화폐를 다루기도 했다. 세상 사람들이 암호화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느낄 수 있어서 흥미로웠는데 다른 글로 이에 대한 생각도 정리해보고 싶다.
한국 GQ는 편집장이 바뀌며 변한 부분이 많아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의 든든한 동료다. 패션잡지지만 유독 Food와 Drinks 섹션에 흥미가 더 간다. 재미있는 에세이와 Travel 섹션에 등장하는 호화로운 호텔들의 사진은 덤이다.
사실 패알못이라 스타일링을 배우고 싶어 GQ를 구독했지만 정작 본 목적에는 가장 소홀한 것 같다. 갖고 싶은 아이템이 나올 때마다 그저 열심히 페이지를 북북 찢어 스크랩만 하고 있는 중이다... 운동처럼 꾸준히 하면 뭐라도 될 것 같아 계속 삽질을 하는 중이다.
몇 년 전에 죽기 전 꼭 해보고 싶은 취미들을 적어본 적이 있었다. 독서, 글쓰기, 칵테일 만들기, 그리고 DJ와 같이 젊은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보는 목록들이었다. 그중 8월에 글을 쓰며 떠올렸던 것은 독서와 글쓰기였다.
원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스마트폰이 손에 익은 이후로 독서를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퇴근을 하면 쉬어야 한다는 핑계로 책보다는 폰에 손이 먼저 갔고 주말에는 잦은 술 약속에 책을 읽을 수 있는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큰 마음을 먹고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피케티의 [자본론]을 구매했지만 자기 전에 침상에서 읽기는 너무 무거웠다 (그리고 어려웠다).
결국 서랍 깊숙이 넣어뒀던 킨들을 꺼내 Jocko Willink라는 사람이 쓴 [Extreme Ownership]이라는 책을 읽는 중이다. 미국 Navy Seal 출신이 리더십에 관해 쓴 책인데 자기개발서인 만큼 큰 영감은 없지만 저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내 삶에 discipline이 더해지는 느낌이라 나름 만족하고 있다. 원하는 만큼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독서를 시작했으니 일단 성공이다. 이 분에 대한 글은 다음번에 적는 걸로.
목표한 네 가지 중 세 가지는 어느 정도 달성했지만 마지막인 글쓰기는 철저한 실패였다. 스팀잇을 통해 월가 이야기를 중심으로 계속 글을 써나 가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스팀 시세가 떨어진 것도 한몫했겠지만 그것보다는 내 의지가 약했던 것 같다.
사실 6시 반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출근을 하고, 귀가해 집안일을 마치면 늦은 저녁시간이 된다. 일찍 일어나는 것의 유일한 단점은 저녁만 되면 피곤이 몰려온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밥을 먹은 후 소파에 앉아 폰을 집어 들게 되고, 어영부영하다 보면 독서를 하고 자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주말 같은 경우에는 약속을 덜 잡고 시간표를 짜서 그대로 움직이면 글을 쓸 시간이 나오겠지만 "내가 수도승도 아니고 굳이 이렇게 빡빡하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늘어지게 마련이다. 결국 운동이, 잡지, 그리고 독서만큼 글쓰기에 대한 내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만큼 절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스팀잇을 처음 접했을 때는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또 퇴근을 한 다음에도 짬을 내 퇴고를 했었다. 그러다 하루라도 접속하지 못하면 금단현상에 손가락이 근질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내 열정이 떨어지고 다른 일들에 우선순위가 밀리자 한 두 번씩 접속을 하지 않게 되었고 나중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게다가 스파업을 하니 보팅 큐레이션 만으로도 스파를 어느 정도 쌓을 수 있게 되었다. 현재 2,500 스파 기준 일주일에 2.5 스파, 즉 한 달이면 10 스파 정도를 큐레이션 보상으로 챙기고 있다. 굳이 시간을 들여 글을 짜내지 않아도 클릭 몇 번이면 기본적인 채굴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헬스를 통해 신체 건강을 챙기고 독서를 통해 정신 건강을 챙겨야 하듯 글쓰기를 하지 않으니 영혼이 메말라갔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다시 글과 담을 쌓고 지내게 될 것 같아 힘을 내 다시 스팀잇에 접속을 했다.
버릇처럼 말해 이제는 얘기를 꺼내기도 부끄럽지만 월가 시리즈를 계속해서 연재하려고 한다. 현재 스토리상 중간 지점까지 왔는데 인터뷰 부분이 기억이 잘 나지 않아 writer's block이 걸려있는 상태다. 이 고비만 잘 넘기면 여름 인턴 얘기는 조금 더 수월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어려울 때일수록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정진을 해야겠다. When the going gets tough, the tough get going..
그 외에도 코인베이스와 비트렉스를 통해 비트코인을 사서 스파업을 한 방법도 글로 적어보고 싶다. 한국에 계신 분들이 원화로 스팀을 곧바로 구매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방법이 조금 복잡했는데, 다른 분들은 내 글을 보고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 한다. 비트코인 가격을 보고 있자니 아마 조만간 2차 스파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2차 구매와 함께 그 글을 준비해 보려고 한다.
눈팅만 하고 지내는 몇 주 동안 반가운 분들이 댓글을 남겨 잘 지내냐고 여쭤봐 주셨다. 답글을 못하고 있었지만 나를 잊지 않아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혹시라도 내가 스팀잇을 떠났을까 걱정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스팀잇은 아예 떠나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스파업을 하고 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고 앞으로 스파가 커질수록 더 그렇게 느껴질 것만 같다. 예전에 다핑님과 약속을 했듯 나는 이곳에 마지막까지 머물러 있는 사람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Proof of Work도 있고 Proof of Stake도 있고 이제는 심지어 Delegated Proof of Stake도 여럿 있다. 하지만 Proof of Brain은 스팀잇에서만 존재한다. 나는 이 컨센서스 방식이 우리 사회를 크기 변화시킬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 변화의 선구에는 스팀잇이 있을 거리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