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지만 출근했습니다.
거래처에서 작업할 수 있을 정도만 일을 해놓고 나니 벌써 저녁이 다 돼가는 시간이군요. 작업하던 파일을 서버에 백업해 놓고 퇴근하려다 잠시 키보드를 두드려 봅니다.
저는 소설가로 살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글은 작가라고 할 만큼 쓰지 못 합니다. 열심히 쓴 소설을 여기저기 올려봤지만 늘 실패했지요. 완결된 소설을 투고도 해봤고, 공모전에도 내봤습니다. 모든 공모전에서 예선 탈락했고, 모든 출판사가 출판을 거절했습니다. 최근 한 작가의 에세이를 읽다가 공모전에 수년간 도전했던 내용에 슬픔이 몰려왔습니다. 나도 저만큼 도전하면 되겠다가 아니라 저만큼이나 도전해도 등단 못하는 작가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슬펐습니다.
'당신 글(소설)이 좋으니 우리 플랫폼에 올려보지 않겠냐'라는 제안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여기저기 올리다 보면 누군가의 눈에 들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어느 플랫폼도 날 작가로 초대하진 않았거든요. 정식으로 웹 소설 작가로 사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소설이 아니더라도 어딘가에 고정적으로 글을 올려 밥벌이를 하는 직업 작가들은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그들이 부러울 때마다 '왜 나는 잘 하지도 못하는 걸 하려고 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내 소설의 적극적인 지지자였던 아내도 요즘은 내가 소설을 안 쓰길 바랍니다. 그래서 몰래 씁니다. 하하하하.
며칠 전, 내 글은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인기가 많다고 썼습니다. 그래서 소설은 이제 그만 쓰고 경험담을 써야 하나 싶습니다. 그런데 막상 쓰려니 또 막히네요. 그래서 그냥 시시콜콜한 일상 얘기를 그냥 생각 없이 써보려고 합니다. 하루 종일 회사에 처박혀서 야근에 철야를 하고 있어서 쓸 얘기라곤 일 얘기뿐일 수도 있겠네요. 이런.
저는 책 파워블로거입니다. 출판사들이 책을 많이 보내줍니다. 다 읽진 않고, 그중에 마음에 드는 책만 골라 읽고 책리뷰를 씁니다. 얼마 전 <이제, 글쓰기>라는 책이 왔습니다. 판형도 작고 두께도 얇은 정말 작은 책입니다. 책표지에 "작가가 되는 것은, 단순하지만 중요한 믿음에서 시작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아~~ 뭔 말이지? 이해가 안 됩니다. 아~~ 나는 말을 어렵게 하는 걸 싫어하는데. 이해는 안 되지만 책 뒷면을 봤습니다. '제인 고인스(이 책의 저자)는 회의감에 빠진 무명작가에서 어떻게 프로 작가로 거듭났는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고,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플랫폼을 구축하는 실제적인 방법을 단계적으로 설명한다.'라고 적혀 있네요. 뭐,,, 글쓰기 책마다 비슷한 주장을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 당신은 글을 프로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책 대로라면 저는 이미 프프프프프프로 작가가 돼 있어야 할 테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뭐 이 책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래도 글쟁이는 이런 뻔한 속임에 넘어가서 책을 펼칩니다.
요즘 회사일이 많이 힘듭니다. 주 2~3회 철야 중입니다. 제가 작업 중인 폴더 이름은 '재재재재재디자인'이며 파일명은 'a18'입니다. 파일명이 너무 양반스럽네요. 예전에 함께 일했던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하도 바꿔서 퇴사하기 전 마지막 프로젝트 파일명을 이렇게 해놓고 퇴사했습니다. '씨발디자인' ㅎㅎㅎㅎㅎ 저는 파일명이 너무 마음에 들어 그 파일명을 고치지 않고 전 부서에 공유했습니다. 제가 그 디자이너 엄청 싫어했거든요. 저도 약간 똘끼가 있나 봅니다.
울 아들은 아직 말을 못 합니다. 요즘은 말을 못 하는 이유가 저 때문인 거라는 믿음이 강해집니다. 아들은 머리가 많이 나쁘기도 합니다. 기억력이 엉망이지요. 저도 기억력은 최악입니다. 고딩때 성적표가 수수수수수수수수가수수수수수수수였는데 '가'가 영어였지요. 영어 단어가 안 외워져서 '가'였습니다. 아이큐는 104입니다. 평균 이하지요. 저는 초딩때만 해도 '나는 바보인가?'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습니다. 받아쓰기는 10점 20점이었고, 구구단도 4학년 때 맞아가며 외웠습니다. 나눗셈은 중학생이 돼서야 했으니 머리고 돌인 건 분명했나 봅니다. 그런데 중학생 이후론 공부를 잘했습니다. 뇌가 좀 늦게 트인 것이죠. 아내는 애가 아빠 닮아서 뇌가 늦게 트이는 거라면 좋겠다고 합니다. 자폐증이 아니라 그냥 아빠 닮아 그런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요.
아내는 저와 반대로 다혈질입니다. 아들을 강하게 키우고 있지요. 아들은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고 가장 무서워합니다. 말 안 들으면 엄마 성질 맛을 보거든요. 울 아들에겐 엄마가 무서워 다행입니다. 엄마만 컨트롤 되는 울 아들. ㅎㅎㅎ 어젠 드디어 '엄마 마이쮸 주 세...... 요'를 했습니다. '줘' '해줘'만 몇 달을 하며 발전이 없다가 드디어 맞아가며 배웠더군요. '해줘'도 디지게 맞으며 배웠는데 아주아주 천천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아직 '요'를 2~3초 후에 말하긴 하지만 그래도 '해줘'가 아니라 '마이쮸... 주... 세.........요.'라고 '주세요'를 끊어서라도 발음하긴 해도 말하긴 하는 거니 희망이 보이네요.
아~~~ 이런, 6시다. 퇴근합니다. 아무 말이나 지껄이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