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고귀한 것이다. 감히(?) 건너뛰고 읽다니?
한글책도 그렇지만 영어책을 읽는 게 힘든 이유는 바로 책을 읽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렇다.
- 어디 가서 나 이 책 읽었어, 라고 말하려면 그래도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하는 거 아닌가?
- 저자는 아주 오랜 기간 고민을 해서, 단어 하나 고를 때도 몇날을 고심하다가 글을 썼을 텐데 그걸 내가 이렇게 설렁설렁 보면 안 되는 거 아닌가?
- 좀 지루한 부분이 나와서 건너 뛰었는데, 그러면 그 책을 읽었다고 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이런 마음 때문에 사람들은 책을 한번 펼쳐들면 그 모두를 샅샅이 다 읽어야 하고 다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어책의 경우는 더하다. 해석이 안 되거나 이해가 안 가서 멈추면 왠지 공부가 되지 않는 것 같다. 그 책의 80~90%를 이해해서 많은 걸 배웠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10~20%를 이해 못했으면 그 영어책은 자신에게 실패작으로 각인된다.
책을 다 이해 못하고, 이렇게 띄엄띄엄 읽어도 되나?
뭐, 이런 책을 다 읽니?
읽으라고 만들어놓은 책인데도 읽고 있으면 왠지 소심해지는 책이 있다. 어디에 가서 '나 책 읽어요.'하려면 뭔가 대단하고 철학적이고, 깊이 있는 책이어야 할 것 같다. 가벼운 웹소설, SF소설, 장르물, 사진집, 만화책, 그래픽 노블(만화랑 거의 같지만..), 잡지 등을 보는 건 왠지 고귀한 '독서' 활동에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 아니, 나는 그것도 훌륭한 독서생활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게 꺼려진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이런 주제의 책을, 읽어도 되나?
책에서 멀어지는 진짜 이유
어쩌면 우리가 책을 안 읽는 이유는 이런 것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책이 지루하고 어려워서 힘들어도 참고 읽으려고 했더니 점점 책을 펼치기가 귀찮아진다. 내게 30분의 여유 시간이 있을 때 TV를 보며 느긋하게 놀고 싶지 머리를 싸매고 책과 씨름하고 싶지 않다. (사실 이 표현에 모든 게 다 나와 있다. 우리는 TV를 보기 위해 씨름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책과는 씨름을 한다.)
독서를 한다고 하면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어렵고 현학적인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런 고정관념이 우리를 책에서 멀어지게 하는 건 아닐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책, 띄엄띄엄 읽어도 된다. 설렁설렁 봐도 된다. 군데군데 봐도 된다.
마음에 안 맞는 책이라면 읽다가 던져 버려도 된다. 끝까지 안 읽어도 된다. 좋아하는 책만 읽어도 된다.
다, 된다.
마음 가는 대로 읽자!!
그래서, 여기 독자의 열가지 권리를 알려드리려고 한다. 다니엘 페낙(Daniel Pennac)이라는 작가가 쓴 글에 나오는 것인데, 우리 모두에게 아주 소중한 가르침을 주는 권리이다. 한글책은 물론이거니와 영어책을 읽을 때도 이 독자의 권리는 어김없이 해당된다.
나도 영어책을 읽을 때 독자의 권리를 십분 만끽하고 있다. 여러분 모두 나처럼 이 독자의 권리를 마음껏 누리시길!!
독자의 열가지 권리 The rights of the reader
- 책을 읽지 않을 권리
- 건너뛰며 설렁설렁 읽을 권리
-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 읽은 책을 또 읽을 권리
- 뭐든지 읽을 권리
- 책을 현실과 혼동할 권리
- 어디에서건 읽을 권리
-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특정 페이지만 읽을 권리)
- 크게 소리내어 읽을 권리
- 읽고 나서 아무말도 하지 않을 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