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커넥츠라는 앱에서 영어를 가르치게 됐는데요. 거기에 대해 소소하게나마 일상에 대한 기록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쉽고, 짧고, 재미있고, 저작권이 없는...
지난 시간에 말했듯이 커넥츠에서 영어원서 읽는 퀘스트(일종의 스터디)를 진행하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교재였다. 재미있는 책, 현대 영어와 실생활 회화를 배울 수 있는 책, 쉬운 책은 동시대에 나온 동화들이다. 하지만 이런 책은 저작권 문제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웬만큼 인기가 있거나 인지도가 있는 책들은 번역되어 나온 책들도 많았고, 한국에서 수입해와서 파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섣불리 그런 책들을 교재로 쓸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저작권이 소멸된 예전 책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저작권은 나라마다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미국에서는 (아마 한국도 마찬가지인 걸로 알고 있다. 정확하진 않지만.. ^^;;) 저자 사후 70년이 지나면 저작권이 소멸된다. 출간된지 70년 후가 아니라, 저자 사후 70년이다. 그러다보니 저작권이 소멸된 책들은 1800년대로 넘어가기 일쑤였다.
이렇게 예전에 쓰인 책은 문어체나 만연체가 많다던가, 지금은 안 쓰는 단어들이 나온다거나 해서 교재로 쓰기에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퀘스트라 너무 수준을 어렵게 잡을 수도 없고, 재미도 있어야 하고, 저작권은 없어야 하고. 교재를 고르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원서 교재들 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저작권 소멸된 책 중에 그나마 재미가 있고 많이 알려진 책이니까. 하지만 이 책도 난이도가 마냥 쉬운 책은 아니다. 더군다나 일주일 단위로 이어지는 퀘스트에서 다루기엔 책이 너무 길다!
잭과 콩나무
그렇게 고르고 골라서 건진 동화가 "잭과 콩나무"였다. 일단 "쉽고, 짧고, 저작권이 없는"에는 딱 적합했다. 좀 길게 가져간다 해도 2주면 동화 하나는 읽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재미"였다. 어릴 때 읽었던 동화인데, 한번쯤은 다 들어본 건데, 과연 사람들이 재미있어 할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동화들은 워낙 오래되었기 때문에 저자가 누군지도 확실치 않을 뿐더러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그 말은 내가 맘대로 내용을 조금 바꾸거나 편집해도 상관없다는 뜻이다. 나는 "잭과 콩나무" 동화를 찾아서, 어려운 옛날 표현은 요새 표현으로 바꾸고, 너무 어려운 문장은 쉽게 새로 썼다. 실생활 표현을 일부러 넣기도 하고, 문장 길이나 내용의 템포도 적절히 조절했다. 기존에 존재하는 걸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 내가 일일이 편집하고 새로 써야 했기 때문에 시간은 좀 걸렸지만, 나름대로 "쉽고, 짧고, 재미있고, 저작권이 없는" 교재가 완성됐다! (그래봤자 2주 쓰고 끝나지만.. ㅠ.ㅠ)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
처음에는 동화로 공부하는 걸 사람들이 좋아할까 걱정도 했었는데, 그게 어느 정도는 기우였다는 게 드러났다. 물론 인파가 물밀듯 몰려든 건 아니었지만 (^^;;) 함께 퀘스트를 하면서 공부하는 분들은 다행히도 무척 재미있어 하셨다.
일단 하루 5줄이니 독해에 큰 부담이 없었고, 내용이 다음날로, 다음날로 이어지니까 (이미 아는 동화임에도 불구하고) 뒷 내용이 궁금해서라도 계속 공부를 하게 됐다. 또한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는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어렸을 때는 잭이 주인공이니까 거인에게서 도망쳐 나올 때 응원하기만 했었는데.. 이제와서 다시 읽어보니 이건 뭐, 도둑도 이런 도둑이 없고, 거인만 불쌍하고! (거인한테서 금화, 황금알을 낳는 닭, 황금 하프를 다 훔쳐왔으니까.)
아무튼 다행히 동화도 재미있어 해주셔서 약간은 걱정을 덜었다. (지금은 천일야화로 넘어왔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편에. ^^)
아직 퀘스트 인원이 많지는 않은데, 어떻게 하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지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