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여름도 다가오니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볼려고
군대 다녀와본 형들은 하나씩 알고 있는 부대 귀신이야기들 있지않아?
뭐 특정 시간만 되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오함마질 소리가 난다던가, 비가 오는 날이면 초소 앞에 있는 개천에서 꼬마아이가 이리오라고 부른다던가... 내가 알고 있던 우리부대 썰은 저 2개가 전부였지. 근데 나는 새로운 경험을 한거야! 으...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다.
나는 군대를 장교로 다녀왔어
그래서 당직사령 근무를 하면 야간에 밤을 지새우면서 했단 말이야? 뭐 나중에는 전투화 끈도 풀어버리고 그냥 취침모드로 들어갔지만... 군인을 직업으로 하려고 생각할 때는 매우 열심히 근무를 섰었지.
당직사령근무는 뭐 별거 없었어
상황대기 잘해주고 당직사관들 안졸고 근무 잘 서고있나 확인하고, 졸고있으면 꼰대처럼 잔소리좀 하고 뭐 그정도? 나는 가만히 앉아있으면 졸린다는 핑계로 당직부관한테 상황대기 시켜놓고 부대 순찰을 엄청 자주 돌았었어. 내가 못들었지만 아마 근무서는 병사들이나 간부들이 욕 많이 했을거야.
아무튼 우리부대가 포병대대라서 부대가 진짜 엄청넓어 보병연대급 수준? 아니 더컸나? 그래서 다른 초소들 위병소나 탄약고 등은 가까워서 다른 간부들도 자주 순찰을 가는데 후문초소는 걸어서 10분정도 가야되는 거리라서 아마 나만 그쪽으로 순찰을 갔을꺼야.
귀신? 도깨비에 홀린 그날에도 어김없이 후문초소 쪽으로 순찰을 갔어. 시간은 아마 새벽 2시정도 됬을꺼야. 그 흔한 가로등도 하나 없는 곳이라서 완전 어두컴컴곳인데 그날따라 달도 안뜨지않아서 더 어두운거야. 그래서 핸드폰 후레쉬에 의지해서 후문초소로 가고 있었지. 새벽에 순찰을 돌때면 들리는 소리라고는 작은 풀벌레소리만 들리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풀벌레 소리도 안들리더라고...
10분정도 걸어가다가 이제 언덕하나만 지나면 후문초소가 나오길래 얼른 후레쉬를 끄고 아주 조용하게 이동했어. 애들이 안졸고 근무를 똑바로 서고 있나 확인해야되기때문에!! 근데... 아.. 마지막 언덕을 지나쳤는데 언덕이 또 나오는거 있지? 여기서 소름이 쫙 올라오더라고..
"아.. 난 지금 귀신에 홀렸구나"
나름 기가 쌔다고 생각했었고 지금까지 살면서 가위에 눌려본적도 없고 귀신을 본적도 없기때문에 어떻게 해야되나 아무것도 몰랐었어... 이 상황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되나.. 귀신이라도 나타나면 욕설을 해야되나? 때려서 잡아야되나? 도망가야되나? 수십가지 생각이 났지만 내가 그 상황에서 할 수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지.. 가만히 서있다가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후문초소 방향으로 다시 걸어나갔어.
언덕을 하나 지나치고, 또 하나를 지나치고, 다시 하나를 지나쳐도 내가 바라던 후문초소는 나오지 않았고 무서움이 극에 달한 순간 멀리서 불빛이 보이더라고..
"정지, 정지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아 ... 그소리가 들리자마자 긴장이 딱 풀리더니 안도감이 몰려오더라고.. 얼른 암구호를 말하고 그렇게 찾던 후문초소 내부로 들어갔지.. 애들한테 무서운 티는 못내고 이것저것 확인 하는 척 하면서 시간을 때웠지... 도저히 혼자서 다시 못돌아 가겠더라고 ㅠ 마침 교대 시간이 다가오길래 근무교대 똑바로 하는지 확인 한다는 핑계로 다음근무자들이 올때 까지 기달렸고 교대를 마친 병사들과 함께 대대로 안전하게 복귀를 했어.
그날 당직근무를 그렇게 마치고나서 다음날에 부대에 오래있었던 친한 부사관들한테 후문초소쪽에서 귀신 만난적없냐고 물어봤지만 아무도 없었다고 하더라고, 그저 처음에 이야기한 오함마소리와 꼬마귀신이야기 밖에 없었어..... 아무래도 그날 잠깐 지나가던 도깨비가 심심해서 나랑 잠깐 놀아줬었던가봐
물론 그뒤로는 후문초소 쪽으로는 절대 순찰따윈 가지 않았고, 점점 잠만자는 나태한 당직근무자가 됬었지. 그러니깐 곤지암같은 무서운 영화는 안볼꺼야. 실제로 귀신도 안보고 잠깐 홀리기만 했지만 너무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