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과 수치심의 차이점이 뭘까. 어떤 책을 보니 죄책감은 어떤 도덕에 반하는 행동을 했을 때 생기는 거라 해. 수치심은 보다 본질적인데 그건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적 느낌이라고 한다지. 우리는 자라면서 죄책감과 수치심에는 민감하도록 자라왔어. 그래야 사회가 유지되고 또 길들이기 쉬우니깐 말이야. 그 감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너무 과하면 역시 안 좋겠지.
그러나 비가 왔잖아. 그러니 자연을 좀 둘러보라고. 둘러보다 보면 그들이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들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을 거야. 생생하게 살아나는 녹색의 물결들. 절기상 입하야. 여름이라는 뜻이지. 그전에는 곡우였어. 흥미로운 건 곡우에 비가 오는 날이 제법 많았다는 거야. 본래 곡우는 곡식이 자라야 하는데 비가 너무 안 와서, 비오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곡우라고 했다네. 그런 곡우의 절기에 비가 제법, 종종 왔다는 거야. 그만큼 잘 자라겠지?
이제는 본격적인 기운이 확산되는 입하야. 불의 기운이 확산되는 때야. 그런데 불의 기운은 물의 기운이 있어야 하겠지. 불만 있으면 건조해지고 정신이 없으니깐 말야. 물의 기운이 있는 토지위에서 초목이 자라고 그 초목의 기운이 사방으로 확산되는 때란 거야. 생명이 이렇게 충만한 시기, 충분히 감격스럽지 않아?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있는 거라구.
죄책감과 수치심을 내려놓고 이젠 감격할 때야. 절기가 당신에게 손짓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