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밋 뉴비로 처음 올리는 글인데, 어떤 것을 포스팅할까 고민하던 중에
국내에서 핫한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가게되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글의 특성상 호흡이 조금 길수도 있겠지만,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만난,
단편 여행기를 읽는다는 느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우리는 일상에서의 결핍을 찾기위해 여행을 떠난다' _ 김영하 작가
신물이 날 정도로 긴 시간을 여행하고 돌아온 내 일상에 이렇게 금방 다시 여행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아니, 이렇게 금방 여행이 그리워질 줄은 몰랐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4년간 다녀오던 회사를 그만 두었다. 인사팀에서는,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퇴사했지만, '세계일주'라는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한 사람은 내가 최초라고 그랬다.
동기들은 그런 나에게 멋지다는 말을 했고, 처자식이 있는 선배들은 그런 내가 부럽다고 했다. 수많은 시선과 목소리들을 뒤로 한 채 1년 동안 세계를 떠돌아 다녔고, 귀국한 현재 나는 백수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돈 있는 백수가 제일 부러웠는데, 막상 되고나니 죽을 맛이다. 내 삶에 대한 만족과는 상관없이 사회가 규정한 '백수'라는 타이틀은 내 삶을 매일같이 갉아먹고 있었다.
회사 다닐 때에는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시도해보는 내 일상을 보면서, 주변 사람들은 부러워하는 듯 하지만, 나 자신은 내 일상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게 내 현실이다. 남들과 같이 열심히 달려갈 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느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에는 너무나도 잘 보이기 때문이다. '현실'이라는 녀석이다.
일상이 망가져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표를 구매했다.
제주의 바다가 보고 싶었다. 연녹색 초원, 구멍난 연탄을 닮은 현무암 더미, 그리고 푸른 바다.
세계를 여행하면서 느낀 것 중 한 가지는 같은 바다여도 장소마다 모습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이를테면 아바나(쿠바)의 말레꽁 해변은 평생을 바다에서 보낸 노인을 닮았는데, 햇빛에 그을린 검푸른 피부와 노인의 주름진 표정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아마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아바나가 아니었다면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제주의 바다에는 평온함이 있다. '저게 무슨 파도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줍게 부딪히는 파도는, 파도라고 부르기엔 조금 부족해 보인다. 죽어버린 돌(모래)을 곁에 두고 있는 여느 바다와는 달리, 생명을 머금고 있는 푸른 땅과 욕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듯 들어온대로 물을 뱉어내는 검은 돌(현무암)을 곁에 두고 있는, 제주의 바다는 왠지 모를 생명의 따스함까지 느껴진다.
사람은 자신이 바라보고 싶은대로 사물을 바라본다는데, 제주 바다에서 '평온함'이라는 단어를 찾은걸 보면, 어쩌면 내 일상의 결핍 중 한 가지는 평온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평온함이라는 단어가 굳이 떠오르지 않을 때 까지 바다를 바라보다보면, 바다의 평온함이 내 일상에도 찾아오게 되는 걸까? 부디 그러했으면 좋겠다. 그 평온함을 일상에 묻혀갈 수 있다면.
오매불망 바다를 바라보다 돌이 된 여인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녀는 마음의 평온을 얻었을까? 오래 된 이야기지만, 그녀가 바라왔던 일상의 평온을 늦게나마 찾았기를 바라본다.
왠지 이번 여행은 일상의 결핍을 하나씩 수집해나가는 여행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제주 여행기 (07.20~23) Intro. by J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