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가면 난 항상 불만이었는데 그것은 수 많은 사촌들 중에서 나만 꼭 사랑방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자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촌동생들, 삼촌들과 놀다가 자고 싶은데 일찍 자야하고, 아침엔 늦잠 자고 싶은데 새벽 같이 일어나야하고...또 손자 추울까 싶어서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바닥이 너무 뜨겁고, 혹 손자 감기 걸릴까봐 싶어서 이불을 걷어차면 다시금 덮어주셔서 너무 답답함...
하지만 내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자는 것이 불만이었던 가장 큰 이유는 냄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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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하루 자고나면 내 몸에, 또 내 옷에 냄새가 배었다. 퀘퀘하기도 하고 뭔가 시골스러운 냄새. 그 냄새는 시골집에서 나는 냄새도 있지만 노인분들에게서 나는 노인 냄새일 것이다. 사람이 기력이 빠지다보니 몸에 쌓인 노폐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나는 노인 냄새.
중학생 쯤 되었을 땐 장손인 나의 운명(?)을 받아들여 스스로 조부모님 곁에서 잠을 잤다. 물론 그 때도 냄새가 배었으며 집으로 돌아오면 평소보다 더 격하게 샤워를 하곤 했다. 그렇게 서른이 넘어 결혼하기 직전까지 조부모님 곁에서 잤다.(참고로 나의 조부모님은 아직 정정하시다.)
이틀 전 고향집에 다녀왔다. 어버이날도 다가오고, 또 꽤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해서.
그런데...
그 시절 시골 사랑방에서 맡던 냄새. 단순히 시골집의 냄새라 생각했던 그 퀘퀘한 노인 냄새가 우리 부모님이 살고계신, 내 어릴 적의 보금자리였던 그 집에서 조금씩 느껴졌다.
그리곤 서글퍼졌다. 우리 부모님도 이제 노인이 되었구나...하긴 나의 아버지, 어머니가 내 아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지도 벌써 수년이 지났으니 노인인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하지만 내겐 늘 엄마고 아빠인 분들의 보금자리에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 맡을 수 있었던 노인 냄새가 난 다는 것, 내 추억이 깃든 고향집에 시골집에서 나는 퀘퀘한 냄새가 난다는 것은 너무도 서글픈 사실이었다. 그러곤 문득 두 분을 보니 많이 늙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싱숭생숭하다.
수술을 해야한다는 아버지의 검진결과 때문인줄 알았는데, 꼭 그것만은 아닌 듯 하다. 삶에 치여 고개 돌릴 틈도 없이 살던 사이 나의 부모님도 조부모님처럼 노인이 되었고, 나도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할 내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마음이 혼란스러워서인지 글도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