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남푠은 자동차를 좋아한다.
(워~~낙 좋아하는게 많으니 '자동차도'라고 하는게 맞겠다)
보통의 사람들이 차를 부를땐 '아우디' , '캐딜락'..머 이렇게 부르는데 울남푠은 '아우디Q5', '캐딜락CTS'로 꼭 숫자랑 영어를 붙이고 신형인지 구형인지 구별해서 부른다.
지금은 핸드폰만 들면 전자화폐블로그에 코박고 살고 있지만 1년전만해도 유투브의 '신차시승기'를 모두 섭렵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핸폰화면을 뚫어져라 시도때도 없이 보고 또 보며 살았다.
내남친들은 모두 차가 있었다.
난 꽤나 수시로 어디론가가 훌쩍 떠나고 싶고, 그때마다 더우면 더워서 추우면 추워서 못가면 안되는거니까....더구나 그렇게 떠나는 여행길에 창문을 활짝열고 팔을 걸쳐내놓은 채, 턱을 괴고 바깥바람을 맞으며 큰소리로 '상록수'를 부르고 있노라면 뜨겁게 뭉친 가슴이 가라앉았으니까...
내남푠만 차가없었다.
(차가 없는 남친이랑 결혼을 하다니.....)
아버지산소에서 마신 맥주한잔에 음주로 면허취소가 됐다고 했다.
(세상에 맥주 한잔에......)
난 기사를 평생 델고 살꺼라 운전필요를 못느꼈다.
결혼하고 다음날 난 회사출근을, 남푠은 중간고사 시험을 보느라 신혼여행을 못갔기 때문에 주말에 시간을 냈고 둘이서 떠나는 첫 안면도 여행........룰루랄라 커플티 맞춰입고 산더미만한 배낭에 코펠버너와 쌀을 싣고 이불과 베개에 김치까지 담고서 쉴새없이 땀을 흘려대는 남푠을 도저히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계속 택시를 탔더니 미친경비가 나왔다.
(참고로 여행길에 부부와 불륜을 구별하는 방법을 아실런지...가방이 하나면 부부요, 가방이 둘이면 불륜이라는)
큰맘먹고 차를 사기로 결심했다.
필기시험...
승용차면허시험은 70점이 합격이다.
난 어김없이 전날 한잔하고 정상적으로다가 75점을 맞았는데 남푠은 쓸데없이 왜 95점을 맞고나선 하나틀렸다고 씩씩대는건지....
실기시험...
나는 경찰관이 웃으며 인사하고 '합격입니다'해서 바로 면허증을 받고 나왔는데 남푠은 들어가자마자 씩씩대며 바로 나온다. 사이드브레이크를 안풀고 악셀을 왱 밟았는데 '불합격'이라고 경찰관이 외쳤다고....
우리차는 새끈한 마티즈로 뽑았다.
썬루프는 필수지. 폼나는 광폭타이어를 장착하고
대구에서 시속160으로 3시간이면 서울까지 한번에 쏠 수 있고 신호등에서 누구보다 빠른 출발이 몹시 맘에 들었다. 그렇게 일년.
시동생은 바이크족이다. 가죽잠바에 징박힌 가죽구두. 바람을 가르며 머리카락이 날리는 맛은 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나. 춘천에 있는 여친이 호두파이가 먹고싶대서 따끈한 파이를 뒤에 싣고 가다가 비도 오지 않았는데 혼자 넘어져서 지나가는 행인이 불러서 달려온 119에 피를 철철흘리면서도
"저기..파이..좀..여자친구..줘야..하는데.."
온몸을 붕대로 꽁꽁싸맨 시동생 문병을 갔더니 동서(당시여친)가 그이야기를 엉엉 울면서 한다.
나: 우리차를 주자.
남푠: 먼차?
나: 당신동생 오토바이 또 탈꺼같아..
남푠: 그럴까?
'오토바이 안버리고 또타면 죽인다'
눈에 힘 딱 주고 협박하고서
그렇게 마티즈를 동생주고 아반테를 샀다.
그랬더니..히야~~에어컨을 켜두고도 산길을 올라간다. 넷이 타고도 악셀을 꽈~악 밟지않아도 된다.
그 차를 끌고 자전거 두개 매달고 전국을 누볐다.
남쪽끄트머리 동네에선 아저씨들이 차위에 매달린 자전거가 안떨어지는지 힘껏 흔들어보는 통에 타고있던 차안에서 지진인줄 깜딱 놀래기도 하고, 어둑한 비오는날 실내등켜두고 차안 컵라면을 끓여먹으며 우리끼리 오붓한 와중에 웬지모를 싸~한느낌. 쓱 창을 닦고보니 수십개의 눈알이 밖에서 우릴 보고있어서 썸뜩했던적도 있었으나 그때뿐. 지나고나면 행복한 추억덩이다.
그렇게 흐른 2년.
법없어도 살수있을 정도로 사람좋고 착하기만한 천하태평 작은오빠가 친구(개새끼)네 가게에서 일하는데 수개월을 집에 돈한푼 안가져온다며 올케언니가 열통터져 못살겠다고 한다.
나: 우리차를 주자.
남푠: 먼차?
나: 오빠한테 지금 힘실어주고 평생 받자.
남푠: 그럴까?
'마눌앞에서 쫄지말고 친구 가게일 때려치고 나중에 갚아'
눈에 힘 딱주고 밤새 소주를 푼후
평소 갖고싶었다는 찝차(SUV)를 사랬더니 전투형 범퍼+HID+마이너스휠(?) 등 온갖 튜닝(돈질)을 다해서 회사일이 바쁘다고 남편이 타고 다녔다.
그리고 6개월
남푠이 나몰래 돈을 만들어보겠다고 주식에 손을 댔고(대체 남자들은 왜 마눌몰래 돈을 만들고 싶어할까..)여기저기 끌어다 홀라당 날려먹은 정말 큰 돈......
남푠: 이혼만 안해주면 시키는대로 다할께
나: 지금 바로 차팔고 걸어다녀
남푠: 고마워
차팔고 적금 보험 다깨고 결혼전 마련해둔 노후대비 비상금까지 다 부어도 턱없이 부족한 빚더미..진짜 미친듯이 돈을 벌었고 안먹고 안입고 그지같이 살았다. 꼬박 3년...
물론 울남푠은
그렇게 여름엔 땀에 젖어살고 겨울엔 털신까지 신었는데도 발시렵다고 찡찡거리며 걸어다녔다.
그러다 일보러 제주에 렌트카로 다니다가 빗길에 미끄러져 전복되는 큰사고를 당한 후 작은차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게된다.
나도 인생과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언제든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다)
3년후
남푠: 이만큼 벌받았으니까...남들처럼 할부로 볼보사주면 안돼?
나: 안돼
갖고 싶은게 생기니 잠을 못자고 남몰래(밤새)한숨만 쉬는 남푠꼴을 도저히 볼 수 없었던 삼일째
"사라 사!"
밟으면 밟는대로 소리없이 부드럽게......잘나가면 머해? 척척 쌓여만 가는 마이너스...꼴랑 2년.....남푠은 울등가말등가 팔았다.
사랑만 가득한채
이래저래 능력부족한 마눌만나
어쩔 수 없이 뚜벅이로 사는 우리때지..
덕분에 당신 좋아하는 스팀잇을 즐기게 되었으니
인생사 새옹지마지?
잘때는 쫌! 핸펀은 안고 자지 말라고!!
그래도 사랑해. ________
전자화폐가 잘되기만 매일 꿈꾸며
자동차 좋아하는 울남푠은 오늘도 걸어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