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하신 철학자 김진영 선생님은 글쓰기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글쓰기에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건축적 글쓰기. 먼저 설계도가 있다. 그리고 그 설계도에 따라 건축재료들을 맞추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별자리적 글쓰기가 있다. 별들은 저마다 홀로 빛나며 흩어져 있다. 그 별들 사이에 먼 눈으로 금을 그으면 별자리가 태어난다. 흩어져 빛나는 별자리. 그러나 나만이 알고 있는 금긋기. 그래서 별들 사이에 태어나는 조형인 별자리.
피아노 연주에도 두가지가 있다면, 아마 리흐테르의 연주는 별자리일 것입니다. 각각의 음들이 홀로 빛나되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음이 끝나는 듯 하다가 다른 음으로 태어납니다. 마치 우주의 끝에 다다른 빛이 다시 돌아와 새로운 생명력을 얻듯이 말입니다. 仁은 생명의 낳고 낳음이라 합니다. 별자리와 별자리가 떨어져 있지만 서로 생명을 낳고 있습니다.
리흐테르의 연주를 직접 들은 분의 소감이 떠오릅니다. 분명 무대에서 연주하는데 사방에서 연주가 들리는 듯 했다고 말입니다. 중심이 있되 빈중심. 별자리의 연주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