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수)에 방영된 JTB 썰전에서 다시 천안함 사건이 재조명되었다. 북한의 김영철 전 정찰총국장이 평창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 뻔뻔하게 방남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 이슈였다.
자유당은 김영철 방남 시간에 맞춰 통일대교에서 농성을 벌이면서 (너무 웃겨서)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퍼포먼스를 연출하였다. 그런데 김영철 전 정찰총국장은 천안함 사건 이후 처음으로 온 것도 아니다. 4년전 여당 시절엔 김영철을 환영한다고까지 하던 인사들이 그 추운날 다리 위에서 드러누워 반대 시위를 하는 것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현 정부가 치르는 국제행사를 어떻게든 (자유당 이은재 의원의 용어로) 겐세이하고 깽판을 치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썰전에서 유시민 작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 박형준 교수와 대립각을 세웠다. 박교수는 MB 정부의 청와대 정무직 출신답게 '천안함사건의 전말은 모두 밝혀졌는데 왜 딴지를 거느냐'는 논조였고 이에 대해 유작가는 '도대체 뭐가 해명이 되었느냐'하는 주장을 펼쳤다.
두 사람은 같은 주제를 놓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얘기했다. 사실 이런 모습이 천안함 사건과 같은 이슈에 대해 우리 사회가 겪는 내부갈등의 형태이다. 박교수가 대변하는 보수층이 몰라서 그러는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매우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단지 필자가 유작가의 광팬이어서가 아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천안함 사건의 이슈는 그것이 북한의 소행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따지기엔 우리에게 주어진 정보가 너무 없기 때문이다. 주어진 정보로 판단하기 힘들다면 그 정보의 논리적 타당성을 보면 된다. 그런데 당시 정부가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근거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초등학생 수준의 사고로도 충분히 의심하고 반박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맨 아래 링크된 포스팅을 보시압.)
따라서 천안함 사건의 이슈는 북한의 소행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당시 정부의 발표가 근거로 하는 자료의 신빙성과 논리적 타당성이다. 필자는 방산 제품 개발 전문가로서 함정용 군사장비를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정부의 발표는 단 0.00001%도 신뢰할 수 없었다.
필자가 보기엔 박교수는 천안함 사건의 중대 이슈가 뭔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 정부 발표자료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것 같았다. 당시 자신의 보직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이었으니 합리적인 의심 따윈 아예 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 발표는 무조건 믿어야 한다. 그런 얘기를 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이런식의 자세로 유작가와 논쟁을 벌이는 것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불쾌한 인내를 요구하는 것 이상이 될 수 없었다.
썰전같은 프로그램에선 보수와 진보의 의견을 공평하게 노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두 진영을 대표할 수 있는 패널들을 섭외하는 것이 관건이다. 과연 우리나라에 이런 토론 프로그램에서 유작가와 논리적으로 공방을 할 보수 지식인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어쨌든 전원책 변호사의 바통을 받았던 박교수는 너무 오래한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