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발달러 가나입니다:) 하루는 잘 마무리하셨나요?
저는 오랜만에 학교에 갔다가, 대학원 준비 시절부터 참치캔을 챙겨 주던 학교 길냥이 아가를 오랜만에 만났어요.
이 고양이가 제 손바닥 만했을 때 저랑 처음 만났습니다. 형제들과 파닥거리며 몸장난을 하던 캣유딩이었어요. 엄마 고양이는 어느 날 갑작스레 아기 냥이들을 독립시켜버리곤 떠나버렸어요. 형제들 중 하나는 좋은 집사를 만났고, 다른 형제들은 어른냥이가 되기 전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이 냥이는 학교에 남아, 벌써 새끼를 두 번이나 낳았어요.
한창 대학원 준비하면서, 요 아가랑 친하게 지냈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처음에 친해지려고 항상 참치캔을 가지고 다녔었어요. 만날 때마다 캔을 따주면서 냥님의 환심을 사려 애썼죠. 곧 우리는 친해졌고, 제가 부르면 달려올 정도가 되었습니다.
점심 즈음에 도서관에 공부하러 올라가면서 쯧쯧쯧, 하고 아가를 부르면 냥! 하며 달려나오곤 했어요. 계단을 통통통 튀어 내려오면서 냥! 냥! 냥! 대답은 얼마나 잘하는지. 참치캔을 먹고 만족스럽게 그루밍 하는 아가를 잠시 쓰다듬어주다가 공부하러 올라가곤 했죠. 저녁을 먹고 다시 도서관으로 올라가면서 아가를 한 번 더 불러서 사료를 줬던 것 같아요. 공부를 마치고 나와서는 한참을 아가랑 놀았었어요. 오늘 피아제가 날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아니? 하면서 공부하기 힘들다고 한탄도 하고, 나뭇가지를 흔들며 잡기놀이를 하기도 하고. 정수리를 삭삭 쓰다듬으면, 그릉그릉대며 눈을 감는 표정이 너무 사랑스러웠습니다. 공부하며 쌓인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었어요. 무릎 냥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동글동글한 눈으로 저랑 눈뽀뽀를 하던. 왼 발의 얼룩 점이 사랑스러운 냥이.
집 환경이 고양이를 키우기엔 마땅치 않아 이 아가를 데려올까 말까 정말 많이 고민했던 기억도 납니다. 어느 비 오는 날엔, 뒷 생각도 없이 얘를 안고 학교 언덕을 내려오기도 했었어요. 강의실 불빛을 보고 놀라서 도망가버리는 바람에 데려오진 못했지만요.
대학원 시험 붙은 날 엄청 기뻐하며 아가한테 자랑했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가 여기 더 다니면서 너 밥 챙겨줄 수 있겠다며 혼자 좋아했었죠. 이 때 쯤부터 더 많은 길냥이들이 학교에서 보이기 시작하면서 제가 쯧쯧쯧, 하고 부르면 달려오는 아이들이 늘어났어요. 또, 저 외에도 밥을 챙겨주는 학우님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연휴가 긴 날이면, 학교를 다니시는 수녀님들께서 냥이들을 수녀원으로 데려가 잠시 챙겨주곤 했어요.
대학원 다니면서도 연구실에 사료와 참치캔을 쌓아두고 매일 아가를 불러 챙겨줬었어요. 그 사이 아가는 두 번이나 새끼를 낳았습니다. 아가가 아가를 낳았다며 동기들이랑 얘기하기도 했었죠. 그 중 몇 마리는 솜털이 아직 뽀송뽀송한 채로 무지개 다리를 건너기도 했고, 다행히 어디론가 입양된 아기들도 있었어요.
작년 가을에 힘들어서 휴학 한 번 하면서 학교에 뜸하게 갔었는데, 어느 순간 불러도 오지 않더라구요. 자리를 옮겼나, 누가 데려갔나. 걱정이 되어 고양이들 밥을 챙겨주던 캣맘과 캣대디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영역 다툼을 하다가 밀렸다고 하더라구요. 거처를 이리 저리 옮기고 지낸다고, 잘 보기 힘들다고. 그렇지만 아직 어딘가에서 지내고 있다고. 학교 내에서 길냥이들을 위한 모금도 진행되고, 주기적으로 밥과 건강을 챙겨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래도 마음이 놓였어요.
그러다가 오늘 만났습니다. 제가 부르면 냥냥냥 하고 통통통 뛰어 내려오던 계단에 앉아 하품을 길게 하고 있었어요. 살짝 야윈 것 같기도 한데, 여전해 보였습니다. 오랜만에 쯧쯧쯧, 불렀는데 잘 못알아보는 것 같았어요. 등을 쓰다듬어주니 기지개를 쭉 피고는 어슬렁 어슬렁 자리를 뜹니다. 딱히 아픈 곳도 없어 보이고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기도 했는데, 아쉬운 마음도 컸어요. 이제 난 졸업인데, 졸업 전에 한 번만 더 만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며칠 안 남았지만, 남은 날 만이라도 학교 갈 땐 참치캔을 들고 가야겠어요. 학교 곳곳에 사료가 놓여 있어서 굶지는 않을 거 같은데, 그냥 아가가 좋아했던 참치캔을 따 주면서 인사 한 번 하려구요. 그 동안 고마웠고 앞으로도 건강하라고. 여러 학우님들께 오래오래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지내라고. 힘들 때 쓰다듬고 있으면서 참 많은 위로를 받았었는데. 학교보다는 이 아가가 더 그리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