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와 처음, 비행기타고 필리핀으로- 」
| Cebu, Philippines |
패키지에 포함되어있는 스킨스쿠버 강습을 받는 날. 물론 엄마는 못할 거라 생각해서 추가 비용을 내서 바닷속으로 가는 건 꿈도 꾸지 않았다. 약 20분가량 스킨스쿠버 장비 착용을 하고 물속에서 숨 쉬는 방법과 수신호 등을 배웠다. 딱히 씻을 곳은 없어서 바로 옷을 갈아입고 바다로 나간 다른 패키지 멤버들이 돌아오는 걸 기다렸다. 전망이 좋았다. 기다림도 나쁘진 않았다.
점심은 필리핀 음식점에 가서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간단하게 시장 투어를 했다. 가이드 분께서 빵도 사주시고 필리핀 사람들이 물을 사 먹는 방법도 보여주셨다. (이 빵이 가방 안에 며칠이나 있어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방부제 빵인가..) 경험 삼아서 한 번 먹어보니 맛은 나쁘지 않았다. 아무 맛도 안나는 맛?
전 날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하는 바람에 리조트 구경할 시간도 없었다. 첫날 들어갔던 방은 오래된 라탄에 꿉꿉하게 습기 찬 듯 한 냄새 때문에 살짝 불쾌했다. 다행히 다음 날 아침에 엄마가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햇빛과 바람이 솔솔 들어오니 한결 나았다. 수영장도 본관과 별관 쪽에 총 2개가 있어서 찾아가 보니 꽤 넓고 쾌적했다. 대 낮에 수영장을 이용할 거라곤 예상 못했지만 그만큼 인원이 적어서 노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엄마는 물에 뜨지 않는다고 했고 내가 무릎으로 엄마 허리를 들어서 물 위에 올린 후에 잡아줬다. 엄마는 물에 떠서 좋다고 했다. 나는 아무래도 엄마가 아쿠아로빅이나 수영을 배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추천했다.
곧이어 이름은 선셋 투어라고 불리나 실제로 선셋은 볼 수 없다고 한 일정을 위해 나갔다. 아직 선선한 바람이 불었고, 모두투어는 손님의 안전을 위해 작은 배가 아니라 큰 배를 쓴다고 했다. 각각 그룹별로 선상 위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맥주와 비행기에서 나눠줄 법한 간식거리 하나를 준다. 필리핀 현지 분들이 직접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며 바람을 맞으며 1시간가량 배 타고 나갔다가 복귀했다. 현지인들이 민속 공연하는 곳에 가서 저녁을 먹으면서 불쇼와 싸이 춤 등 여러 댄스의 믹스 버전을 관람했다. 맨 앞자리에 앉은 탓에 불쇼 할 때는 후끈후끈- 흥미로웠지만 꽤나 무서웠다.
호핑투어를 하는 날이다. 엄마는 스킨스쿠버는 못해도 호핑투어는 하겠지란 마음으로 옵션 추가를 했다. 패키지 멤버들 거의 대부분이 참석했고, 모두투어로 여행 온 다른 무리도 모여 어제 탔던 선셋 투어의 배 같이 큰 배를 탔다. 스킨스쿠버 때 배운 숨 쉬는 방법대로 숨 쉬라고 하고 필요한 장비를 받고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첨벙-
멀리 가지 말라고 바다에 그물 같은 걸 처놔서 모두투어 여행자들은 그 반경 안에서 놀아야 했다. 호핑투어 4 회차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대충 아는데 엄마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엄마는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들어가자마자 거의 바로 다했다며 올라가겠다고 했다. 이번 여행으로 알게 되었다. 엄마는 물을 무서워하는 편이다. 수영을 못해서이기도 하겠지만...
그만 하고 돌아가겠다고 호핑 투어를 도와주는 필리핀 현지 가이드에게 말하는 엄마를 보고 있자니 돈을 다 냈는데 겨우 5분 남짓 했으니 조금 더 하고 가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내 바람이었고 엄마는 다시 배 위로 돌아갔다. 에휴- 살짝 걱정되긴 했지만 나는 나라도 즐겁자는 생각에 구명조끼를 끼고 바다에 고개를 박고서 이리저리 다녔는데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가 가까이 와서 놀아라고 소리를 질렀고 나는 무슨 상황인가 싶고, 쪽팔림과 원망 등이 섞였다. 이젠 내가 7살짜리 애가 아니라고요...
호핑투어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서도 엄마는 민망해서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막 말을 걸려고 했지만 내 기분은 영 나아지지 않았다. 사실 그게 중요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패키지에 포함된 1시간 마사지를 받고 숙소로 복귀.
내일은 싸우지 말아야지...
어느새 이슬라 리조트에서 머무는 마지막 날이 되었다. 다시 수영장으로 나가서 엄마에게 사진도 찍어달라고 하고 햇빛 쨍쨍한 날에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으면서 놀았다. 공항으로 돌아가기 전에 세부 시티로 나가서 시티투어가 예정되어있었다. 얼른 씻고 준비를 하고 로비에서 만나서 이번 여행 중에 처음으로 큰 대형 버스(+에어컨 빵빵)를 탔다. 한국 음식점에 들러서 샤브샤브를 먹고(삼겹살을 먹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차가 꽤 밀린다던 세부 시티까지는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마젤란의 십자가를 보고 산토 니뇨 성당에 갔는데, 그곳에서 비가 억수처럼 쏟아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여행 마지막 날 처음 비를 본 거였다. 여행 내내 오는 것보다 이렇게 잠깐 오는 것쯤이야 뭐. 엄마는 천주교이기 때문에 성당에 가는 걸 좋아하고 기도도 해서 나는 이번에 엄마 사진을 많이 찍어줬다. 성당에서 비 그치길 기다리며 잠깐 서있을 때 가이드님께서 코코넛 주스(부코 주스)를 주셨는데 지금까지 먹었던 코코넛 중에서 제일 맛있었다. 원래 코코넛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건 정말 집에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른 곳도 들려야 하는데 비가 오기도 했고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밖에 나가는 게 귀찮기도 했나 보다. 다음 코스인 산 페드로 요새는 가지 않고 쿨하게 패스. 그러고 나니 비가 그쳤다. 패키지에 포함되어있는 쇼핑센터 방문을 하고 저녁 먹기 전까지 시간이 남았다. 나름 세부 시티에서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가장 좋다는 쇼핑몰에 들어가서 구경을 하려고 했지만 딱히 사고 싶은 것도 없었고 필리핀 돈도 없었다. 나는 카드도 두고 온 상태여서, 해외 결제가 되는 엄마 카드로 마트에서 간식거리를 사고 저녁 식사를 했다. 식당 바로 옆에 위치한 마사지샵에서 2시간 스톤 마사지를 옵션으로 추가해서 받고 공항으로 향했다.
이제 세부 막탄과 헤어지는 시간. 마지막에 엄마와 또 사이가 안 좋아져서 내 머리가 찌릿찌릿 아팠다. 비행기 타고 돌아가는 내내 머리가 아프면 어쩔까 싶어서 걱정이 되었다. 최대한 자려고 노력했지만 실패. 엄마와의 여행은 좋지만 힘들다. 예상한 대로 싸우기도 싸우고, 예상외로 머리 아픈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엄마와 가까운 대마도 당일치기 다녀온 것 말고는 해외여행은 처음이라서 의미 있었다. 내가 워낙 여행을 많이 해서 엄마에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기회를 만들어서 엄마에게 가자고 한 여행이었지만 엄마는 흔쾌히 좋다고는 안 했다. 무릎도 아프고, 일도 빼야 하고 등등의 이유는 있었지만 누구 한 명이 밀어붙이지 않으면 안 되는 법. 결국 나중엔 같이 여행 가서 좋다고 했으니 그걸로 된 거지 뭐.
이제 남은 무이자 할부는 나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