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끊고 싶은 게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바로 카페인입니다.
저는 설탕도 없이 순수한 미국 구정물. 즉 아메리카노를 가장 선호하죠.
그런 저에게 가장 많은 카페인을 공급해 준 녀석은 카누라는 인스턴트커피입니다. 참 많이도 마신 것 같아요.
직접 내린 것만큼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싸구려 입맛인 저에게는 충분히 괜찮습니다.
너무 많이 마셔 내성이 상당히 높아진 것 같기는 하지만요.
카페인을 섭취하며 기대하는 가장 큰 효과는 바로 각성입니다.
집중이 되지 않을 때, 하기 싫을 때, 지칠 때 등등 아무 생각 없이 한 모금 한 모금 넘기며, 꾸역꾸역 할 일을 하다 보면 없어지는 커피만큼 한걸음 한걸음 목표에 다가가게 됩니다. 제가 커피를 많이 마셨다는 것은 할 일이 많았거나, 아니면 새로운 무언가를 저지르고 있거나. 다른 공부를 시작했다는 뜻과 같죠. 이미 능력의 한계에 닥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커피를 넣어 결과물을 짜내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저에게 커피란 한 잔의 '여유' 보다는 끝없이 움직이기 위한 '연료' 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아한 도시 여성의 손에 들려있는 아메리카노. 그 멋진 커리어 우먼의 삶을 대변하는 듯한 커피 한 잔이 사실은 '이거라도 빨아야 오늘 하루 버틴다. 마셔! XX!' 하는 채찍질일 수도 있을 테니까요.
저는 사실 커피보다는 차를 선호하고 일하는 것보다는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커피를 앞으로 그만 마시고 싶어서 지금 많이 마시고 있고, 일 역시 그만 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고 있지만요. 그래도 언젠가는 커피를 꽂아가며 나를 일하라고 닦달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오기를 희망하면서 일이나 하러 가야겠습니다.
카누 마일드 로스트 한잔 더 타서요.
커피를 마시지 않기 위해 커피와 함께 떠나는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