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모두가 원하는 안정성과 사회적 인식, 높은 임금 이 세 가지 모두를 갖춘 우리나라 공공기관 및 공기업 1190개 중 946곳이 채용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했을 청년들을 이미 내정된 금수저를 위한 들러리로 사용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비리, 비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반사회적 범죄라 봐도 무방하다.
매번 그 순간만 반짝할 뿐 아직까지도 그 고리가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을 좀 먹는 채용비리. 언제까지 청년들은 등에 비수를 맞아야만 하는 것인가.
경쟁은 노력을 수반한다.
노력은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반대로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투쟁심은 노력으로 순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신분이라는 장벽 앞에서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합을 겨뤄보지도 못한 채 승패가 정해진다면, 경쟁조차 해볼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하 는 것일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그 말이 현실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사회적 신뢰는 사회 공동체를 협력하게 하고, 공동 목표를 추구하게 하며, 사회적 거래를 촉진시키는 무형의 자산이다. 이러한 사회적 신뢰의 존재로 인해 그 구성원들은 공유된 제도, 규범, 네트워크, 시스템 등을 준수하게 되고, 신뢰도가 높을수록 거래비용의 감소로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생산성이 증대되어 국민소득이 높아지는 결실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특히 공공기관은 국가와 국민을 이어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실제 서비스의 특성이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 만큼 절대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되는데 이미 대한민국의 공적 신뢰는 바닥에서부터 무너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미 신분은 정해져 있고, 역전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으며, 더욱더 양극화되어가고만 있을 뿐이다.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채용비리 척결을 통한 공적 신뢰 회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채용비리를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로 못박아 그 당사자들을 엄벌에 처하고 효시하는 강수가 필요하다. 공적 신뢰조차 없는 상황에서 추진되는 모든 정책들은 그저 연목구어에 불과할 뿐이다. 이번 채용비리 건에 대한 정부의 강한 대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