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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요즘 조금 싱숭생숭한 입니다.
스팀잇에서 보상이 아닌 사람에게 점점 정을 붙이는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한 일이고 괜한 걱정도 들어 마음이 좀 복잡합니다.
현실에서는 이별과 만남을 앞두고 있고, 앞은 보이지 않네요.
1
오늘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감히 최고의 일식당으로 꼽는
Club M omakase 라는 곳에 다녀왔어요.
아르헨티나에서는 신선한 해산물을 구하기도 어렵고 비싸기도 해서
일식당이라고 해도 주로 페루+일본 퓨전식당이예요.
생선 고유의 맛보다는 양념맛으로 먹는 거죠.
2
브라질 남자와 결혼한 친구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놀러왔어요.
페루에서 여행을 하다 만났는데 이렇게 같은 남미에서 살게 되었네요.
어제는 그 친구와 남미 최고 레스토랑 13위를 차지한
Don Julio 라는 빠리샤(스테이크집)에 다녀왔어요.
계속 남미에서 살 것인가 부터 시작해서
평범한 삶, 행복의 기준 등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3
저는 사실 한국 사람들이 조금 어려워요.
제가 외국생활을 그렇게 오래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지난해 한국에서 지인들과 정말 편하게 대화를 나누었는데
알고보니 몇몇은 제 삶의 방식을 탐탁치 않아 하더라고요.
‘말하지 말 걸 그랬다..’ 는 뒤늦은 후회를 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그게 저라서요.
4
3주 후에 한국에 가게 되었어요.
돌아오는 날짜 없이 가서 얼마나 있다 올 지는 모르겠어요.
혹시 모르니 지금 이곳의 일상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려고요.
사실 한국에 가는 것이 두려워요
수많은 질문을 듣게 될텐데, 저는 정답을 모르거든요.
저는 여기서나, 거기서나 ‘이방인’이니까요.
부에노스에서의 삶은 종영인지, 시즌제인지도 알 수 없어요.
뭐하나 확실한 게 없어도 내가 괜찮으면 되는 건데
한국에선, 절대 그렇지 않잖아요?
5
저는 일하지 않고 있어요.
무릎과 피부의 고질병이라는 구실로 그만두었지요.
그만두자마자 약 800km 의 길을 걸었고 바닷가에서 서핑했어요.
한국에 들어갔을 땐 쉰다는 명목하로 다른 일을 해봤는데
무지 편하고 좋더라고요.
원래 하던 일은 이제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되었지만
막상 일할 땐 체력적으로나 정말 힘들었던 기억만 나요.
6
전에는 요리를 했어요(포스팅 보신 분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주로 그 나라 음식을 요리했는데
뉴욕에서의 첫 직장은 Gramercy Tavern 이라는
모던 아메리칸 파인다이닝(Fine Dining) 레스토랑이었고
두 번째 직장은 프렌치 레스토랑 Bouley 였어요.
둘다 유명한 미슐랭스타 레스토랑이었는데
지금도 계속 별을 유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
첫 직장은 사실 총주방장에게 반해서 결정했어요.
직원들도 하나같이 매너가 좋고 성실했지요.
주5일 하루 10~11시간씩 일하고
크리스마스나 새해같은 명절엔 레스토랑 문 닫았고요.
직원 식사는 무조건 테이블에서 하고 30분 쉬는건 의무인,
뉴욕에서도 복지가 좋기로 이름난 레스토랑이었어요.
두번째 직장의 총주방장은 레스토랑 주인이기도 했는데
자기애 강하고 똘끼있는 예술가 할아버지였어요.
뉴욕의 이름난 셰프들을 많이 배출했지요.
주 6일 일하고 땡스기빙, 크리스마스, 새해 다 일하는 바람에
23일인가 쉬지 않고 일한 적도 있네요.
직원 식사는 서서 5분만에 먹는게 부지기수고요.
환경이 빡세다보니 직원들끼리 형제처럼 친해졌지요.
신기한 것은 함께 지지고 볶는 요리사들은 물론이고
프랩(재료준비)하는 라틴계 직원들과 늘 각별히 지냈어요.
그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익힌 스페인어를
몇 년 뒤 남미여행 중에 어찌나 잘 써먹었는지요.
오늘 갔던 식당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라티노 직원들을 보니
저 역시 주방에서 같이 부대끼던 친구들이 생각났어요.
7
원래 오늘은 뉴욕에서 요리하던 이야기만 하려고 했는데
속풀이를 좀 하다 보니 그새 포스팅이 길어졌네요.
그래서 막판 뉴욕 이야기를 간단히 줄여보려고 해도 안되는군요.
1,2,6 이야기는 앞으로 더 자세히 포스팅하겠습니다.
그동안 제 글이 사진도 많고 너무 길었던 것 같아서
가독성이 좋은 방향으로 고쳐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8
글 하나 쓰는 데만 5~8시간이 들고
대댓글을 달다 보면 1~2시간이 지나요.
아 둘다 좋아서 하는 거예요. 제가 원래 좀 느려요.
그래서 다른 분들 블로그 방문을 한참동안 못하다가
오늘 잠깐이나마 제 블로그를 탈출해 바깥세상에 나왔는데
남의 글 읽는 것이 너무너무 좋더라구요! ㅎㅎㅎ
새로운 풍경과 분야를 알게 되는 것도
오고 가며 정 붙은 이들의 일상 이야기를 듣는 것도...
다 너무 값지더랍니다 :-)
제가 아직 모르는 숨은 보석같은 분들도 많을테죠?
제 글에 할애하는 시간을 조금 줄이는 대신
다른 분들이 정성껏 쓴 글 읽는 시간을 늘리면 좋겠어요.
9
분명 어젯밤에 쓰기 시작한 글인데
벌써 또 이렇게 오전 9시가 지나고 있네요.
한국은 불금이겠군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고마운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뉴비였던 스티미언들은 다들 아시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