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 올릴려다가, 이것도 오늘의 나이니까.
신기하다. 예전 같았으면 또 "자존감과 자신감이~~~" 하면서 우중충해졌을 법한 글자들을 앞에 두고도 자존감과 자신감이 제법 건강하다.
2
내가 만든 결과가 보였다. 상대방의 말이 쉽게 인정이 되었다. 너무나도 들을 법한 말을 솔직하게 들었기에 상대방이 싫거나 밉지 않다. 오히려 깔끔해서 좋았다.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 또 커졌다. 나 자신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느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는 도대체 왜 이럴까"하며 자책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르는데, 신기하다. 그렇다고 마음이 좋은 건 아니라서, 내가 할 수 있는 투정을 할 수 있는 만큼 했다.
3
나는 이런 결과를 내내 두려워했다. 막연한 두려움. 그런데 직접 들으니 형태가 생겼다. 형태가 있는 두려움은 더이상 두렵지 않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라고 다음을 생각할 수 있으니까.
4
첫 재판도 막상 당일이 되어보니 덤덤했다. 재판이 다가올 수록 점점 커지던 막연한 두려움은 당일이 되어 베일이 벗겨지자 견딜만한 크기의 것이었다. 7월에 다음 재판이 있다고 한다. 이건 출석을 해야하는 걸까? 출석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면 이번에도 변호사만 보내고 싶다.
5
카운셀러의 말을 다시 되새겨본다.
"너무 참아서 그런 것이다."
뭐, 그때와 눌러담은 것의 종류가 좀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무엇인가를 마음에 꾹꾹 눌러담는 것은 좋지 않다. 뚜껑이 깨지고 그릇이 깨지면 다시 만들기가 너무 힘이 든다.
6
우울증과 우울함은 다르다. 우울증은 이미 극복을 한 것 같다. 이것은 찌꺼기인 우울함이다. 이 우울함이 얄밉다. 다 잡아서 터트려버려야지.
7
이 책을 다 읽으면 스팀잇에서 우울함을 표출하는 것을 끝내기로 결심을 했었다. 지금은 이 책과 함께 충분히 우울해 할 것이다. 나를 소개하는 글을 두 번 접했는데, 나는 일상글을 올리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흠... 그러고보니 그렇구만. 이 책을 다 읽으면 그림을 그릴 것이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가장 잘 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으로 소개가 되어지고 싶다.
8
내가 얼마나 유쾌한 사람인지 알면 깜짝 놀랄 걸.
유쾌함을 먼저 보여주면 우울을 보여주기가 너무 어렵다. 그런 관계는 이미 충분하다. 이번엔 우울로 먼저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나는 이 [우울편]을 계속 써 내려갈 것이다.
9
이 글을 마지막으로 이 브이로그에는 유스태그를 달지 않으려고 한다.
유스태그가 좀 더 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10
모두가 조화롭게 잘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