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공사현장에서 일했던 적이 있다. 소위 말하는 노가다를 한 것인데 이른 아침 시작해 오후 다섯 시에 작업이 끝나고는 했다.
어느 날 작업이 마무리될 때쯤 멀리서 같이 일하던 형님이 말했다.
“아이템풀 좀 줘.”
아이템풀? 이양반이 날도 안 더운데 더위를 먹었나 여기서 왜 아이템풀을 찾지? 나는 아이템풀이라는 공구가 있는 줄 알았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이템풀이라는 공구는 없었다. 나는 되물었고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아이템풀이 무엇이던가? 90년대 초등학교도 아닌 국민학교 시절 구슬치기, 팽이치기, 땅따먹기, 딱지치기하며 놀던 때 집에서 풀던 가정용 학습지 아니던가.
나는 해본 적 없지만 주변 친구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찾아오는 아이템풀 선생님 때문에 항상 스트레스였다. 잘 놀다가도 “아이템풀 선생님 오셨다.”라는 엄마의 한마디면 함께 놀던 친구들을 뒤로한 채 집으로 향해야 했기 때문이다.
친구들에게는 골칫덩이였을지는 모르지만 넉넉하지 않은 집 자식이었던 내게 아이템풀은 나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친구를 대신해 문제를 종종 풀어 주기도 했었다. 물론 내가 공부를 잘하던 아이는 아니었기에 결과는 썩 좋지 못했으리라.
이야기를 하고 나니 정말 보릿고개 적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지금도 이런 학습지가 있으려나. 아, 참고로 그 형님이 찾던 건 ‘아이템풀’이 아닌 ‘라인 테이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