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한 서점 건물에는 오래된 서적만을 모아놓은 층이 있다.
오직 엘리베이터를 통해 올라갈 수 있는 그 층에 들어서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림과 동시에 느껴지는 향기가 있다.
오래된 책에서 풍겨오는 꿈같은 향기.
반지의 제왕 초판본, 코난도일의 셜록홈즈 초판본, 그리고 베아트릭스 오리지널.
그 밖에도 무수히 많은, 진품 고서적들이 한 층 가득 꽂혀있는 것을 보는 일은 즐겁다.
손대기가 미안할 정도로 노인같은 얼굴을 한 이 책들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대면,
미약하게 심장 박동이 느껴진다.
두근.
안녕? 날 펼쳐볼거니?
두근.
미안해. 내가 나이가 너무 많아, 살살 다뤄줘야해. 그렇지 않으면 상해버릴지도 몰라.
두근.
그렇지만, 네가 내 속살을 읽는 순간
여전히 새것같은
꿈의 세계로 널 데려다 줄게.
차마 함부로 손댈 수 없어, 책장 앞을 서성이다 발걸음을 돌린다.
저 빛바랜 종이를 넘기면, 부식된 종이의 떼가 먼지가 되어 피어오르고
나는 햇살 속에 흩어지는 꿈의 조각을 못내 아쉬워할 것이기에.
오래된 뉴욕의 서점 건물에는
여전히 새것같은 꿈으로 가득한 층이 숨어있다.
아주 오랜 시간을 거쳐
내 아이의 아이의 아이에게
눈이 반짝 빛날 이야기를 들려줄
그 꿈이
조용히 잠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