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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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필리핀 은퇴청에 은퇴 비자를 받으러 가는 날이다. 길기 긴 시간을 고민하면서 결정한 일이기에 더욱 마음에 많은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 홀로 필리핀 땅을 처음으로 밟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이렇게 긴 시간을 타지에서 보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내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홀로 타지에서 일을 시작하는 무렵 와이프는 둘째를 임신한 상태이었고, 타지에서 홀로 약 6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쯤에는 만삭의 상태로 내 가족은 한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삭의 상태에서도 혼자 어린 큰아들을 챙기면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와이프를 생각하면 '내가 왜 홀로 타지에서 이러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었던 것 같다.
출산이 임박한 상태에서 나는 잠시 한국으로 귀국을 해서 둘째의 출산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 짧고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나는 다시 출국하게 되었다. 출산한 상태에서 두 아이를 챙기는 것은 와이프에게 정말 힘들었던 시간이었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나는 큰 결심을 해야만 했다.
결국, 더 이상의 기러기 생활은 무의미함을 느끼고 나는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나는 100일이 갓 넘은 둘째를 데리고 가족을 필리핀으로 데려왔다. "그래, 딱 5년만 고생하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타국의 생활이었는데 약 10년이 지난 오늘 나는 그동안의 워킹비자를 버리고 은퇴비자를 선택하게 되고 오늘에서야 비로소 은퇴청에 비자를 받으러 가는 날이 다가 왔다.
사랑하는 내 가족과 함께 시작한 타국의 생활은 처음부터 그리 평탄치 않았던 것 같다. 수십 년을 한국에서만 살다가 처음으로 외국에서 함께 지내면서 여러 문화적인 차이와 언어의 장벽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일상의 생활부터 아이들 교육문제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하지 않은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수없이 외로움과 괴로움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수없이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이 첫 교육을 시작한 이곳을 떠나 한국에서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지가 제일 관건이었던 것 같다.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현지에서의 생활을 뒤돌아보면서 우리는 '10년만 더'라는 결정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동안 타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었고 신경 쓰였던 부분이 사람과 비자 문제였던 것 같다. 타국에서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나에게 큰 활력소였고 외로운 생활을 버틸 수 있는 길이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부분이 내 생각과는 차이가 있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람들의 배신과 이기적인 사고방식은 나에게 또 한 번의 큰 절망감을 주었던 것 같다.
워킹비자 문제로 몇 번의 사기를 당한 적도 있고 더는 워킹비자로 생활을 이어간다는 것은 나에게나 가족들에게 너무나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었던 것 같다. 이제 새로운 비자를 받게 되고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의 시간이 타국에서 자리를 잡고 알아가는 과정이었다고 하면 이제부터는 무언가의 결과물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10여 년 만에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생활, 그리 쉽지만은 않은 길이겠지만 지금까지 언제나 나를 버틸 수 있게 만들어 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앞으로의 미래를 누구나 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후회하지 않고 멋진 인생을 함께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나 자신에게 외쳐본다 "이제 되돌아갈 곳은 없다! 앞만 보며 달려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