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한강, 창비)
그제야 그는 그녀의 표정이 마치 수도승처럼 담담하다는 것을 알았다. 지나치게 담담해, 대체 얼마나 지독한 것들이 삭혀지거나 앙금으로 가라앉고 난 뒤의 표면인가, 하는 두려움마저 느끼게 하는 시선이었다.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갔다.
그 성실의 관성으로 그녀는 시간과 함께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진창의 삶을 그녀에게 남겨두고 혼자서 경계 저편으로 건너간 동생의 정신을, 그 무책임을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을
(나름은 충격적이었던 글감, 그리고 한강이라는 여려보이는 여류작가의 깊은 내면.. 그리고 힘, 책을 읽고 난 후 영화까지 뒤져서 보았던, 그래도 항상 원작을 읽고 나서 봐야 이해할 수 있는 영화의 깊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