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를 들어가며]는 뉴욕의 투자은행에 취직하기까지의 제 이야기를 각색한 연재 수필입니다. 지난 편은 본문 밑에 링크되어 있습니다.
화요일 아침에는 부티크 은행인 B 은행과 1차 면접이 있었다.
지난주에 오퍼를 받았던 A 은행은 bulge bracket 은행이었다. Bulge bracket은 예전부터 월스트리트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상위권 대형 은행들을 일컫는데, 공식적인 명칭이 아닌 만큼 명문대처럼 리스트가 종종 바뀐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로 원년 멤버였던 리먼브라더스와 베어스턴스가 파산을 하면서 지형이 많이 바뀌었다. 인터뷰를 하던 당시에는 다음 9개의 은행이 포함되어 있었다 (알파벳 순):
Bank of America Merrill Lynch
Barclays
Citigroup
Credit Suisse
Deutsche Bank
Goldman Sachs
J.P. Morgan
Morgan Stanley
UBS
Bulge bracket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M&A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investment banking division ("IBD") 부서 외에도 financing이나, sales & trading, 자산운용, 그리고 리서치와 같이 클라이언트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편 공룡 같은 bulge bracket 들과 달리 소규모 정예 부대 격인 부티크 은행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주로 M&A나 구조조정과 같은 자문업에만 집중을 했다.
금융위기 이후로 회사의 M&A를 주도하는 투자은행이 financing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에 대한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이 부각되고 또 Dodd-Frank와 같은 법안이 통과되며 대형 은행들에 대한 규제가 심해졌다. 이를 피해 대형 은행에서 잘 나가는 일부 MD들이 부티크 은행으로 이탈하며 클라이언트를 데려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부티크 은행들은 자문료를 통한 수입을 더 올릴 수 있었고, 높아진 수입을 통해 뱅커들에게 연봉과 보너스를 더 많이 지급하는 선순환이 반복되었다. 부티크 은행의 지원 경쟁률은 자연스럽게 더 높아졌고, 잘 나가는 은행들의 경우 지원자들의 옥석을 가리기 위해 대형 은행들보다 면접을 더 어렵게 진행하기도 했다.
B 은행이 내 첫 부티크 은행 면접인 만큼 당연히 더 긴장이 됐다.
면접실을 들어가자 어소시어트인 Michael과 애널리스트인 David이 앉아 있었다. 2:1 면접이었다. 그들은 간단한 인사 후 내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지난주 A 은행의 최종면접을 통해 실전 연습을 충분히 했기에 마무리만 살짝 바꾼 채 부담 없이 레퍼토리를 반복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지난주 금요일에 A 은행으로부터 오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조건부 오퍼라 앞으로 2주 안에 은행에 답을 해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A 은행도 정말 좋은 곳이지만 사실 기회만 된다면 B 은행에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그래서 오늘 인터뷰를 하러 나왔습니다."
오퍼를 이미 받았다는 사실을 말하자 두 사람이 내 이력서에 노트를 열심히 적었다.
"왜 저희 은행에서 일을 더 하고 싶나요?"
예상했던 질문 중 하나였다. 일단 금융위기 이후 부티크 은행들이 월가에서 힘을 더 키우고 있는 추세라고 운을 띄웠다. 그래서 기왕이면 B 은행처럼 떠오르는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다고 말을 이었다.
"애널리스트의 입장에서는 M&A 거래를 더 많이 하는 회사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경력에 더 좋습니다. 또 업계에 계신 선배들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 부티크 은행의 프로젝트 팀이 더 작은 만큼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고, 1년 차부터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를 종합해 봤을 때 가능하다면 bulge bracket 은행보다는 부티크 은행에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Michael과 David은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자신들도 비슷한 생각으로 B 은행에 입사를 했고, 작은 은행인만큼 일이 더 고될 때도 있지만 주니어 입장에서 경험을 쌓기는 더 좋다는 얘기를 해줬다.
자기소개가 끝나자 기술 면접으로 곧바로 넘어갔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긴장감에 허리를 펴고 의자의 끝에 앉았다.
"일단 기업의 가치를 측정하는 기법이 몇 가지 있는지 설명을 해줄래요?"
초구부터 변화구가 들어올 것이라 예상해 몸에 힘을 잔뜩 주고 있었지만 예상외로 평범한 공이 들어왔다.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비슷한 종류의 회사가 얼마에 거래됐는지 보는 유사거래 분석법이 있고, 둘째로 상장되어있는 비슷한 회사의 가치가 얼만지 보는 유사기업 분석법, 그리고 셋째로 현금흐름 할인법이 있습니다."
A 은행과의 1차 면접에서 물어봤던 질문인 만큼 별 어려움 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두 면접관은 변화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다른 기법들은 없나요?"
"아... 사모펀드들이 주로 사용하는 LBO 분석법과 기업의 구조조정에 사용되는 청산가치 계산법(liquidation valuation)도 있습니다."
"좋습니다. 총 다섯 가지 기법을 말씀해 주셨는데 일반적으로 기업가치가 가장 높게 나오는 기법부터 낮은 기법까지 순서대로 나열을 해주실래요?"
A 은행과의 면접에서는 나오지 않은 변칙 질문이었지만 다행히도 심화 편 기출문제에서 읽어본 기억이 있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일반적으로 유사거래 분석법이 M&A 프리미엄을 반영하는 만큼 기업가치가 가장 높게 나옵니다. 그다음으로 유사기업 분석법이 있고, 가장 낮게 나오는 것은 청산가치 계산법입니다.
현금흐름 할인법과 LBO 분석법의 경우 변수가 많은 만큼 모델의 가정에 따라 높게 나올 수도 있고 낮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다만 두 개를 굳이 비교한다면 일반적으로 사모펀드가 기업보다 M&A 시너지가 더 적은 만큼 매수 가격이 낮기 때문에 LBO 분석법이 현금흐름 할인법 보다 더 낮은 가치를 산출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간에 조금 버벅거리기도 했지만 대답을 잘 마칠 수가 있었다. 질문의 시작은 A 은행 면접과 난이도가 비슷했지만 살을 조금씩 붙일수록 더 어려워졌다. 질문은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좋아요. 다음 토픽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부채비용과 자본비용 중 어떤 게 더 높고 왜 그런지 설명해 주세요."
"자본비용이 부채비용보다 더 높습니다. 그 이유는 현금이 발생하면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기 전에 채권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먼저 갚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금을 못 받을 수 있는 위험이 부채보다 더 높은만큼 자본에 대한 기대 수익률, 즉 비용이 더 높습니다."
"잘 알고 있네요. 그럼 본 질문이 나갑니다. EBITDA가 $10 million인 한 회사가 있습니다. 수익은 잘 내고 있지만 경영진이 현금관리를 잘 못하는 바람에 기업을 부도내고 맙니다.
저희 B 은행이 구조조정을 위해 고용이 되었고, 분석을 해본 결과 동종업계에 있는 회사들은 평균적으로 EBITDA의 10배에 거래가 되고 있는 반면 해당 회사의 청산가치는 50% 디스카운트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회사에 남은 현금은 $1 million, 투자된 선순위 채권은 $35 million, 후순위 채권은 $25 million, 그리고 자본금은 $40 million입니다. 이와 같은 구조조정 시나리오에서 회사를 청산하면 현금이 어떻게 분배되는지 설명을 해주세요."
기출문제집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질문이라 당황했다. 하지만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단 아는 것부터 천천히 대답을 하기로 했다.
"일단 주신 정보를 바탕으로 동종업계에 있는 회사들의 가치를 먼저 구해보겠습니다. EBITDA가 $10 million이고 유사기업 분석법을 통해 구한 multiple이 10배라면 기업가치는 $100 million입니다. 50%의 디스카운트를 적용하면 부도난 기업의 청산가치는 $50 million이 되겠네요."
여기까지는 계산을 잘 했지만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Michael이 나를 도와주려 질문을 던졌다.
"회사의 가치, 즉 enterprise value를 구하는 공식이 어떻게 되죠?"
"Enterprise value = 차입금 (debt) - 현금 (cash) + 주주가치 (equity value)입니다. 아...! 아까 구한 $50 million이 enterprise value니깐 이를 공식대로 채권자들과 주주들에게 순서대로 분배를 하면 되겠네요.
청산을 통해 나온 현금 $50 million에 남은 현금을 더해주면 $51 million이 됩니다. 그리고 재무구조의 순위에 따라 선순위 채권자들이 $35 million 만큼 현금을 먼저 지급을 받게 됩니다. 남은 $16 million은 후순위 채권자들에게 가게 되는데 다 받지는 못하고 돈이 $9 million 부족하게 됩니다."
대답을 마치자 David은 청산가치를 통해 얻은 현금이 부족한 만큼 주주들은 아무것도 받지 못하게 된다고 추가적으로 설명을 해줬다. 한 마디로 주식이 휴지 쪼가리가 되는 것이다. 뉴스에서만 보던 내용이 실제로 어떻게 계산되는지를 살펴보니 조금 흥미로웠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 마지막 문제로 빨리 넘어가겠습니다. PIK 채권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나요?"
수업 때 배우지는 않았지만 따로 공부를 했다고 말하자 Michael이 PIK 채권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줬다. Paid In Kind (PIK) 채권은 은행에 분기마다 이자를 실제로 지급하는 대신 이를 적립해서 만기가 되면 한꺼번에 계산을 하는 특수 채권이었다. 구조조정을 겪고 있거나 다른 이유로 현금흐름이 불안정한 회사에 후순위 채권으로 발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이 $100 어치 PIK 채권을 발행했고 연 이자율이 10%라고 가정을 해봅시다. 연말에 이 회사의 3가지 재무제표가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설명해주세요."
A 은행의 면접에서 물어봤던 회계 문제가 초급이었다면 이건 중급쯤 되었다. 기출문제집에서 풀어본 적이 없었다면 멘탈이 무너졌겠지만 다행히 본 적이 있는 문제였다. 나는 손익계산서부터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손익 계산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원금이 $100이고 이자율이 10%니 연말에 이자비용이 $10만큼 증가를 합니다. 법인세를 40%로 가정하면 당기순이익은 $6만큼 감소를 합니다.
현금흐름표로 넘어가면, 당기순이익이 $6 감소를 했지만 PIK 부채의 이자비용은 현금 비용이 아닌 회계상의 비용인만큼 $10을 다시 더해줘야 합니다. 투자활동과 재무활동으로 발생한 현금은 변화가 없으니 해당 기간 동안 증가한 현금은 바로 $4입니다.
마지막으로 재무상태표를 보겠습니다. 왼쪽의 자산부터 살펴보면 현금은 $4 증가했습니다. 또 이자비용이 늘어난 만큼 부채가 $10 증가를 합니다. 자본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6 감소를 했기에 유보이익이 줄어듭니다.
재무상태표의 왼쪽과 오른쪽 모두 $4씩 증가를 했기 때문에 문제없이 발란스를 유지하게 됩니다."
그 후 면접관들에게 질문을 할 시간이 짧게 주어졌고 곧 면접이 끝났다. 부티크 은행이라 확실히 어려문 문제들이 더 많았지만 다행히도 큰 실수 없이 잘 마칠 수 있었다. 다음 면접을 하기 전에 기출문제를 한번 더 훑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수업이 끝난 후 방으로 돌아오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아까 면접을 진행했던 Michael이었다.
"미네르바 씨 오늘 면접 정말 훌륭했습니다. 내일 캠퍼스에서 진행될 최종면접 리스트에 포함되셨기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오후 3시까지 같은 면접장으로 와주세요.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다음 날은 2개의 1차 면접과 B 은행과의 최종면접이 예정되어 있었다. 매우 바쁜 하루가 될 것 같았지만 느낌이 아주 좋았다. 내 리듬이 깨지기 전에 이 게임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랐다.
월가를 들어가며:
프롤로그 (01) / 3학년 가을학기 (02) / 위험한 구애활동 (03) / 3분짜리 이야기 (04) / 선배와의 통화 (05) / 두 가지 선택 (06) / 첫 인터뷰 (07) / 레디 인터뷰어 원 (08) / 불길한 시작 (09) / 첫 최종면접 (10) / 합격 발표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