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감각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빤히 무언가를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났고
자리에 눕히자마자 귀신같이 알아차리고는 울고
막 오줌으로 젖은 기저귀를 견디지 못한다.
뭔가 느끼기 시작하면서 자연히 의사표현이 많아졌다.
물론 모든 의사표현은 울음으로.
막 태어났을 때는 너무 작아 으스러질까 조심스러웠지만
한 달을 막 넘긴 요즘은 조금 강도를 높혀 안기도 하고
균을 옮길까 아내가 금지시킨 뽀뽀도 몰래 실행 중이다.
확실히 싫은 표정을 지으며 울상인 것을 보며 생각한다.
'이제 너만의 느낌을 가지게 됐구나.'
사람의 생각이란 들리지 않아 참 다행이다.
아내가 들었다면 분명 이렇게 말했겠지.
"아이고 한가한 소리 하고 앉았네. 가서 분유나 타."
우는 일이 더 잦아져 아내의 고생은 늘었지만
아이의 감각이 깨어남이 더없이 반갑다.
'너와 하고 싶은 일'
출산을 앞두고 아이가 태어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뭘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누군가는 목마를 태워주고 싶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같이 축구를 하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딱 한마디가 하고 싶었다.
"오~ 예성이(아들 이름이다.)~~~~"
이 대화에 알맞은 상황은 다음과 같다.
(기본 전제는 아이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아파트 음식물 쓰레기 배출 방식이 바뀌면서 버린 무게만큼의 관리비가 부과된다고 한다.
아파트 관리소에서는 교통카드같은 카드를 내밀면서 싸인을 하라고 했다.
처음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던 날,
예성이가 엄마와 같이 가보았다며 같이 따라나서 주었다. 기특한 녀석.
새로운 경험에 기대하며 아내에게 잊지 않았다며 의기양양하게 카드를 챙겼다.
아들 앞에서 멋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으니 분리수거장에 도착해
처음보는 요상한 기계 앞에 서서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듯 카드를 갖다 대었다.
삑! 네모난 뚜껑이 고개를 들었다.
깨끗하게 음식물 쓰레기 통 안의 내용물을 탈탈 털어넣고는 뚜껑을 닫는 버튼을 찾았다.
당연히 있어야할 터치식 버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예성이가 갑자기
'후후, 이제 내가 나설 차례인가.'
라는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아빠, 이거 카드를 다시 한번 갖다대면 뚜껑이 닫혀~!."
"아, 그래?"
다시 카드를 같은 곳에 접촉시키자 뚜껑이 닫히면서 말을 건넸다.
"1.3kg입니다."
'1.3kg면 음식물 쓰레기비가 도대체 얼마나 나온다는 거야?'
스마트한 척만 하는 기계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를 잠깐.
예성이에게 말을 걸었다.
'오예성이~~~'
쑥쓰러운 듯 '헤헤' 웃는 아들을 보니 방금 차버리고 싶었던 음식물쓰레기 기계가 스마트해 보였다.
'개인의 취향'
아이를 어떻게 키우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예를 들어 3살이 되기 전에 영어공부를 시킨다거나,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한글을 깨우치고 간다거나.
대신 좋아하는 일을 찾아주고 싶다는 마음은 있다.
아빠의 짧은 인생경험에 비추어 결국 '행복'이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닌
'그저 내가 사랑하는 일이나 사람의 총합'
같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
내가 좋아하는 일이 많을수록,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행복의 크기도 비례해서 커진다.
단지 아이가 어떤 일을 할 때, 어떤 사람과 함께 할 때 행복할 것인가? 하는 건 취향의 문제.
부디 아빠와 함께 하는 일이 나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막 감각이 깨어나기 시작한 아이가 앞으로
어떤 음악을 좋아하게 될지, 어떤 농담을 자주 하게 될지, 어떤 여자를 좋아하게 될지.
흥미진진한 박예성군의 좌충우돌 우당탕탕 성장기,
그 첫번째 관객으로 기대가 크다.
개봉박두!!!
<새 옷을 입고 시크한 표정의 박예성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