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의학 전공자도, 펫 영양사도 아닌, 상업 사료와 수제 사료 사이에서 여전히 고민 중인 일개 7년 차 고양이 집사일 뿐이다. 이 글은 고양이 음식에 대한 완벽한 영양 정보가 아니라, 신부전 고양이와 비만 고양이를 관리하며 뒤늦게 알게 된 정보가 누군가에겐 예방 차원에서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며 쓰는 글이다.
1. 건사료 VS 습사료
올해 첫째가 신부전을 선고받고 나서야 건사료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다. 첫째를 데려올 때도, 둘째를 데려올 때도, 첫째의 신장이 좋지 않다는 결과를 처음 받았을 때도 모든 병원에서 그에 맞는 건사료를 추천했기에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고양이가 하루에 필요로 하는 수분의 양은 1kg당 60mL이다. 계산해보면 3.6kg인 첫째는 216mL, 7kg인 둘째는 420mL를 섭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고양이는 물을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것은 고양이의 선조가 물이 부족한 사막에서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야생 고양이의 경우 사냥을 통해 고기를 먹을 때 체액과 피를 함께 섭취하게 되어 어느 정도 수분 보충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고양이가 건사료만 먹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건사료의 수분 함량은 10% 정도이고 첫째의 건사료 권장량은 대략 50g 정도이다. 결국, 첫째가 사료를 통해 섭취하는 수분은 5g이고, 나머지 210mL를 직접 마셔야 한다는 이야기다. 7kg인 둘째의 경우 대략 75g의 건사료를 필요로 하는데, 그 말은 적어도 415mL 이상의 물을 직접 마셔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습식캔과 파우치의 경우 수분함량이 75~80% 정도로, 따로 수분 공급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건사료에 비해 많은 수분을 쉽게 섭취할 수 있다. 습사료의 수분 함량이 80%라고 가정했을 때, 첫째가 하루에 180g의 습사료를 먹는 경우 따로 마셔야 할 물의 양은 76mL, 둘째가 220g의 습사료를 먹는 경우 따로 마셔야 할 물의 양은 244mL가 된다. 그럼 과연 습사료를 먹을 때 실제 수분 섭취량이 증가하느냐는 의문이 든다. 습사료를 먹음으로써 물 마시는 양이 줄어든다면 전혀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첫째의 변비 때문에 우리는 5/22일부터 음식, 배변 활동에 대해서 일지를 써왔다. 그래서 매일 섭취한 습사료의 양과 소변 횟수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첫째의 데이터는 신부전증의 증상 중 하나인 다음, 다뇨로 인해 부정확한 정보가 될 것 같아 둘째의 정보를 공개하려고 한다.
위와 같이 습사료를 많이 먹은 기간은 소변 횟수도 늘었다. 음수량과 한 번에 배출하는 소변의 양을 확인하지 못해 부정확할 수 있으나, 나는 습사료의 섭취가 수분 섭취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또 하나 습사료의 장점 중 하나는 토하는 일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율 급식을 하기에 건사료를 밥그릇에 부어두는데, 먹성 좋은 둘째가 건사료를 많이 먹은 후 물을 마셔 퉁퉁 불은 나머지 모두 토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습사료의 경우 이미 물에 불려 있어서인지 과식 후 토하는 빈도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습사료가 수분 공급에는 좋지만, 건사료에 비해 비싸고 쉽게 상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같은 g일 때 습사료의 열량은 건사료의 1/4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입이 짧은 고양이는 습사료만으로 일일 권장 열량을 채우기 힘들다.
건사료를 줘야 한다면 지퍼백에 소포장해서 통에 담고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매번 사료 봉지를 열 때마다 공기와 접촉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산패하기 때문이다. 소포장하지 않았던 때에 한번 사료가 상한 적이 있었는데, 후각이 예민한 첫째는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아 문제였고, 둔감한 둘째는 먹고 토해서 문제가 되었다. 통에 담아 둘 경우, 직접 사료 봉지를 뜯어서 먹는 일도 예방할 수 있어서 좋다.
먹어주기만 한다면 건사료를 물에 불려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빨리 상하기 때문에 20분 이상 두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습사료의 또 다른 단점은 치아, 잇몸 건강에 좋지 않다는 점이다. 딱딱한 건사료를 먹을 때 치석이 생길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같이 동물용 치약을 이용하려 노력 중이다.
2. 주식/간식 구분하기
한국의 온라인 애완용품 가게에서는 주식 캔, 간식 캔이 구분되어있다. 하지만 주식 캔이 간식 캔으로 분류되어 있기도 하고 파우치의 경우 주식인지 간식인지 구분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외국 사이트에서는 아예 주식 캔, 간식 캔 구분 없이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헷갈리기 쉬운데, 사실 주식과 간식을 구분하기는 매우 쉽다.
주식 사료에는 다음의 글자가 들어가 있다.
- AAFCO(Association of American Feed Control Officials) : 미국 사료 협회에서 인증을 받은 주식 사료에 한해 AAFCO를 표기할 수 있다
- complete and balanced : AAFCO 인증을 받지 않은 주식 사료의 경우, complete and balanced 또는 complete food 라고 표기되어 있으며, 한국어로는 “완전 균형 영양식” 정도로 표기되는 것 같다.
반대로 간식은 ‘complementary’라는 글자가 표기되어 있거나, 아무 것도 표기되어 있지 않다.
주식 습사료는 간식보다 맛이 없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맛있는 음식은 숨겨뒀다 먹기 위해, 맛없는 음식은 먹지 않기 위해 파묻는 시늉을 한다. 그만 좀 파묻어라!
나의 경우, 밖에서 자랐던 첫째가 음식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 모르는 냄새가 나는 음식은 모두 거부했기에 구매 가능한 제품은 하나씩 다 사 보았고, 결국 좋아하는 제품 몇 가지를 찾았다. 주식 사료를 살 때는 열량 정보도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제품에 따라 열량이 천차만별이라 어떤 제품은 하루에 1~2개만 먹어도 되지만 어떤 제품은 4~5개는 먹어야 일일 권장 열량을 섭취할 수 있다.
필수 영양소가 비율에 맞게 포함된 주식에 비해, 간식은 타우린 등 몇가지 영양소만 들어있으므로, 간식의 양은 1일 식사의 10~20%를 넘지 말아야 하며, 다음과 같이 하루 적정 제공량을 표기하는 제품도 있다.
3. 밥그릇과 물그릇
- 밥그릇 : 시중에 플라스틱으로 된 밥그릇과 물그릇이 많다. 하지만 환경 호르몬 때문에 여러 질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도자기나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제품을 추천한다. 첫째의 경우, 신부전이 생긴 후 매우 예민해져서 스테인리스 그릇을 핥는 동시에 식사를 중단한다. 가장 기호성이 좋은 것은 도자기 그릇인 것 같다.
밥그릇을 바닥에 둘 경우, 밥 먹을 때 얼굴이 위보다 낮아져 위산이 역류할 수 있기 때문에, 밥그릇은 높은 곳에 두는 것이 좋다. 또한, 밥그릇 위치는 고양이 화장실에서 멀수록 좋다.
- 물그릇 : 야생 고양이는 흐르는 물만 먹는다는 얘기가 있다. 우리 집 고양이들도 일반 물그릇보다는 고양이 분수대에서 나오는 물을 더 좋아한다. 집에 두 종류의 고양이 분수대가 있는데 두 개 모두 분수대를 설치하고 처음 며칠은 무서워서 다가가지 않았지만 5일 정도 지난 후 사용하기 시작했다.
호기심이 많고 취향이 확고한 고양이는 물그릇의 위치, 높이, 너비, 재질도 따져가며 물을 마신다. 어떤 이는 유리그릇에 얼음을 띄웠다고 하고, 사람이 사용하는 컵에 물을 받아주면 마신다고도 한다. 나는 허리쯤 오는 와인냉장고 위에도 물을 올려놨는데 그곳에 올라가서 마실 때가 종종 있다.
보통은 고양이 수+1 만큼 물그릇을 두라고 하지만, 나는 고양이가 자주 머무는 곳에 물그릇을 뒀다. 분수대에는 필터가 있어 일주일에 2번 정도 물을 갈지만, 나머지 물그릇은 매일 씻으며, 생수를 부어준다.
고양이는 수염에 무엇인가 묻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밥그릇과 물그릇 모두 넓은 그릇을 좋아한다.
4. 나이에 따른 음식
어린 고양이는 많은 열량 섭취가 필요하기에 자묘용 사료를 먹이면 된다.
성인용 제품은 키우는 환경(실내/실외), 중성화 여부, 고양이 품종에 따라 여러 제품으로 나뉘는데 각자 판단하면 좋을 것 같다.
이후 7+, 10+, 12+등 회사마다 다른 나이 기준으로 어른 고양이, 노령 고양이 제품을 판매하는데 나이에 맞춰서 먹이는 것이 좋다. 7+ 이상 사료는 신장에 좋지 않은 인 함량을 줄이고, 관절염을 위해 글루코사민을 포함하는 등 성인 고양이 사료와의 차별점을 두기 때문이다.
5. 고양이가 먹어서는 안 되는 것
- 사람 약, 알코올, 초콜릿, 코코아, 커피 및 카페인 음료, 마늘, 양파, 파, 부추, 포도, 건포도, 생 달걀흰자. 이들은 먹은 후 반드시 치우는 것은 물론이고, 조리할 때에는 환기에 주의하고 있다.
- 강아지용 사료는 고양이 눈 건강에 꼭 필요한 타우린이 없으므로 고양이에게는 고양이 사료만 줘야 한다.
- 고양이는 대부분 유당불내증을 갖고 있다. 우유를 급여하고 싶으면, 고양이 전용 분유 또는 펫 밀크를 사야 한다.
- 사람용 참치 캔에는 염분이 많다. 참치 캔을 먹인다면 고양이 전용 참치 캔을 먹여야 한다. 그런데 참치 캔은 수은 문제와 그 특유의 기호성 때문에 먹이는 것 자체에 대한 논란이 있다.
- 고양이에게는 독이 되는 식물 종류가 많다. 예를 들면 튤립, 수국, 카랑코에 등인데 집에 꽃을 사오거나 심기 전에 미리 검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나마 장미는 독 성분은 없다고 하지만, 가시가 문제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