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주장'을 할 때, 확신에 차서 말하는 것과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 사이에, 큰 의미 차이를 두는 이들이 꽤 많다. 확신에 차서 어떤 주장을 하면, "네가 어떻게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있니?"라고 추궁하며 점잖지 못한 발화 방식이라고 꾸짖는 반면, 조심스럽게 주장하면 "참 겸손해요"라고 칭찬하며 태도를 높게 사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봅시다. 점잖은 주장은 주장이 아닌가? 주장이 주장인 순간 점잖음은 위선에 불과하지 않을까? 혹시라도 주장에 불쾌해 할 어떤 청자를 위한 배려라고? 조금 덜 아프게 죽이면 나은 걸까?
주장 자체를 유보하는 게 아니라면, 그래서 철저하게 타협하며 너도 맞고 나도 맞고,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고, 이런 두루뭉술 짬뽕이 실제라면, 뭐 주장의 외양조차도 부질없는 게 아닐까 한다. 관성이고, 타성이고, 기만이고, 느린 자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