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short, art is long, opportunity fleeting, experiment uncertain, and judgement difficult." - Hippocrates
"인생은 짧고 의술(the Art)은 길다. 기회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실험은 불확실하며 판단은 어렵기만 하다." - 히포크라테스
오역으로 인해 많은 한국인들이 뜻을 오해하고 있는 히포크라테스의 첫 번째 아포리즘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라고 알고 있는 이 아포리즘은 사실 의사였던 히포크라테스가 얻은 의술의 불확실함에 대한 체험적 진리를 축약한 문장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수 천년 전 우리가 하는 '선택' 그 자체를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내게는 투자자로서 가슴 속 깊이 새기고 사는 말이기도 하다. 만약 내가 타투를 한다면 가장 먼저 새길 문구일 정도로.
우리의 인생은 히포크라테스의 말처럼 어떤 선택이 정답인지, 선택을 할 기회가 언제인지 알기엔 너무나 짧다. 미리 해둔 실험 (백테스트) 은 각종 변수에 의해 불완전하기까지 해서 판단은 너무나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도, 고대의 히포크라테스도 어떤 것이 정답인지 알아내기 위해 이를 악물고 노력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투자에서 어떤 것이 옳은 선택인지 판단하는 네 가지 기준을 정리하고 소개하려 한다.
1. EV (기대값)
영어로 Expected Value, EV는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 할 때 그 1회의 선택에 의해 기대되는 가치를 의미한다. 이는 투자에서 투자 성공 가능성과 기대수익에서 실패 가능성과 기대손실을 뺀 값이 된다.
말이 좀 어렵다. 좀 더 쉽게 카지노의 예시로 풀어서 보자.
우리는 카지노에서 룰렛을 플레이하고 있다. 룰렛에는 18개의 검은색 칸, 18개의 빨간색 칸, 그리고 아무 색도 아닌 0이 2개 있다. 카지노는 우리가 검은색에 10,000원을 베팅하고 룰렛을 돌려 검은색 칸 안에 들어간다면 20,000원으로 돌려준다. 우리의 기대값은 얼마일까?
딱 봐도 손해다. 38칸중 18칸은 2배로 돌려주고, 20칸은 돈을 뺏어가니까!
18/38 (이길확률) - 20/38(질 확률) = -0.0526 (-5.26%)
우리는 룰렛에서 10,000원을 베팅할 때 마다 매번 526원을 잃는 것이다.
우리 훌륭한 스티미언 독자분들은 이런 미련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카지노라면 어떨까? 카지노의 입장에선 매 판 526원을 버는 것인데?
이것이 우리의 투자에 대한 접근법이 되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카지노에서 EV가 0보다 큰 게임만 한다면, 우리는 떼돈을 벌 것이다. 하지만 카지노는 바보가 아니다. 그들이 카지노에 가져다 놓은 게임 중 카지노가 더 불리한 게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실력에 따라 기대값이 0보다 높아질 수 있는 시장, 암호화폐와 주식시장에서 투자를 하는 것이다. 기대값이 0보다 클때, 어떤 마법이 일어나는지는 13살 캐리의 전략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위에서 소개한 히포크라테스의 말처럼 우리에겐 선택의 EV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퀀트 투자자들은 투자를 하기 전, 실험을 한다. 과거에 특정 전략을 실험 했을때 그 전략의 수익률이 어땠는지. 그것을 백테스팅이라 부른다. 물론 백테스팅의 결과가 미래에도 이어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히포크라테스의 말대로 실험은 불확실하니까.
그래서 전략은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그렇다면 더 탄탄한 전략은 어떤 전략일까? 물론 단순히 EV가 월등히 더 높은 전략도 탄탄 하다고 할 수 있지만, 손쉬운 다른 방향도 있다. 이어지는 Robust와 MDD가 그 기준이다.
Robust (강건함)
한국어에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Robust라는 단어와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가 없다. 따라서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해야 한다.
Robust함 이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덜 받아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이윤의 생산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이번에도 예시를 들어서 알아보자.
스팀잇 마을에는 멸치 99마리와 고래 한마리가 산다. 스팀잇마을의 보팅파워는 1년에 100만 스팀달러다. 그러므로, 스팀잇 마을 물고기들은 한명당 1만 스팀달러를 번다!
이 예시가 옳은 것 같은가? 99마리의 멸치들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고래 한 마리가 평균을 어마어마하게 끌어올려서, 마치 스팀잇 마을 물고기들은 매년 1만 달러를 벌었다고 오류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예시를 보자. 다시 한번, 13살 캐리의 전략 보자!

PBR과 PER만을 조합한 이 전략은 Robust하다고 말 할수 없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 2013/7/1 와 2017년 처럼 전략이 장기간 통하지 않는 구간이 존재한다.
- 2014년과 같은 큰 상승이 없었다면, 연 29%의 복리수익률은 나오지 않았을것이다.
- 최고점에서 최하점 까지의 낙폭(MDD)이 크다.
이렇게 Robust하지 못한 전략의 경우 돈이 따박 따박 들어오고 복리를 쌓아 재산을 불려나가야 할 우리들에게 기나 긴 인고의 시간을 줄 것이다.
그래서 기왕이면, 전략은 Robust 할 수록 좋다.
MDD (백테스트 낙폭)
영어로 Maximum Drawdown, Robust 파트에도 잠깐 나왔듯이 MDD는 백테스트 결과에서 최고점에서 최하점까지의 낙폭을 의미한다.
MDD가 크다면, 전략은 Robust 하지 못하게 된다. 큰 하락을 맞은 이후 복리를 받으며 살아 올라오는건 정말 토 나오게 어렵다. 따라서 MDD를 낮추는 것도 전략을 다듬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큰수의 법칙
큰수의 법칙이란 표본 수가 많을수록 통계적 예측에서 오차가 줄어들어 확률에 근접한다는 것이다.
큰수의 법칙은 워낙 유명한 개념이라 많이들 알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결과가 우리 예측대로 가게 하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횟수의 게임을 해야한다. 거기다가 샘플이 늘어나면 복리로 EV가 더 커질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은 우리가 시행 샘플을 늘리는 것을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는 수수료와 세금을 내야한다. @Nand 님 께서는 이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하셨다.
저번 퀀트투자 글에서 Nand님께서 하신 질문이다.
샘플이 늘어날수록 안정적이게 되는것은 당연한데, 효과적인 리밸런싱 주기는 참 어려운 주제다. 이유는 두가지가 있다.
- 리밸런싱을 자주할수록 우리의 승률은 보통 낮아질 것이다.
- 리밸런싱을 자주할수록 수수료와 세금은 늘어날 것이다.
테크니컬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퀀트투자의 경우에는 샘플을 늘려도 승률을 높게 유지하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펀더멘탈 분석을 기반으로 투자 종목의 벨류, 퀄리티를 보게 된다면, 당신의 승률은 리밸런싱 주기가 길 때보다 짧을 때 많이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테크니컬 분석 기반의 퀀트일 경우에는 대개 트레일링 스탑, 타임컷 등의 매도 전략을 사용하는게 좋을 경우가 많고, 펀더멘탈 분석 기반의 경우에는 리밸런싱 주기를 한달 이하로 줄이기 보통 어렵다. 물론 예외는 있을 수 있다.
만약 잘 짜여져 펀더멘탈 기반 퀀트라도 높은 승률을 짧은 기간에 유지할 수 있거나 MDD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리밸런싱 기간을 줄이는 것이 좋다.
정말 짜여진 전략마다 천차만별로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많은 백테스팅을 통해 어떤 것이 효과적인 리밸런싱 기간인지 전략별로 직접 잡아나가야 한다.
백테스팅은 뉴지스탁 젠포트(https://genport.newsystock.com/Main.aspx)에서 무료로 할 수 있다. 쉽고 간단하며, 효과적이니 퀀트투자를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꼭 자주 아주 많이 해보길 바란다.
마치며
EV, Robust, MDD, 큰수의 법칙은 앞으로의 포스팅에서 꾸준히 나오는 아주 기본적인 개념이다. 퀀트투자를 하려면 끊임없는 백테스팅과 논문, 다른 사람의 전략들을 보고 배워나가야 한다. 그렇게 EV를 끌어 올리고, 전략을 Robust하게 수정해나가며, MDD를 줄이고, 샘플을 늘리는 방법을 강구하다보면 점점 더 완성도 있는 전략이 되어갈 것이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분들의 성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