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00만년전 흙을 밟다"
"Badlands National Park"
7천500만년을 쌓여온 지층이 허리를 드러낸다. 천오백만년의 세월을 깎여 만들어진 이 황무지에는 과거 대 평원의 영화를 뒤로하고 아무런 동물도 살 수 없는 땅이 되었다.
'배드랜즈'(Badlands) 원래의 뜻은 '황무지' 즉, 사람도 동물도 살수 없는 땅이다. 사람도 동물도 살수 없는 땅이라면 당연히 좋은 땅일리 없으니 나쁜땅(bad lands) 일 수 밖에. 국립공원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황무지'라는 이름을 가진 이 곳은 약 7500만년전 부터 형성되었던 평원지대가 약 1500만년전 지층 운동으로 융기한 후에 white river에 의한 침식 작용으로 형성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원래는 미국 중부 지역을 가르는 대평원지대에 속하는 곳이었던 탓에, 침식과 융기로 드러난 흙산 곳곳에서 초식동물들의 화석이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커스터주립공원을 들러 래피드 시티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여 배드랜즈 초입에 도착했을때, 처음봤던 그 황량함이 인상적이었다. 엄청난 규모의 흙산과 다양한 색상의 지층이 민낯을 드러내고 펼쳐져 있었다. 마치 지구의 그것이 아닌 것 같은 풍경 이었다. 누가 나에게 화성탈출이라는 영화를 찍으라고 하면 난 주저없이 이곳을 촬영지로 선택할 것 같다. 나무 한그루 없는 풍경도 그렇지만, 그 넓은 곳에 아무것도 살지 않는 아니 살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황량함을 넘어 쓸쓸함을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나 말고 아무도 없는 것이 확실한 혹성에 떨어져 있는 쓸쓸함이 이런것이 아닐까.
사우스 다코다 주 서쪽편 월이라는 작은 마을부터 카도카마을 사이에 위치한 배드랜즈 국립공원
공원을 관통하는 도로가 놓여 있어 차를 타고 다니면서 구경하기 좋다
그랜드 캐년이라고 우기면 믿을 것 같은 풍경^^ 살짝 작지만 만만치 않다.
이런 트레일들이 곳곳에 있다. 들어가면 못나올것 같긴하다.
배드랜즈 국립 공원의 폭은 약 20km가 좀 넘는데, 공원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놓여 있어, 횡단을 하면서 각각의 뷰 포인트들을 둘러 보게 되어 있다. 위치 위치 마다 지층의 색깔이 다르고, 구성성분이 달라서 붉은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상을 보여준다. 면적이 약 1000제곱킬로미터로 꽤 크기 때문에 하루에 다 둘러 볼 수 없는 크기이다. 게다가, 곳곳에 안쪽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trail이 만들어져 있어서 슬슬 걸어다니면서 볼 수도 있다.
그랜드캐년과는 확연하게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색상자체가 다르다.
중간중간 원래 초원이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윈도배경 초원이 펼쳐져 있다
자동차 길을 따라서 뷰포인트들을 들리며 구경하고 사진찍고 다니다가, 7500만년된 흙을 한번 밟아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좀 작은 트레일에 도전해 보기로 하고 길을 따라 흙산 아래로 내려갔다.
흙먼지가 가볍게 일어나는 거친 모래흙으로 이어진 길이었다. 워낙 건조한 기후인 탓에 흙이 주는 포근한 같은 것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뭔가 고대의 세상으로 걸어들어가는 느낌을 주기엔 충분했다. 아마도, 생명을 잉태하고 키워낼 힘을 가진 흙의 느낌이기 보다 이제 할일을 마치고 영원의 시간으로 돌아가 잠든 흙의 느낌이 더 강해서 그런 생각을 했던가 보다.
배드랜즈를 관통하는 도로
트레일의 입구, 앞서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인다.(왜인지 저들은 저 이후 못봤다)
봉우리 하나 정복 성공한 필자 (더는 안올라 갔다)
트레일을 돌아나와서, 저 멀리 동쪽하늘을 바라보니 비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었다. 워낙 평원지대라서 한 100~200킬로미터 떨어진곳에서 다가오는 비구름이 아주 잘 보인다. 하늘의 구름과 땅이 이어져 보이는 곳은 지금 '비가오고' 있는 곳이다. 비가 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엷은 무지개가 떠있어서 짧은 여행의 대미를 장식 해주는 듯 했다.
사실, 저 비구름은 나중에 숙소에 도착했을때 숙소가 있는 마을에 당도하여 엄청난 천둥번개 쇼를 보여주었다. 소위 'Thunder Storm' 이었던 것이다. 지평선에 내리 꽂히는 번개 줄기와 사방 하늘에 서 번쩍이며 으르렁대는 천둥소리가 아주 장관 이었는데, 휴대폰 카메라로는 담을 길이 없어 참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