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일입니다. 최근에 배터리 관련하여 2건이 연달아 문제가 생겼습니다.
무선 청소기
한 때 청소기의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던 D사 무선 청소기입니다. 지금도 앞서가고 있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청소기 이후 바람 나오는 다양한 제품으로 시장을 넓히고는 있는데, 저는 청소기는 한화로 20만원 돈 주고 살 수도 있지만 선풍기나 헤어드라이어를 20만원 이상의 돈을 주고 살 생각은 없습니다. 저같은 소비자가 많다면 그만큼 확장성에 문제를 받겠죠. 아, 오늘 할 얘기가 D사의 미래에 대한 것은 아닙니다.
무선 청소기를 산 지 2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무선 제품이 그러하듯 역시 배터리가 문제입니다. 다행인건 D사는 2년 워런티를 보장하였고, 그래서 사자마자 제품 등록도 마친 상태입니다. 또한 제 주변에서 저보다 6개월 먼저 산 사람이 있는데, 별 거 물어보지도 않고 배터리를 갈아줬다고 해서 기대가 컸습니다.
2년 보증 기간이 끝나기 2주 전에 이메일로 연락을 했더니, 왠걸 이것 저것 물어보는 게 많습니다. 충전은 얼마나 빨리 되느냐, 완충 후 몇 분 돌아가냐, Max Power로 하면 몇 분 돌아가느냐 등등. 답을 하긴 해야 겠는데, 귀찮기도 하고 집에서 아내가 애 보면서 시간 재기도 힘들고 해서 미루다 보니 근 열흘은 걸린 것 같습니다. 어쨌든 시간을 재서 이메일 답장을 했는데, 다시 답이 오길, 과열되면 원래 작동 안할 수도 있으니 좀 식혔다가 돌리랍니다. 도대체 이게 뭔 말인지... 그럼 애초에 과열 안되게 만들든가! 작년에는 괜찮았던 청소기가 올해에는 시간이 확 줄었는데 딴소리만 합니다. 이때 약간 눈치 챘죠. D사가 2년 보증 기간 안에 배터리 문제가 많아서, 저같은 소비자가 한 둘이 아닐지라 지금 수 쓰고 있구나.
답을 받고 며칠 고민하다가 월요일 아침에 아내와 애들을 D사 서비스 센터로 보냈습니다. 차 타고 45분 가야하는 거리에요. 그랬더니 거기서는 자기들이 테스트 해보겠다며 일단 우리 청소기를 들고 들어갔습니다. 이후 약 3-4일 후에 연락이 왔습니다. 배터리에 문제가 있는 건 맞다, 그런데 교체해줄 배터리가 없다 원래는 그러면 새걸 보내줘야 하는데, 우리 청소기는 맡긴 시점에 보증 기간이 막 끝난 후여서 Refurbished (반품된 물건을 재포장한 것)를 주겠다...
그래서 어쨌든 청소기를 하나 받았습니다. 그런데 모든 부품이 다 들어있는 박스가 왔네요. 덕분에 끝에 끼우는 액세서리가 현재 2벌입니다. ㅋㅋ
정원용 전기 기계
요새 각종 공구 만드는 회사들은 하나의 배터리로 여러 툴들을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추세입니다. 위 그림에 있는 40볼트 배터리의 경우 현재 잔디깍는 기계와 톱 등 7가지 도구에 공용으로 쓸 수 있는 배터리입니다. 이런 제품이 막 나왔을 때는 참 혁신적이라 생각했습니다. 40볼트 배터리가 쓰이는 도구들은 예전에는 대부분 1기통 또는 2기통의 개솔린 엔진을 장착하고 있었거든요. 개솔린 엔진은, 쓸 때 마다 기름 채우는 일 뿐 아니라 여러 관리가 필요합니다. 쓰는 중에 매연 나오는 것도 신경쓰이죠. 그에 비교해서 전기 제품은 관리가 거의 필요없고, 배터리만 충전해 놓으면 바로 쓸 수 있으니 편하죠. 하지만 1-2년 지나고 보니, 배터리가 소모품이네요. 그것도 아주 비싼 소모품이요. 잔디 깎는 기계를 $250 주고 샀는데, 1-2년 후에 $150짜리 배터리를 사야 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형국이에요.
이 배터리를 주문한 게 6월 초였습니다. 당시에는 1주일 있으면 배달된다 했습니다. 그런데 1주일은 커녕 열흘이 지나도 답이 없다가 결국 주문 취소하고 돈 돌려준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물건이 없대요.
물건이 없을 수 있습니다. 재고 관리는 언제나 어렵죠. 그리고 그냥 우연이 2번 겹쳤을 뿐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 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어요. 배터리는 보통 어디에서 만들까, 배터리에 들어가는 중요한 재료 (리튬? 희토류?)들은 어디서 조달할까, 당연히 여러 부분에서 중국이 관여되어 있지 않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당연히 현재 미국을 더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중인 트통령과 미 중 무역 분쟁이 따라옵니다. 혹시 관세때문에 통관도 늦어지고, 수입사는 예전 가격으로 팔면 손해이기 때문에 물건 없다고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음모론적인 추측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무역 전쟁과는 별개로, 배터리 들어가는 제품을 많이 팔았던 회사들은 배터리 수명이 사용자의 습관에 따라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을 잘 했었는지 의문입니다. 위 D사도 배터리 교체 비용으로 손해가 꽤 크지 않을까 싶네요.
기업의 수익성 측면 뿐 아니라 지구의 환경 측면에서도 과연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 제품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 지 의문입니다. 이렇게 배터리가 1-2년만에 수명이 다해버리면, 그 쓸모 없어진 배터리가 재활용이 잘 될 수 있는 지, 만약 그게 어렵다면 정말 거대한 쓰레기만 양산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대로는 안될 것 같은데, 인간은 어떤 혁신적인 답을 내놓을 것인 지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별첨
어제까지 말짱했던 busy.org가 없어졌네요! 이건 또 뭔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