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병원은 보통 예약제입니다. 의사를 한 번 만나려면 몇 주에서 심하면 몇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합니다. 병원을 자주 찾는 아이들의 경우 소아과 주치의는 주로 정기검진 할 때만 찾는 편입니다. 아이의 열이 심하게 올라갈 경우, 시간을 조금 빼서 급하게 봐주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아과 주치의는 예약된 환자들로 인해 너무 바쁘고, 진료 시간이 월-글 9시에서 4시 정도로 제한됩니다.
위급한 상황이고, 밤/새벽같이 일상적인 활동이 없는 시간에는 종합병원 응급실에 갈 수 있습니다. 여기는 24시간 진료가 기본입니다. 다만 증상의 경중에 따라 우선권이 나뉘기 때문에, 머리 혹은 배가 아프다는 애매한 증상으로 응급실에 가게되면 3-4시간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진료비도 비싸구요. 911로 전화해서 구급차 타고 가면 구급차 비용만 몇 천불이 나온다는 말이 있는데 실제도 겪어본 적은 없습니다 ^^
아, 한 번 간접경험이 있군요. 몇 년 전, 제 이웃집 아주머니가 산책 중에 저희집 우체통 앞에서 쓰러졌습니다. 제가 911로 전화해서 구급차 부르고 아주머니께 달려갔는데, 아주머니가 의식이 있었고, 오렌지 쥬스를 마셔야 한다고 해서 가져다 드렸습니다. 혈당이 갑자기 떨어져서 그랬나봐요. 그리곤 금방 구급차가 왔는데, 요원의 부축에도 불구하고 아주머니는 단호히 구급차 탑승을 거부하셨고, 결국 요원은 아주머니 모시고 옆 집에 바래다 줬습니다. 이거 보면서 '911도 함부로 부르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죠.
이런 상황이다보니, 손이 깊게 베어 피가 많이 난다고 종합병원 응급실에 가기는 좀 꺼려집니다. 당장 어떤 조치가 필요한데 주치의에게 전화해서 시간 되냐고 물어보는 것도 좀 그렇죠. 이런 경우에 찾아가는 것이 Urgent care system 혹은 Walk-in clinic입니다.
저희 동네에는 "환자먼저"라는 이름의 체인점이 가장 잘 나가고 있습니다. 여기는 주 7일, 오전 8시에서 저녁 10시까지 여니까 이용이 편리합니다. 예약 필요 없구요, 지혈같은 조치는 즉각 받을 수 있고, x-ray 정도는 구비되어 있습니다. 사경을 헤매는 병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겪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거의 대응이 가능하죠. 제가 10년 넘게 이 지역에 살면서 여기를 방문했던 건, 진드기 (Tick)이 제 다리 살에 머리 파묻고 안나온다고 버텼을 때, 심하게 체하여 아무것도 못 먹고 탈수 증상이 나타났을 때, 가지치기 하다 떨어진 가지 끝이 튀어올라 제 이마가 찢어졌을 때 등이 기억나네요. 아이들의 경우엔 고맙게도 "KinderMender"라고 하는 소아과 전문 체인이 있어요. 주말에도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고, 저희 큰 아이도 여기에서 폐렴과 수족구 병을 각각 진단받고 약 받아 무사히 치료된 적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 저 "환자먼저"를 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드릴로 못을 박다가 못이 미끄러지면서 제 손가락에 구멍이 났거든요. 덥다고 장갑도 안끼고, '괜찮겠지' 하는 안이한 마음가짐이 결국 사고로 이어졌네요. 키친타월로 상처 부위를 꽉 움켜쥐고 아내가 운전해서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접수처에서 간단한 지혈 및 붕대 조치 받았고, 십여분 정도 기다린 후 Vital Check (키, 몸무게, 혈압) 후에 의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보통 의사라고 표현하는데, Doctor가 아닌 Nurse Practitioner일 수도 있습니다) 상처를 보고, 혹시 뼈가 다쳤는지 모르니 X-ray 찍는다고 했고, 파상풍 주사 이력을 물어봅니다. 5년 전에 맞았다고 하니 Booster Shot을 맞는 게 좋겠다고 하더군요. 당연히 맞아야죠. 그러지 않아도 녹슨 못이 머리에서 맴돌던 차였으니까요.
파상풍은 영어로 Tetanus라고 합니다.
파상풍 방지 백신은 보통 Td 혹은 Tdp라고 합니다.
TDP는 각각 Tetanus(), Diphtheria(디프테리아), Pertussis(백일해)의 머리글자 입니다.
Td 백신은 백일해 방지 기능이 빠진, 약간 더 싼 백신입니다.
어른의 경우 유효기간은 보통 10년으로 알려져 있어서 매 10년마다 Booster Shot을 맞아야 합니다.
X-ray 검사 결과 다행히 뼈에는 아무 이상 없다고 해서 간단한 처치 후 주사 맞고 병원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왼손인게 다행인데, 날도 더운데 씻기가 불편하니 짜증도 나지만, 어쩌겠습니까 모든게 제 잘못인걸요. 그래도 덕분에 이렇게 몸으로 떼워 얻은 정보로 근사한(?) 포스팅 하나 작성해봅니다.
(한국에선 주말에 다치거나 하면 어디로 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