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배우며 웹툰을 준비하던 내가 갑자기 스팀잇을 시작하고 코인 시장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놀랍게도 그냥 우연의 결과였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확실하게 배우게 된게 하나 있는데, 그건 '그냥' '어쩌다보니'가 참 삶의 많은 것을 좌지우지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짧고 슬픈 삶은 그게 대부분일지도 모른다. 오늘 이렇게 야심차게 반말로 작성하는 글은 바로 그 '어쩌다보니' 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처음 스팀잇을 접한건 작년 6월 언젠가, 방학이었다. 나는 어느때와 다름없이 가끔 그림을 그리고, 대부분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전전하며 잉여생활을 하고 있었다. 웹에서 글을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나는 나무위키, 여초사이트, 인디 만화 사이트, 디씨 갤러리 등을 눈팅하며 글쓰기와 댓글달기로 잉여하게 하루를 보내곤 했다.
그런 생활의 부작용은 역시 건강 악화와 '현실의 인생은 아무래도 좋다!' 라는 마음가짐이 디폴트가 되어버린다는거고, 좋은 점은 쓸모없는 잡지식에 많은 노출이 된다는 거다.
내가 비트코인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된건 아마도 2010~11년 쯤, 자주 활동하던 인디 만화 사이트에서 관련 글을 읽게 되고나서일거다.
누군가 '비트코인'이라는걸로 피자를 샀다고 한다. 그게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모양이다. 뭔지 대충 알아봤는데 '문송합니다'를 세번 외치고 인터넷 창을 꺼버렸다. 암호를 풀고 어쩌고.. 화폐가 어쩌고... 잘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냥 흔한 인터넷 기믹이구나, 라고 치부한뒤
완전히 잊어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내가 다니던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Public Speech'라는 수업을 듣게 됐다. 2014년 가을이었다.
퍼블릭 = 공공장소
스피치 = 연설
공공장소에서 연설하는 스킬, 즉 프레젠테이션을 배우는 수업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이 수업은 편입을 위한 필수 과목이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반드시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난 '비트코인' 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듣게 된다.
그 날의 프레젠테이션은 '내가 좋아하는 분야' 에 대한 것이었다. 고양이, 운동, 자동차, 옷 등등... 여러가지 토픽이 선정되었다.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서 말해야 더 잘할수 있다! 싫어하는 주제를 프레젠테이션 하면 잘 될리가 없지 않은가! 라는 교수님의 지론이었다. 평소 음식에 대해 관심이 많던 나는 MSG는 사실 유해하지 않습니다~ 라는 주제를 결정했다. (여러분 실제로 MSG 는 유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 남학생이 프레젠테이션을 한 날이었다.
그 남학생이 선택한 주제는 바로 내가 이미 알고 있었던 그것, 비트코인이었다.
비트코인은 현재 $300입니다.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져있고, 앞으로는 실제 돈을 대체하거나 공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우리가 사는 Los angeles 에서는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받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나는 앞으로 비트코인을 통해서 많은 돈을 벌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몇년 전이라서 정확한 워딩은 확실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대충 그런 요지의 스피치었다.
진짜인가? 싶어서 산타모니카에 쇼핑을 가서 상점들을 자세히 관찰했는데 정말로 비트코인을 받는 미용실을 발견했다.
평소에 비행기와 호텔을 예약할때 쓰던 Expedia 홈페이지를 보니 여기서도 비트코인을 받는다. 뭐지 싶었다. 내가 모르는 새에 비트코인은 이미 우리 생활에 알게 모르게 들어와 있었다. 2011년과는 확실히 다른 것이다.
하지만, 역시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었다. 그냥 공부나 열심히 해서 편입에 성공하자! 라는 생각에 열심히 학교에만 몰두했다.
사람에게는 인생에 세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는데..................
그리고 2017년 6월, 남편이 나에게 비트코인이 뭐냐고 물어봤다. 어디서 들었냐고 하니까 그냥 인터넷에서 봤다고 한다.
내가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서 설명해줬다. 피자 이야기와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그 남학생이 해줬던 이야기도 함께.
"그럼 지금은 얼만데?"
"글쎄.. 그때 걔는 $300이라고 하던데. 지금은 더 올랐을걸?"
"지금은 $2500인데?"
"....뭐?"
진짜였다. 마지막으로 봤을때보다 10배 가까이 올라있었고, 계속 오르는 추세였다.
그런데 그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바로 '너무 비싸네' 였다.
(물론 $300일때도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긴 마찬가지였다ㅋㅋㅋㅋㅋㅋ)
10배 오른 가격에 급작스럽게 흥미를 느껴서 구글링을 시작했다. 그런데...
검색 상단에 어느 티스토리 블로그가 떴다. 블로그 글을 쭉 읽다보니 스팀잇링크가 있길래 클릭해봤다.
들어가보니 웬 거지같은 UI를 가진 블로그 사이트가 나온다;;
글을 읽고 댓글도 보려고 하니까 돈 액수가 적혀있다.
처음엔 실제로 쓸수 있는 돈이 아니라, 그냥 이 글의 가치? 사용할수 있는 포인트?? 뭐 그런거라고 생각했다. 절대 진짜 달러일줄은 생각도 못했다.
지금까지의 블로그에 대한 나의 인식은 글을 써서 돈을 벌수있다. 광고 없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재밌는 글이 많아서 다른 글도 찾아보니까 글에 적혀잇는 액수가 정말 실제로 환급 가능한 리얼 돈이라는걸 알게됐고, 그날로 바로 가입신청을 했다...... 뭐 생각할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때도 비트코인을 사진 않았다. 스팀잇 글을 읽으면서현재 비트코인의 가격이 별로 비싼게 아닐수도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생겼지만, 그 때는 살 돈이 없었으니까 ㅠㅠ
그렇게 며칠 간 잠도 아껴 가면서 스팀잇에서 글을 읽다보니 지금까지 내가 지나보냈던 2번의 기회가 떠올랐다.
2011년에 한번, 2014년에 한번.
그리고 지금이 세번째다.
이쯤되면 신 비스무리한 존재가 있어서 나에게
"야 내가 이만큼 알려줬으면 좀;;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
...라며 답답해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ㅋㅋ
앞으로 뭐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어떤 사람은 코인 시장은 이제 죽었다고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올해 안에 비트코인이 10만불을 넘는다고도 한다. 어제의 차트와 오늘의 차트 리딩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보인다. 정말 하루하루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하지만 1달 전처럼 괴롭지는 않다.
스팀잇을 시작한 뒤로 지금까지 몇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내가 가장 놀라운건 고점 대비 1/4토막난내 통장잔고의 변화가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이다.
좀 더 나를 잘 알게 됐달까... 연애를 하면 나도 몰랐던 나의 바닥을 발견하게 되고 그걸 넘어서는 순간 그 전까지의 나보다 성장한 기분이 드는데, 코인도 하면서 약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왜 스팀잇에 스님이 많은지 알것 같기도...........
블록체인에 대한 내 인식에 변화가 생기기까지 장장 7년이 걸렸다. 정말 긴 시간이다.
하지만 뭐, 모르겠다. 나같은 보통 사람에게는 그만큼 시간이 걸리는게 당연한 걸지도 모르지.
또 다른 7년이 지나면, 그땐 더 많은게 달라져있을 것이다. 그 정도의 시간이면 스팀 $1000이 될지도 모른다. 아니면 경쟁자에게 밀려서 지금까지 수많은 코인들이 그랬듯이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질수도 있고.
어쨌든 지금은, 스팀잇을 계속 할 예정이다.
쇼핑몰에서 발견한 비트코인 ATM. 7년전에는 상상도 할수 없었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