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세 번의 유산 끝에 나를 낳았다. 그녀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그녀의 자매들은 내가 웃어도, 세상모르고 울어도 날 보며 예쁘다고만 말한다.
내가 세상에 첫발을 디뎠을 때 그녀는 엄청난 발견이라도 한 것 마냥 놀라워했고, 그녀를 처음 엄마라고 불렀을 땐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까지 흘렸다.
초등학교에 처음 등교하던 날. 혹여 내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현관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걱정스러운 눈빛을 놓지 않았다. 시험을 못 봐 울고 있는 날이면 그녀는 괜찮다며 나를 달랬고, 기운 내라며 없는 생활비를 쪼개 용돈을 쥐어줬다. 처음 학사모를 쓰고 나란히 사진을 찍었을 땐 사법고시라도 합격한 것처럼 자랑스러워했다.
별거 아닌 것 하나에도 언제나 사랑으로 보답 받았고, 그 사랑 속에서 나는 세상물정 모르고 커 나갔다.
그녀의 사고 소식을 들은 건 그녀가 나를 낳았을 나이가 됐을 무렵이었다.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상에 누워있는 그녀를 보자 눈물보다는 그녀의 낯선 모습에 당혹감이 앞선다.
날 발견한 그녀가 놀란 목소리로 말한다.
“아이고, 우리 아들 놀라서 어떡하니?”
제 몸 다친 사람이 내 몸 걱정이라니. 그 말에 없을 것 같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가 이만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되던가. 나 같은 놈이 온전한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던가.
원하는 대학에 떨어지며 처음으로 좌절을 맛봤다. 재수를 통해 겨우 학업을 마치자 높은 취업 문턱에 수차례 실패하고 간신히 들어간 직장에서는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며 상사에게 구박만 들었다. 새롭게 이직한 직장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연인과의 이별은 반복됐다.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게 많았고 성공보단 실패가 익숙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
“이 세상보다 널 사랑해.”
“그게 무슨 소리야?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거야?”
“아니. 그만큼 널 사랑한다는 소리야.”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가장 소중한 존재다. 비록 실패로 얼룩진 인생일지라도 나는 누군가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있어 가장 빛나는 존재.
스스로를 폄하하는 동안에도 내 인생은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