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출근하려면 집에서 40분 정도가 걸린다. 그럼에도 아이둘을 모두 등원시키고 출근해야 하는 나를 위해 최대한 늦게까지 도와주다 출근을 하다보니 매일 분초를 다투기도 한다. 그나마 첫째 아이의 지난번 유치원은 출근하는 방향에 있다 보니 아이를 데려다 주고 출근할만 했는데 새로 다니기 시작한 유치원은 회사와 완전 반대방향이라 신랑이 데려다 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첫째 녀석이 가뜩이나 바쁜 아침 시간에, 아빠와 같이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아이를 데려다 주고 출근하면 늦을게 분명했기에 신랑에게 그냥 두고 출근하라고 했고 신랑은 급하게 문을 나섰다. 그리고 몇분이 흘렀나 우리 첫째 녀석이 갑자기 어린이집 가방을 들쳐 메고는 아빠를 따라가겠다고 현관문을 나섰다.엘리베이터 앞에서 아이가 아빠를 부르며 우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정도 하다가 스스로 포기하고 집으로 다시 돌아오겠지 싶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나도 출근준비를 서두른다. 그러다 바쁜 탓에 첫째 녀석을 잠시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신랑이다.
지웅이 어떻게 된거야? 주차장에서 차 빼서 나가고 있는데 지웅이가 울면서 차를 쫓아왔어. 내가 데려다 줄테니까 자기는 걱정하지마.
어..알겠어..근데 다음에 또 그러면 위험할 수 있으니까 다시는 그러면 안된다고 따끔하게 일러둬.
우리집은 3층이라 지하 주차장이든 1층을 통해 외부로 나가려든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서 현관과 연결되는 문에서 문열림 버튼을 눌러야 하기 때문에 6살 아이가 혼자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 혼자 현관문을 열고 나갔어도 곧 포기하고 돌아와 현관문을 두드리거나 현관문 앞에서 우는 것이 다 일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는 이제 엄마의 생각보다 더 커 있었다. 내 머릿속에 아이는 아직 어리기만 한데 아이는 이제 혼자 스스로 결정을 하고 순간순간 대처를 할 수 있는 판단력이 생긴 것이다. 울며 아빠차를 쫒아가서 다행이지, 만약 아빠를 못 만나 주차장에서 울며 있었을 아이 생각을 하니 잠시 아찔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가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무서움, 두려움, 쓸데없는 걱정으로 시도조차 안하고 제자리에 앉아 울 수도 있었건만 적어도 녀석은 혼자만의 모험을 했고 보기 좋게 성공한 것이다. 아빠가 차를 세우고 자신을 맞아 준 그 순간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중에 아이한테 아이의 키보다 훨씬 높은 문열림 버튼을 어떻게 열고 주차장까지 나갔는지 물어보니 점프를 해서 문을 열었단다. 이제 위험하니 다시는 그러지말라고 엄하게 당부를 하긴 했지만 아이는 이렇게 엄마가 모르는 사이 이렇게 커가는 구나 싶다. 몇년이 소리없이 지난 후 언젠가 생각이 들 것이다.
어...얘가 언제 이렇게 컸지..
너무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지 않도록 아이는 이렇게 엄마에게 순간순간 행동으로 말을 해 주고 있는 것이다.
엄마..보세요..나 이렇게 크고 있어요.
라고 말이다.
언제나 어린아이인 줄 알았는데...아이는 어느새 이렇게 자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