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이후의 WWW세대, 전화선으로 PPP에 연결해서 전화요금 폭탄 맞아가며 인터넷을 즐기던 시대. 야후가 우리나라 1등 검색엔진이던 시절 즈음부터의 이야기이다.
ICQ
이거 알면 틀딱
로그인 할 때 꽃잎이 뱅글뱅글 돌아가는게 너무 예뻤다. 지금 생각하면 촌스러운 UI였다. 하지만 필요한 기능은 전부 있었다. 지금 나오는 대부분의 메신저가 ICQ를 토대로 만들어진게 아닌가 생각한다. ICQ는 회원번호를 부여했다. 초창기에 꽤 성공한 메신저로써 내 기억에는 회원번호가 천만 단위인 이용자도 있었던 것 같다.
학교에도 나이는 어리지만 IT쪽 트렌드에 꽤 빠른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과 ICQ 번호를 교환하던 일도 아직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너는 ICQ 번호가 뭐니?" 하면서 서로를 친구 목록에 추가했다.
ICQ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ICQ가 우리를 중독시켰던 것은 키보드를 칠때마다 '다다다다다다'하는 소리였다. 타이프라이터를 치는 느낌 때문에 키보드를 치는 느낌이 경쾌했다.
MSN메신저
뚱뚱한 사람 젤리 모양의 아이콘이 귀여웠다. 로그인 하면 사람이 뱅글뱅글 돌아갔다. 언제부터 왜 MSN을 쓰게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에 친구들이 갑자기 전부 MSN으로 넘어가있었다. MSN은 한참을 썼다. 그리고 좋았던게 ICQ처럼 내 아이덴티티를 숫자가 아니라 이름이나 별명으로 나타낼 수 있었다. 로그인을 하면 친구들 화면에 친구가 로그인한다고 올라갔다. 그러면서 알림말도 같이 올라갔다. 이걸 악용해서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다 욕구불만을 그런식으로 표출했고, 친구들이 많이 떨어져나갔다.
어쨌든 한동안 MSN은 맹위를 떨치며 잘 나갔다. 글로벌 메신저여서 해외 친구들과도 어렵지않게 친구 등록을 했다.
네이트 온
처음에 친구들이 하나 둘 넘어갔지만 MSN은 견고했다. 그런데 임계점을 넘으니까 사람들이 일제히 네이트온으로 다 넘어갔다. 지금의 카톡처럼 네이트온은 국민 메신저가 됐다. 사람들은 친구들과 연락할때도 네이트온을 썼고, 업무를 할때도 네이트온을 썼다. 그런데 네이트온으로 넘어간 계기가 지금은 흔하지만 당시에는 강력했던 무료 마케팅 덕분이었다.
네이트온에 가입하면 문자 메시지를 하루에 10개를 무료로 보낼 수 있었다. 한달에 300개에 달하는 문제 메시지로 당시 문제 메시지가 20원이 넘었던 걸 생각하면 사람들에게 이것은 강력한 유인이었다. 무료 문자 마케팅으로 네이트온은 임계치에 도달했다. 이후에 모두가 알다시피 전국민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가 됐다. 나중에는 싸이월드까지 연동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잘 나가던 네이트온이 무너진건 스마트폰의 등장과 SKT 임원들의 의사결정 실수 때문이었다. 네이트온은 PC용 메신저에 특화돼 있었다. 그러나 아이폰의 등장 이후 세상은 모바일 세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네이트온이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SKT 임원들은 문자 메시지 수익성 하락을 우려해서 네이트온의 모바일 버전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네이트온이 쭈뼛거리는 사이에 스마트폰에 특화된 채팅앱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했고 네이트온은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세이클럽 타키
MSN -네이트온으로 넘어가기전에 여러가지 메신저를 병행해서 쓰기도 했다. 하늘사랑과 함께 양대 채팅사이트이던 세이클럽에서 출시한 메신저다. MSN, 네이트온과 함께 친구들과 병행해서 쓰던 메신저였다. 주로 세이클럽을 쓰기 위해서 썼다.
지니
이찬진 아저씨의 드림위즈에서 만든 메신저. 주력으로 쓰진 않았다. TTL 소녀로 유명했던 임은경의 소속사였던 한톨의 매니저 형이 지니를 통해서 팬들과 소통했다. 팬들이라고 해봤자 몇명되지도 않았다. 임은경 소속사, 팬들과 소통하려고 잠깐 썼던 메신저였다. 그래도 지니도 꽤 쓰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
버디버디
개인적으로 잘 쓰지는 않았는데, 어린 애들이 어른들 만나려고 썼던 메신저였던걸로 기억한다. 나는 쓸일이 없었다.
마이피플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고 네이트온이 약해지면서 다음에서 만든 마이피플이 주력 앱으로 떠올랐다. 이때만해도 신생 카카오(구 아이위랩)가 마이피플을 이기는 것은 물론이고 다음까지 집어 삼킬 줄은 아무도 몰랐다.
카카오톡
그리고 드디어 카카오톡이 나타났다. 카카오톡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에도 한번 쓴적이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보셔도 좋겠다. 연매출 천만원짜리 회사가, 대형 포털 다음을 집어삼키다
라인
카톡이 장악한 국내 시장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일본을 거점으로 탄생한 NHN의 서비스. 그들의 전략은 적중했고 일본과 태국의 국민 메신저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톡보다 저변이 좁지만 전체 이용자 숫자는 카카오톡보다 많다. 나도 한동안은 라인을 열심히 이용했다. 그리고 동남아에서 친구를 사귄다면 라인 메신저 계정은 필수로 갖고 있어야 한다.
텔레그램
드디어 대망의 텔레그램이 나왔다. 보안이 뛰어나고, 속도가 빠르며, 매우 단단하게 잘 만든 앱이다. API도 개방돼 있어서 쓸만한 서드파티 봇들도 많이 탄생했다. 처음에는 금융 투자 분야나 트렌드에 발빠른 IT쪽 사람들 소수가 쓰다가, 나중에 카카오톡이 정부에 의해서 검열되는 것을 두려워한 사람들이 망명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해졌다. 텔레그램은 여전히 왕성하게 사용하고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
나는 잘 쓰지 않지만 페이스북 메신저가 새삼스레 부각되고 있다. 10대들이 부모님들의 눈을 피해서 페이스북 메신저로 많이들 넘어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