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뒷 골목을 돌아 다니며 시를 쓰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뇌성마비 장애인입니다. 지금까지 버려진 사물들이 그의 시에 의해 되살아납니다. 건강하고 바쁜 사람들에게서 잊혀지고 버려지고 무시당하는 모든 것들이 그가 쓰는 시의 대상입니다.
녹슬은 자물쇠, 거미줄,시들은 화초, 버려진 상 등이 그의 관심의 대상입니다. 길가에 엎드려 한 자 한 자 힘겹게 쓴 그의 모든 시들은 오늘도 광화문 뒷 골목 구석구석에 남겨져 있습니다.
그가 쓴 시를 찾아 다니며 읽어주는 오래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역시 소아마비로 한 쪽 다리를 쓸 수 없는 장애인입니다. 열심히 노점상을 하며 단 한번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는 모든 사물에게서 소리를 찾아 녹음을 합니다. 그로인해 자신의 목소리를 잃고 살던 사물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꽃을 녹음하고 개미의 움직임을 녹음하고 빗소리를 소형 녹음기에 담습니다. 그리고는 하늘을 향해 하모니카를 멋지게 붑니다.
이 두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 TV 인간극장에 ‘광화문 연가’ 라는 제목으로 예전에 방영이 된적이 있습니다.
오늘 우연찮게 이 영상을 다시 볼 수 있었는데...
가슴이 아팠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를 비참하게 만든 것은 삶의 의욕을 잃은 한 노숙자에게 그가 던진 한마디 말이었습니다.
“사지가 멀쩡한 놈이 왜 그렇게 살아? 아픈 우리도 이렇게 사랑하며 살아가는데...”
그들은 더 이상 장애인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만큼 세상을 힘겹게 사는 사람도 없을 터인데 그들만큼 세상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니 나 자신부터 그렇게 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오늘도 서로를 격려합니다.
‘아픈 우리, 정말로 아플 때까지 열심히 살자’
모처럼 비가 그친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나도 새로운 모습으로 열심히 살고 싶어졌습니다. (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