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이 돌아와서 기쁜 뇽입니다 ㅠ,ㅠ!!!
이번엔 다행히 막차 참여를 할 수 있겠네요 ㅋㅋ
다양한 주제가 참 많았지만... 그래도 역시 눈에 바로 들어온건
사랑 이었습니다..!
미련이 남았다기 보단 그 때의 제가 그리워서,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기에
백일장을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를 외치는 심정으로 적어려보합니다
편지 형식으로 적어보는 글이라 오글오글 거릴 수도 있지만 ㅋㅋ
즐겁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0 (제일 재밌는게 남 연애구경이라잖아요 (소근
#1
19살의 봄. 연애는 고사하고 하루하루 참고 견디며 살아가던 그 때
내가 평범하게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더라면,
절대 만나지 못했을 너와 나는 어쩌면
붉은 실 하나 쯤은 손가락에 이어져 있지 않았을까
20살 재수생 언니 오빠들 틈에서 말 한 번 섞지 않고 조용히
학업에만 열중했던 한 달, 늘 같이 앉던 동갑 친구가 그 날 지각을 했고
내 옆에 앉았던 파마머리 오빠는 감기에 걸린 내게 휴지를 챙겨줬고
이 날을 계기로 재수학원의 막내가 되어 언니 오빠들의 관심과 챙김을
받게 되었다. 그 많고 많은 재수학원 중 하필 그 학원에
그 수 많은 자리 중 하필 그 자리에 앉은 파마오빠와 나는
소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조용히 공부만 하려는 내 계획과는 달라졌지만, 뭐 나쁘지 않았다
그 날도 옆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밖에서 파마머리 오빠를
찾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 바로 이 이야기의 주인공 너.
작은 키에 개구리를 닮은 큰 입 전혀 잘생겼다고 할 수 없는 외모에
기괴한 웃음소리가 독특했던 너. 남의 반에 성큼성큼 들어와서
파마오빠와 이야기를 나누고 내게 인사를 건냈다.
어색한 인사가 오갔지만 이 때만 해도 낯가림 심한 내향성 인간인
내게 자기 소개를 하고 이것저것 궁금한 걸 물어보는 네가 신기했다
접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너였기에 더 이상 볼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스터디 그룹이 생겼다.
이 후 자연스레 같은 문과 반 사람들보다 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음악은 너와 나의 관계를 좁혀주었다.
그 많은 밴드와 가수 중에 둘 다 같은 밴드를 좋아할 건 또 뭐람.
그러다 여느 때와 똑같이 공부를 하고 있던 주말 밤
그 날 따라 집에 아무도 없던 그 시간 한 번도 온 적 없던 네 전화가 왔고
너는 조심스레 너의 마음을 이야기 했었다.
중요한 시기에 서로 더 의지가 되는 관계가 되고 싶다고
스터디에 있던 사람들에게 호감을 조금씩 다 느꼈지만
자기 마음을 돌아보니 나를 좋아하고 있다고 만나서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공부하는 데 방해될까봐 그냥 고백하는 거라고 힘들면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된다고 뭐,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내가 제대로 기억하는 건 내가 좋다는네 말 그 한 마디뿐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너는 그 때도 네 마음이 더 중요했던 것 같지만
5월의 그 때 나는 이미 너의 많은 것들에 아니 어쩌면 너 자체에
콩깎지가 씌여져있었고 고백을 받아들였다.
그 후로도 달라진 거라곤 늦은 밤 공부가 끝나고 늘 자기 집에서 20, 30분은 버스로 더 가야하는
우리 동네까지 데려다 준 것과 손을 잡고 다녔다는 것 정도지만
원래도 서울권 대학에 붙었으나 더 높은 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한 너와
고2 과정부터 혼자 공부했던 나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나는 더 치열하게 공부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고마운 일이었다 너와 만난건, 너와 만나지 않았더라면
너와 같은 서울권 학교를 가고 싶지 않았더라면 수능 때까지 못 버텼을지도 모르니까
집에서조차 고3이라고 특별 대우가 없었던 내게
너는 늘 날 특별한 사람으로 대우해줬으니까
그렇게 수능을 치르고, 나는 원하는 대학은 아니었지만 수도권 대학에 갔고
너는 재수 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그 때 너의 마음이 어땠을 지 나는 전혀 듣지 못했다
그저 내가 수도권 대학에 진학했다는 것. 내 평소 모의고사 성적보다
수능성적이 월등히 높았다는 것 그 사실에만 취해 네가 어땠을 지는
하나도 보지 못했다. 나도, 너도 어렸으니까
그래도 같은 지역에 있는 대학에 있었고 서로 꾸준히 연락을 했지만
2년이나 참아서 간 대학교였고 활발하고 사람좋아하는 너는
대학에 완전히 적응해버리고 나는 너를 따라 노력했지만 늘 역부족이었다
싸움의 주제는 늘 왜 너는 네 생각만 하냐로 마무리 됐고
1년 반, 너와 나의 학교 중간 지점인 대교 위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네가 준 물건들 모두 그 대교 위에 던져버리고 동아리 방으로 돌아와
펑펑 울고, 위로받고 그렇게 흔한 사랑이야기로 우리는 끝이 났다
하지만 내게 너는 계속 남아있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었던 내가 대담해지고 도전적이게 된 것은
너에게 배운 것이니까,
못생겨서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할거라 생각하고 날 꾸밀 생각조차 안하던 내게
외모가 다가 아님을 몸소 보여줬고, 내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도록
조언도 해주고 쇼핑메이트가 되어줬던 너 덕에 자신감이 생겼으니까
물론 다 좋은 기억만 있는 건 아니지만, 너와 두 세 번 더 만나고 헤어지고
정말 너를 정리하고 더 이상 만나지 않을 거라 다짐한 그 밤
너에게서 마지막 연락이 온 그 밤. 고마웠던 마음은 하나도 전하지 못하고
다신 연락하지 말고 네 연락이 무섭고 싫다고 했던 그 밤,
말하지 못했던 마지막 말,
내게 소중한 사람이 되어줘서 고마웠고 순수하게 내 모든 걸 주어도 아깝지 않은
내 마음에만 집중했던 그런 감정을 경험하게 해줘서 고마웠노라고.
언젠가 마주친다면 너에게 웃으며 인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