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만 난 지 7 년 째
Me after You
7
주변의 결혼한 이들은 결혼기념일을 챙기곤 하는데 우리는 처음 만난 날에 유독 의미를 두곤 한다. 그의 생일 바로 전날이라 잊어버릴 수도 없는 바로 이 날. 결혼 기념일은 함께 노력해서 이루어낸 것 같은 날이지만,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은 우주가 만들어 낸 운명같은 느낌이다.(맥주가 과했나...)
주인 잘못 만나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와 처음 만난 건 사진을 취미로 찍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취미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아무것도 모르던 (지금도 모르지만) 시절이었다. 카메라도 없이 무작정 사진을 배우러 갔던 날, 햇님군을 만났다.
출사 후 뒷풀이 술자리에서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장소로 넘어갈 타이밍에 그는 갑자기 택시를 잡더니 '타세요'라고 말했다. 택시 창문을 두드리는 일행을 뒤로 하고 그는 나를 집 앞에 데려다 놓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나를 꼬여내 나쁜 짓을 하려던 악당들로부터 나를 구했다고 한다. 사실 난 그 사람들을 악당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남편을 날 구해준 백마 탄 기사라고 생각하며 사는 건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그 이후로 나는 햇님군과 카메라 하나 둘러매고 참 많이도 놀러를 다녔다. 그래서인지 사진은 늘지를 않고, 연애만 늘었다. :)
내일이 그의 생일이기에 월요일인 오늘부터 연달아 거나하게 판을 벌이는 건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히 먹고 들어오자라는 마음으로 나간 저녁, 우리는 폭우를 만나 길가의 화덕 피자 가게로 피신했다.
야외 테이블에 비가 들이치지 않게 씌워둔 비닐 벽으로 빗줄기가 부딪혀 토독토독 소리를 냈다. 뜨거운 감자 튀김을 호호 불어가며 맥주 500cc를 금새 비워냈다. 그리고 이미 백번쯤 했을 것 같은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의 이야기를 다시 풀어놓으며 웃었다. :)
아이돌 음악이 흘러나오는 포장마차스러운 피잣집에 앉아 월요일 저녁을 늘어지게 보냈다. 화려한 조명이나 음식 없이도 무척이나 행복했던 저녁. 무엇을 먹을지, 어디에 갈 지보다 누구와 함께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감사하게 된다.
글 첫머리에 결혼 기념일은 함께 노력해서 이루어낸 것 같은 날이지만,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은 우주가 만들어 낸 운명같은 느낌이라고 적었다. 글을 쓰며 술이 점점 깨다보니 오글거리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만큼 신기한거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이면 너와 내가, 하필이면 그 날 그 장소에서 만나게 되었을까.
크리스천인 햇님군은 생일 전날에 만났던 나를 하나님이 내려주신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그렇게 믿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고, 감사할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 7년이라는 시간을 잘 지켜준 열쇠였다.
운명에 감사하고, 소중히 지켜나가는 우리가 되길.